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과학] 유통기한 지난 음식, 버리지 않아도 된다?

박동현 기자 2023. 2.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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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식품을 살 때 무엇부터 확인하나요. 상한 음식을 사면 안 되기 때문에, 보통 유통기한부터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부터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대체됩니다. 소비기한과 유통기한,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팔 수 있는 기간에서 먹을 수 있는 기간으로

2023년 1월 1일부터 과자 봉지 뒷면에 새로운 숫자, ‘소비기한’이 추가됐습니다. 소비기한이란 식품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잘 지켜서 보관할 경우 섭취해도 식품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말해요. ‘먹어도 되는 기간’이죠. 정부는 올해부터 모든 식품에 소비기한을 표기하는 제도를 도입해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꿀 예정입니다.

유통기한은 1985년에 처음 도입되어 지금까지 38년 동안 표기되어 왔어요. 유통기한이란 상품이 마트나 상점에서 유통될 수 있는 기한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기간’을 뜻합니다. 유통기한이 판매자 중심의 개념이었던 반면, 소비기한은 식품을 섭취하는 소비자 중심의 개념입니다.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소비기한은 유통기한에 비해 그 기간이 적게는 며칠에서 많게는 몇 달까지 길어요. 

식품의약품안전처 참고, 어린이과학동아
식품의약품안전처 참고, 어린이과학동아

● 환경과 비용 모두를 지켜줄 소비기한?

38년간 이어지던 유통기한을 갑자기 왜 소비기한으로 바꾸었을까요. 기존의 유통기한은 소비기한보다 짧은 탓에 판매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식품이 많았어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우리나라에서 유통기한 내에 소비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식품 폐기량이 연간 548만t(톤)”이라고 밝혔어요. 이는 축구장 100배 넓이의 면적을 덮는 규모로서 처리 비용만 1조 960억원에 달합니다.

식품 생산과 폐기물은 환경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2018년 조셉 푸어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 연구원은 전 세계 식품 생산 단계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137억t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26%를 차지했다고 밝혔어요. 식약처는 “소비기한 도입으로 식품 폐기물이 감소하면 연간 8860억 원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며,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도 덩달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죠.

2021년, 세계자연기금(WWF)은 전 세계에서 매년 40%의 식량이 먹지 않고 버려져, 그 양이 25억t(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동아일보 DB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 참고

● 소비기한, 과학적으로 정한다

그렇다면 식품마다 제각각인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 걸까요. 우선 식품업체는 해당 업체가 만드는 식품이 부패하는 기간인 ‘품질안전 한계기간’을 설정해요. 품질안전 한계기간은 식품 연구원들이 시간에 따른 부패 정도를 직접 실험한 결과로 도출됩니다. 원재료는 뭐가 들었는지, 보관은 냉동 상태로 해야 하는지 등의 식품별 특성에 따라 정하며, 이를 ‘설정실험’이라고 합니다.

설정실험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어요. 먼저 이화학 실험은 수분, 산도, 점도 등 성분의 변화를 기준으로 식품이 부패하는지 화학적으로 분석합니다. 미생물학 실험은 대장균, 진균, 유산균 등의 미생물 수를 기준으로 부패도를 분석하지요. 관능 검사는 연구원이 직접 식품을 섭취해 맛이나 냄새, 색깔 등을 관찰하며 식품이 상했는지 판단해요. 마지막으로 식품에 따라 물리적 실험을 추가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스킷의 바삭함이나 소스의 점성 등이 그 예지요.

이 과정을 마치면 식품 업체는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최장 기한인 품질안전 한계기간을 정합니다. 품질안전 한계기간은 이렇게 실험을 통해 제품별로 부여되는데, 이 기간이 끝나면 변질이 시작돼 먹으면 안됩니다. 유통기한은 보통 품질안전 한계기간의 60∼70%로 정하며, 소비기한은 80∼90%로 지정합니다. 따라서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길어지는 거죠.

지난 2021년 양성범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기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9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어요. 그 결과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사겠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지만, 소비자 절반 이상이 소비기한이 지나도 ‘먹겠다’고 답했죠. 양성범 교수는 “소비기한의 이점을 잘 살리려면 소비자들이 소비기한을 잘 알 수 있도록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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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과학동아 2월 1일, [시사과학] 날짜 지난 음식 더 이상 버리지 않아도 된다?

[박동현 기자 idea10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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