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A 5이닝 무실점으로도 부족했다…고우석 콜업을 막은 진짜 변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마운드는 지금 붕괴 수준이다. 에이스 타릭 스쿠발은 투구 프로그램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저스틴 벌랜더와 케이시 마이즈는 이제 막 불펜 피칭을 재개했다. 잭슨 조브, 리스 올슨, 베일리 혼까지 줄줄이 재활 중이다. 정상적인 5인 로테이션은커녕, 하루치 불펜을 채우는 것 자체가 미션인 팀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리플A 톨레도의 고우석은 콜업 1순위처럼 보였다. 더블A에서 8경기 평균자책점 0.66으로 반등한 뒤, 트리플A 재승격 후 2경기 연속 무실점. 합산 5이닝 동안 실점이 없었다. 컨디션 면에서도 최근 이틀을 쉬어 16일 경기에 즉시 투입 가능한 상태였다. 부진으로 4경기 연속 실점을 기록한 리키 바나스코의 강등이 확실시된 시점에서 고우석의 이름이 불릴 것이라는 예상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가 선택한 이름은 코너 시볼드였다.

이 결정을 단순한 '이변'으로 읽으면 절반만 본 것이다. 디트로이트의 선택에는 분명한 구조적 논리가 있었다.

시볼드의 성적 자체는 고우석보다 설득력이 약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8경기 11이닝 평균자책점 4.09, 피안타율 .286, WHIP 1.55. 지난해 탬파베이와 애틀랜타를 거치며 남긴 평균자책점도 4.35였다. 숫자만 놓고 보면 구단이 흥분할 만한 수치가 아니다.

그럼에도 시볼드가 호출된 이유는 하나다. 마이너리그 옵션이 없다.

마이너리그 옵션은 구단이 선수를 자유롭게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있는 권한이다. 옵션이 남아 있는 선수는 필요에 따라 콜업과 강등을 반복할 수 있지만, 옵션이 소진된 선수는 마이너리그로 내리는 순간 다른 팀에 노출(DFA)될 위험이 생긴다. 시볼드는 이미 옵션이 없는 상태였다. 마이너리그에 계속 머무르게 할 수 없는 선수였다.

반면 고우석은 옵션이 남아 있다. 디트로이트 입장에서 고우석은 지금 올려도 되고, 나중에 올려도 되는 선수다. 시볼드는 그렇지 않다. 이 구조적 차이가 성적보다 앞선 변수로 작용했다.

KBO 팬들에게 시볼드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2024시즌 삼성 라이온즈에서 '코너'라는 등록명으로 28경기 11승 6패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한 외국인 에이스였다. 시즌 막판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미국으로 돌아갔고, 이후 탬파베이를 거쳐 올해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뒤 개막 로스터에 승선했다. 4월 말 왼쪽 발목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번에 재활 복귀한 것이다. 예상보다 빠른 복귀였다는 점에서 디트로이트도 다소 급하게 결정을 내린 측면이 있다.

고우석에게 이번 타이밍은 그냥 아쉬운 기회가 아니다.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현재 재활 중인 투수들의 복귀 일정을 보면 압박이 가시화된다. 트로이 멜턴은 17일부터 불펜 피칭을 재개했고, 케이시 마이즈와 저스틴 벌랜더의 복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확정된 자리가 있는 선수들이다. 복귀하는 순간 로스터 경쟁은 더 좁아진다. 현재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에 있는 선수들조차 자리를 내줘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더 긴 시야로 보면 구도는 더 복잡하다. 고우석은 올 시즌을 끝으로 디트로이트와의 계약이 종료된다. 메이저리그 등판 경력 없이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면, 다음 계약에서 받을 수 있는 평가가 달라진다. 마이너리그에서 아무리 좋은 숫자를 쌓아도, 그것이 빅리그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으면 구단들의 시선은 제한적이다. 지금 고우석이 마운드에서 쌓고 있는 성과는 실력의 증명이지만, 그 증명이 유효하게 쓰이려면 무대가 필요하다.

고우석의 다음 콜업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시볼드의 WHIP과 피안타율은 지속 가능한 수치가 아니고, 디트로이트 마운드의 공백은 한두 주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트리플A에서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5월 안에 기회가 다시 올 수 있다.

다만 이번 결정이 보여준 것은 명확하다. 성적이 콜업을 보장하지 않는다. 로스터 운용의 논리, 선수의 계약 상태, 타이밍의 구조가 성적만큼, 때로는 그 이상으로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고우석이 제어할 수 있는 것은 트리플A 마운드 위에서의 투구뿐이다. 나머지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숫자는 충분히 쌓였다. 문제는 그 숫자가 언제 호출로 바뀌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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