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미세한 힘조절”…피지컬AI 한계에 도전장 [스케일업리포트]

김예솔 기자 2026. 2. 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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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로볼리전트 대표 인터뷰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 목표로
유연제어·AI 접목 상호작용 학습
김봉수 대표 “현장 활용도 높여”
재활치료 기술 기반 산업용 제작
높은 자동화 수요에 방산도 노크
김봉수 로볼리전트 대표가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로볼리전트 사무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로빈’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로볼리전트

공중제비를 돌고 춤을 추는 휴머노이드부터 집안에서 빨래를 개는 로봇까지 휴머노이드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차가 2028년부터 미국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는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상용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상용화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람처럼 유연하게 관절을 움직이거나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춰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능력이 아직 완전히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봇 기업 로볼리전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휴머노이드의 유연 제어 기술과 인공지능(AI) 학습을 결합한 피지컬 AI 구현에 도전하고 있다. 김봉수 로볼리전트 대표는 1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휴머노이드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사람의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 아직 남아 있다”며 “유연 제어 기술과 AI를 접목해 산업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스스로 힘 조절해 주변 환경 대응하는 휴머노이드

로볼리전트의 핵심 기술은 로봇이 외부 물체나 환경에 맞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 제어’다. 김 대표는 “기존 산업용 로봇은 물건을 집어서 옮기는 식의 반복 작업은 가능하지만 얇은 유리를 정확한 위치에 끼우는 것처럼 힘 조절이 필요한 작업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외부 물체와 접촉하는 상황에서 힘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것이 로봇 기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볼리전트는 미세한 힘까지 제어할 수 있는 로볼리전트만의 액추에이터 기술을 적용했다. 해당 기술이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 ‘로빈’은 휴대폰 충전기를 콘센트에 꼽는 등 섬세한 힘이 필요한 작업 수행이 가능하다.


로볼리전트의 유연 제어 기술은 안전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일반 산업용 로봇은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적 특성상 사람이나 물체와 부딪히면 큰 충격이 발생해 안전 펜스 안에서 작동하거나 속도를 낮춰 사용해야 한다. 김 대표는 “로빈은 외부와 접촉할 경우 몸을 비틀어 충격을 피하거나 흡수할 수 있어 동일한 크기의 로봇 대비 충돌 시 전달되는 힘을 10분의 1 수준”이라며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도 작업을 이어갈 수 있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람과 로봇이 함께 작업할 경우 활용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로볼리전트는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유연 제어 기능과 결합해 로봇이 물체의 특성에 따라 힘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대상의 무게와 저항 등 물리적 특성을 인식하고 그에 맞게 반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사람의 움직임은 외부 물체나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리액션’과 같다”며 “반복 동작 학습을 넘어서 가벼운 물체는 부드럽게 잡고 무거운 물체는 더 큰 힘으로 잡는 등 사람의 감각적인 움직임과 상호작용 능력을 학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로볼리전트는 다양한 환경에서 같은 동작을 수천 번 반복하는 AI 학습을 진행하며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재활치료 로봇에서 시작된 기술 산업용으로 넓혀

김봉수 로볼리전트 대표가 11일 서울경제신문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오피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김 대표가 유연 제어 기술에 집중하게 된 것은 재활치료 로봇을 개발하면서다. 한양대학교와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중 로봇 개발에 대한 꿈을 품고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김 대표는 “박사 과정을 시작하던 시기 석사 시절 함께 연구하던 친구가 루게릭병을 앓게 됐다”며 “당시 상용화된 재활치료 로봇을 찾기 어려웠고 직접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재활치료 로봇 연구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재활치료 로봇은 환자의 신체와 직접 접촉하는 만큼 산업용 로봇보다 정밀한 힘 제어와 부드러운 움직임이 요구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힘을 세밀하게 조절하고 접촉 상황에서 안전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개발한 액추에이터 기술과 재활치료 로봇 ‘리젠’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중소기업 혁신연구(SBIR) 1·2단계에 선정되며 기술성과 사업성을 입증했다. 김 대표는 “재활치료 로봇은 사람의 몸과 직접 상호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작은 힘의 차이도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이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김 대표는 2023년부터 산업용 로봇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글로벌 제조 자동화 수요가 확대되며 산업용 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로볼리전트는 기존 재활치료 로봇에 자동화 알고리즘과 비전 AI 기술을 접목하며 산업 자동화 기술로 확장했다. 이후 지난해 2월 휴머노이드 로봇 로빈 개발에 성공하며 재활치료 로봇 중심에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물류부터 방산까지 차세대 시장 확보

로볼리전트가 주요 타깃으로 삼는 시장은 물류업계다. 김 대표는 “물류센터에서는 물건을 옮기는 작업이 많아 로봇에 대한 수요가 크다”며 “기존 로봇은 무거운 박스나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물건처럼 잡기 까다로운 물체를 집어 옮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로볼리전트는 현재 글로벌 유통업체와 함께 사람처럼 다양한 형태의 물체를 안정적으로 잡아 올리는 작업을 중심으로 물류센터 내 기술 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물류센터 작업에서 성공률을 크게 높이고 있으며 올해 현장 투입이 가능한 수준까지 완성도를 끌어올려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차기 성장 동력으로는 방위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 방위업체들은 보안 문제로 생산시설을 외부로 이전하기 어려워 현지 인력에 의존해야 하지만 인력 확보가 어렵고 인건비 부담도 높아 자동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방위산업을 차기 먹거리 시장으로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로볼리전트는 2024년 미 공군의 중소기업 기술이전(STTR) 1·2단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와 함께 미국 4대 방산 기업 중 한 곳과 협력 관계를 맺고 로봇 기술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PoC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정밀한 물체 조작이 가능한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군수 물자 생산 공정의 자동화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 이에 로볼리전트는 ‘성공률 99% 달성’을 목표로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까지 산업 현장에서 즉시 작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완전히 준비된 휴머노이드 로봇 시스템은 없다”며 “로볼리전트는 상용화를 위한 마지막 단계에 진입한 만큼 유연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예솔 기자 losey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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