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반도체 랠리 속 3배 인버스ETF 3억弗 순매수
종전 기대 확산에 기술주 반등 전환
레버리지 역방향 투자 손실 눈덩이

미국 반도체 업종에 3배 레버리지로 역방향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4월 순매수 1위 종목인 것으로 집계됐다. 3억달러 이상 대거 순매수하며 투자 심리가 쏠렸다.
이란 전쟁 여파로 증시 하락을 예상하며 공격적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4월 들어 휴전 기대가 확산하면서 해당 상품은 월초 대비 반토막 이상 급락했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인 만큼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예탁결제원 외화증권 예탁결제 통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종목별 순매수 규모 1위는 ‘속스(SOXS)’로 집계됐다. 순매수 규모는 3억1700만달러에 달했다. 해당 상품은 반도체 업종 하락에 베팅하는 3배 인버스 ETF다. 반도체 지수가 1% 하락하면 약 3%의 수익을 얻는 구조지만, 반대로 지수가 상승할 경우 손실 역시 3배 속도로 확대되는 고위험 상품이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시장을 덮치자 하락을 예상한 공격적인 베팅이 빠르게 증가했고,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 자금이 해당 상품으로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전쟁 충격이 장기화하지 않고 휴전 기대가 부각되면서 시장은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기술주, 특히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며 관련 지수는 반등세로 전환됐다.
시장 흐름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들의 손실은 빠르게 불어났다. 4월 1일 시가 기준 38.1달러 수준이었던 속스는 23일(현지시간) 15.7달러로 마감했다. 불과 3주 남짓한 기간 동안 약 60%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특성상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손익 괴리가 커지는 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반면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상승 베팅을 이어간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같은 기간 종목별 순매수 3위에는 ‘라운드힐 메모리 ETF(DRAM)’가 이름을 올렸다. 2일 상장된 신규 ETF임에도 약 1억69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되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이 ETF는 미국 시장에 상장됐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 비중이 높은 게 특징이다. 현재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SK하이닉스가 26.27%로 가장 높고, 삼성전자 역시 23.49%를 차지하고 있다.
성과 역시 양호하다. 상장 첫날 27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이후 23일(현지시간)에는 36.36달러로 마감하며 지금까지 약 34.7%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버스 ETF와 정반대 흐름을 보인 셈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전쟁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최근 미국 주식시장은 가파른 반등세를 보인다”며 “지정학 리스크는 시장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보다는 단기적으로 할인율을 높이는 교란 변수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반등은 단순한 기술적 반등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지정학 리스크를 하나의 상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서는 “인공지능(AI) 투자는 단순한 민간 기업의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로 자리 잡았다”며 “반도체 기반의 AI 인프라는 민간뿐 아니라 정부 주도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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