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소짜가 2.8kg, 아키하바라 '밥집 아다치'

요즘 일본 쌀값이 비싸졌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리죠

한국에 여행 온 일본인 관광객들이 쌀을 사가는 광경부터 시작해

도시락 쌀밥에 보리를 섞는다던가, 스파게티로 채운다던가 하는 광경 말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작년 여름에 다녀왔던 도쿄의 한 식당이 생각납니다.

밥을 퍼주다 못해, 사람 먹으라고 주는 건가 싶을 정도의 식당.

아키하바라에 위치한 '밥집 아다치' 입니다.

아키하바라 메인 거리에서는 조금 떨어진, 스에히로초 역 근방에 있습니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여기부터 찾아왔는데, 이때 시간이 약 1시 30분 정도였습니다.

일단 구글맵에는 오후 3시까지 영업하고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되어 있었으나

2시쯤이면 라스트 오더를 받고 문을 닫는다는 말이 있기에 꽤 서둘러 왔습니다.

그렇게 도착했는데... 맙소사 저 줄 뭐죠?

좌절하려던 찰나...

네. 제가 가려던 곳은 저 옆집이었습니다.

이 노란 간판에 다소 복잡한 외관을 지닌 곳이 오늘의 목적지. 밥집 아다치 입니다.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맨 위에 있는 하얀색 산의 정체는, 다름아닌 밥입니다.

대(大) 사이즈는 무려 7kg의 밥이 나오고, 중간 사이즈는 3.5kg, 소(少) 사이즈도 2.8kg입니다.

그러니까... '난 밥 적게 먹어야지~' 하고 소짜 시키면 2.8kg 밥이 나옵니다.

미쳤어. 여기서 나가야겠어.

(들어감)

메뉴는 꽤나 단촐한데, 대부분이 '아다치 서비스 세트'를 먹습니다.

튀김류와 반찬, 샐러드와 된장국이 나오는 이 곳의 대표메뉴죠.

단골 위주로 다른 메뉴에 도전한다고 하는데, 사진을 봐도 아다치 서비스 세트가 가장 좋습니다.

가격은 1,100엔. 이것도 나름 오른 가격이었다고.

아다치 세트의 구성이 영어로 적혀 있고, 영업시간도 있네요.

뭔가 많이 나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땐 대부분의 테이블에 밥을 다 먹은 흔적만 남아 있었고

샐러리맨 한 팀이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었는데,

주인 할아버지 혼자 운영하는 가게인지라 빈 자리를 치워야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도 우람한 밥공기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참고로 소짜 2.8kg도 일반인은 절대 못 먹을 양이기에, 스레끼리(스쳐지나간) 라는 사이즈의 밥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스쳐지나간 수준도 밥이 600g이니, 이 집의 스케일을 알 만 하죠.

저는 이 집 말고도 2차 점심을 예정하고 있었기에,

"스레끼리노 한분 다케 구다사이(스쳐지나간 사이즈의 절반만 주세요)" 라는 일본어를 외워 갔습니다.

그랬더니 주인 할아버지가 "에에~? 일본어 할 줄 알아~?" 라며 반가워하심...

"아아... 니혼고... 무리다요..."

가게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구글맵 후기 등을 보면 이상하리만치 평가가 낮은 리뷰가 굉장히 많은데

그 중 십중팔구는 가게 상태와 위생 관련 지적입니다.

좋게 말하면 옛날 감성이 그대로 묻어 있고, 나쁘게 말하면 다른 것도 많이 묻어 있어요.

그렇다고 아주 지저분하다고 느끼진 못했고, 그냥 한국 90년대에 많이 보던 옛날 식당 수준입니다.

"스레끼리노 한분 다케 구다사이"

꼭 외워 가시길...

600g 드실거면 그냥 스레끼리 달라고 하셔도 되구요

소짜 시키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렇게 나온 아다치 정식.

우람합니다.

메인 반찬은 커다란 찬합에 몽땅 담겨 나옵니다.

주인 할아버지가 "우리집 튀김은 카레맛이 나서 맛있다구" 라고 강조한 대왕 가라아게 3덩어리를 포함해

고로케, 춘권, 계란말이, 두부조림, 치쿠와조림, 분홍색어묵 등이 보입니다.

이게 바로 스쳐지나간 사이즈의 절반만 달라고 부탁한 300g 사이즈의 밥입니다.

꽤 깊은 밥통에 나름 가득 나왔는데...

아무리 봐도 300g은 넘어 보이는데...

한국 식당 공기밥 기준으로 두 공기는 돼 보이는데...

가라아게 맛있습니다.

이것 때문에라도 여기 다시 오고 싶을 정도까진 아니지만, 메인 반찬으로서 손색 없을 정도에요.

쪼꼬만한 냉동 가라아게에 비하면 훨~~씬 낫습니다

의외로 맛있었던 고로케.

이런 곳에서 고로케를 직접 만들 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수제 느낌이 납니다.

어딘가에서 수제 고로케를 납품받았겠지... 라고 생각될 정도의 고퀄리티.

한국인으로서 고로케에 밥 먹는 건 익숙치 않지만, 꽤 어울립니다.

그렇게 튀김류를 먹다 보면...

아래쪽에 깔린 조림반찬들이 등장합니다.

하긴 밥을 600g 이상 먹으려면 이런 짭짤한 반찬이 필수적이겠죠.

갓 절임(맞나?)은 짭짤해서 맛있었고

콩나물은 우리나라 무침과는 맛이 달랐지만, 밥 퍼먹기엔 좋았습니다.

그렇게 남김없이 다 먹었습니다.

이런 집에 억지로 찾아와서 밥이건 반찬이건 남기면 실례라고 생각해요.

대충 밥 먹고 있으니 손님들이 다 나가서 찍어본 가게 내부 전경입니다.

대충 이런 분위기이기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의 식당 좋아해서 저는 호.

(린도린도도 여러번 다녀왔기에 더러운 식당에 대한 역치가 높아요)

마지막 손님이 나가니 마중나와 포즈를 취해주신 주인 할아버지 사진으로 마무리.

작년 여름에 다녀왔던 아키하바라의 밥집 아다치.

밥 600g이 최소 단위고, 그 절반만 달라고 해도 어마어마한 밥이 나오는 곳이죠.

듣자 하니 아키하바라가 청과물 시장일 때부터 있었던 식당었는데

사람들이 밥을 자꾸 더 달라고 하니까 많이씩 퍼주다 이렇게까지 암흑진화했다... 라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의 쌀값 고공행진 속에서 이렇게 영업하다간 망하기 십상이죠.

주인 할아버지의 생활이 어려워질 지경이니, 밥 양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 구글 리뷰를 뒤적여 봤습니다.

호불호는 갈리는 것 같지만, 가격도 그대로, 밥 많이 주는 것도 그대로군요.

대신에 밥 남기면 100엔의 벌금이 생긴 것 같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밥을 양껏 먹지 못하게 된 일본에서 쌀밥을 마구 먹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