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북한군 활동따라 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검토”
日언론 “북한군 2000명 러 국경 이동”
러 하원, 北-러 군사원조 조약 비준
윤 대통령은 이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우크라이나에 한국 무기와 병력을 지원할 의향이 있느냐’는 폴란드 기자 질문에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러-북 협력에 따라 북한이 특수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한다면 우리가 단계별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또 한반도 안보에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놓고 시행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가 한국에 보복을 위협한 뒤 나온 것이라 주목됐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안 된다”며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단계별로 (북-러 군사협력의)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고 그 한도가 지나치면 마지막에 공격용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 발언은) 우리 안보에 극단적으로 위협이 실증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우크라이나 군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약 2000명이 훈련을 마치고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서부로 이동 중”이라며 “일부 장교는 이미 선발대로 러시아 서부 지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하원은 이날 북-러 상호 군사원조를 명시한 북-러 조약을 비준했다.
尹, 직접 나서 ‘살상무기 지원’ 거론… 러 “가혹한 대응” 위협
[北, 러시아 파병]
尹 “북한군 활동따라 살상무기 검토”
북한군 전선 투입-후속 파병 등 땐… ‘공격-방어용 살상무기’ 투입 관측
백악관 “북한군, 투입땐 표적될 것”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활동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처음 밝히면서 북한군의 전선 투입과 1만여 명 후속 파병이 예상되는 올해 안에 우리 정부가 방어·공격형 등 살상이 가능한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전격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북한군 약 2000명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의 러시아 서부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12월까지 북한이 1만여 명을 파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23일(현지 시간) 러시아 외교부가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안 된다”며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한 가운데 나왔다. 우리 안보에 미치는 위협이 심각하다면 러시아의 대북 첨단 무기기술 지원, 북한 파병 상황의 진전에 따라 러시아가 보복을 위협한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이 가능하다고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 북한 파병 진전 따라 대응 수위 높일 듯
윤 대통령은 이날 “러-북 협력에 기해 북한이 특수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한다면 우리가 단계별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또 한반도 안보에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놓고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윤 대통령이 ‘북한군 활동’을 특정한 만큼 현지에서 북한군의 전쟁 개입 강도나 전황에 따라 우리 정부 대응도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3000여 명은 다수 훈련시설로 분산돼 훈련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점령한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일대로 북한군이 배치되고, 러시아 영토 탈환 작전에 투입돼 살상 행위 등이 확인될 경우, 북한이 12월까지 병력 1만여 명을 추가로 러시아에 파병할 경우, 북한군이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인 동부 도네츠크 등 여러 전선에 투입돼 전쟁 영향력이 극대화되는 경우 등 단계에 따라 정부가 대응 수위를 높여 갈 수 있다는 것. 특히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러시아가 북한에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기술을 지원하는 정황이 포착돼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경우를 정부는 공격용 살상무기 지원의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공격용 무기뿐만 아니라 방어용으로 분류되는 무기들도 살상무기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격용 무기 지원에 앞서 각각 전투기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천궁-1, 천궁-2 등이 지원 가능한 무기로 평가된다. 공격용 무기로는 지난해 우회 지원한 바 있는 155mm 포탄 직접 지원이나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우리 군 주력 전력도 거론된다. 정부는 단계적 대응 조치 중 하나로 전장에 전력 탐색, 북한군 포로 및 탈출자 신문 등 역할을 수행하는 참관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북한 김정은이 자기 인민군을 불법 침략전쟁의 총알받이로 팔아넘긴 것”이라며 “말이 파병이지 파병이 아니라 ‘용병’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하자고 제안하는 텔레그램 문자가 국감 과정에서 포착돼 국방위가 파행을 빚었다. 한 의원은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 실장은 “잘 챙기겠다”고 답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 백악관 “北, 정당한 표적 될 것”
미국 백악관은 23일(현지 시간)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기자회견에서 “훈련을 마친 북한군이 러시아 서부로 이동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때 (우크라이나군의) “‘정당한 표적(fair target)’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하듯 북한군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살상용 군수물자 지원을 무기 지원으로 전환하는 안을 내놨는데 이는 지구 반대편으로 전쟁이 확대되는 것”이라며 “러시아 쿠르스크에서의 전쟁이 한국의 대리전으로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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