[인터뷰] 건설사들 발칵 뒤집혔다…좋은 건축의 기준이 바뀐다 [부동산360]
사물인터넷 전문가…홈닉·바인드 개발 지휘
“디지털 경험의 연속성 갖춰야 좋은 건축물”
“소프트 비즈니스로 사업 연속성·수익 확보”
“꼬마빌딩부터 프라임 오피스까지 서비스”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건설사가 왜 플랫폼을 만드냐고요? 기업이 움직일 때는 이유가 있죠. 시장과 고객의 요구가 첫 번째입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공간 트렌드가 바뀌는데 더 이상 하드웨어만으로 차별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이달 초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공개한 빌딩용 플랫폼 ‘바인드(Bynd)’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타 건설사뿐만 아니라 빌딩관리회사, 상업용 빌딩 업계가 술렁였다. 단순히 사물인터넷(IoT)을 제어하는 겉핥기 수준 서비스가 아니라, 사용자와 다양한 기기·서비스를 모두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이어서다. 이를 두고 하드웨어(건물)만 만들던 건설사의 본격적인 업역 확장이 예고됐다는 평가까지 이어졌다.
최근 건설업은 단순히 건축물을 짓고 파는 것을 탈피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건설사가 소프트웨어 사업을 본격화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건설사는 왜 달라지고 있는 걸일까.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서 조혜정 삼성물산 DxP사업본부장(상무)을 만나 건설업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 본부장은 지난 2000년 삼성종합기술원에 연구원으로 입사, 2013년 삼성전자로 옮긴 이후 IoT 사업을 담당했다. 가전을 연결하는 스마트홈 솔루션의 성과로 2015년 상무로 승진했고, 2021년 말 삼성물산으로 옮겼다. 이후 주거용 플랫폼 ‘홈닉’과 빌딩용 플랫폼 ‘바인드’의 개발·출시를 진두지휘하며 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그의 건설사 경력은 불과 3년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건설’과 ‘디지털’의 연결을 깊게 고민하고 있었다.
건설사는 왜 이른바 ‘소프트 비즈니스’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걸까.
조 본부장은 “시장과 고객의 요구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설계·인테리어 등 하드웨어 관련 최적화를 했지만 점점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경쟁은 치열해지고,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가치가 필요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요구되는 ‘좋은 건축물’의 필수 덕목은 연속적인 ‘디지털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에어비앤비, 쿠팡 등 플랫폼이 일상 속 편리함을 더하고 있는데, 어디에서나 이 같은 디지털 경험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특정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삶이 좋아지면, 그게 좋은 건축물이 되는 시대가 왔다”며 “집 혹은 회사 안에서는 ‘디지털 사용 경험’이 끊길 때가 있는데, 연속적인 경험을 해주는 곳이 된다면 진정 제대로 된 건축물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간에 대한 사용자 욕구 중 가장 큰 것은 끊임없는 연결일 것”이라며 “시대를 반영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최근엔 경쟁이 심화하며 가격으로 맞붙기에는 한계가 있어, 디지털이 수주 경쟁력을 높일 새로운 가치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업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플랫폼 사업을 주목했다. 대부분 건설사업은 건축물을 준공함으로써 시공사의 역할이 끝나는 단발성 프로젝트인데, 건물 플랫폼 사업은 시공 후에도 관련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단 얘기다.
건물 플랫폼 사업을 통해 얻는 방대한 데이터도 새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빌딩 플랫폼인 ‘바인드’는 빌딩 내 사람, 기기, 서비스를 통합 연결한 빌딩 전용 플랫폼인데, 향후 쌓일 이용자 데이터는 다양한 것을 내포하게 된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 출입, 주차, 로봇, 대화형 인공지능 에이전트(AI Agent), 임대 관리 등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몇시에 출근하고, 어떤 기능을 사용했는지, 건물 내에선 어느 공간을 이용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신용카드사 혹은 네비게이션 앱 등에 쌓이는 데이터와 결합하면, 더욱 시너지를 내는 촘촘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조 본부장은 “플랫폼 사업을 통해선 ‘사용자가 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 등 육하원칙에 들어맞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을수록 데이터는 풍성해진다”며 “이는 (마케팅 측면 등에서) 가치 있는 데이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홈닉, 바인드 등의 데이터가 연결되면 진정한 스마트시티의 솔루션도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조 본부장은 건물용 플랫폼 사업은 건설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업역이라고도 강조했다. 신축 건물의 경우 애초에 시공사가 플랫폼 사용을 위한 공사 설계를 반영하면 된다. 오래된 기축 빌딩도 무선망만 활용하면 바인드 사용에 제약은 없다. 조 본부장은 “설계, 시공과 디지털 플랫폼 적용을 위한 공사 작업을 함께 하는 게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라며 “각 건설사에 ‘디지털마스터플래너’(DMP)가 필요한 시대가 온 셈”이라고 했다.
삼성물산이 이달 공개한 ‘바인드’는 5년 내 국내 500개 이상 빌딩 적용이 목표다. 이미 빌딩을 소유한 자산운용사 등과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빌딩은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하지 않으면 감가상각이 이뤄지는 데다 임대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빌딩 플랫폼 서비스가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가 되면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바인드는 건물 관리자 뿐 아니라 사용자까지 빌딩 내 공간의 시스템을 제어하고, 생활 패턴이나 기호 선호도에 따라 디지털 경험을 개인화할 수 있단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조 본부장은 “규모가 큰 프라임 오피스 빌딩 뿐 아니라, 꼬마빌딩도 필요한 기능만 도입한다면 최소한의 빌딩으로 바인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큰 틀에서 많은 빌딩에 디지털 혜택을 제공하려는 차원”이라고 했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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