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가 흔들린다. 과르디올라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강 맨시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10월 30일부터 11월 23일까지 공식경기 5경기 연속 패배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도자가 된 후 처음으로 경험한 공식전 5연패였다. 맨시티 선수들도, 맨시티 팬들도 모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여유와 자만'에서 시작된 5경기 연속 패배
10월 30일 수요일이었다.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맨시티는 토트넘과 잉글랜드 축구리그(EFL)컵 16강전에 나섰다.
선발 명단을 봤다. 아주 여유가 넘쳤다. 선발 11명 가운데 니코 오라일리, 제임스 매카티, 리코 루이스 등 젊은 선수들이 즐비했다. 반면 토트넘은 가용할 수 있었던 자원을 모두 다 동원했다. 베스트 일레븐에 아치 그래이와 라두 드라구신을 제외한 전원이 주전 멤버였다.
맨시티는 여유로웠다. 선발 명단부터 '리그컵'은 지더라도 상관없다는 늬앙스를 확실하게 풍겼다. 승리보다는 선수들의 경험 축적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었다. 전반에만 2골을 내줬다. 전반 추가 시간 1골을 만회했다. 이 상황에서도 제이콥 라이트와 자마이 심슨퓨지 등 엘리트 디벨롭먼트 스쿼드(EDS, 21세 이하 팀) 선수들을 교체로 넣었다. 얼링 홀란은 벤치만 달구게 했다.
"전반적으로 우리는 매우 좋은 경기를 했습니다. 선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가 경기를 한 방식이 좋았습니다. 나는 지는 걸 싫어하지만, 선수들이 용기 있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습니다. 오늘 그런 모습을 봤습니다."
경기 후 과르디올라 감독이 남긴 말이었다. 어린 선수들의 '경험치 축적'이 공식 대회 탈락보다 더 크다는 의미였다. 여유를 넘어서 교만이 느껴졌다.
물론 이 때까지만 해도 맨시티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봤다. 맨시티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린다. 역사 상 한 번도 없었던 리그 5시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물론 리그 4시즌 연속 우승도 맨시티가 처음이기는 했다.) 여기에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도 다시 도전한다. 지난 시즌 4강에서 아쉽게 패퇴했다. 수많은 대회를 치르고 빡빡한 일정을 견뎌내야 했다. 그렇기에 카라바오컵 탈락은 원대한 꿈을 위한 '전략적 일보 후퇴' 정도로 여겨졌다.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은 생각지도 못하고...
#어이없는 한 방! 이어진 두 번의 결정타!
3일 후인 11월 2일. 잉글랜드 남부에 있는 작은 바닷가 도시 본머스에서 날아온 소식은 모든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본머스 2-1 맨시티
맨시티의 패배. 점유율 64 대 36. 슈팅수 18 대 12. 그러나 유효슈팅에서 4대 6으로 뒤지며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는 홀란과 귄도안, 베르나르두 등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모두 출전시켰다. 그럼에도 패배했다.
"부상 선수들의 공백과 체력적인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번 패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면서 전술적인 부분과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더욱 신경 쓸 것입니다."
익스큐즈가 있었다. 빡빡한 일정과 체력적인 부담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체력 관리를 언급했다. 그래도 이 때까지만 해도 맨시티의 연패에 대해 그렇게 심각한 시선은 많이 있지 않았다. 그저 맨시티도 실수를 한 것이고, 본머스가 운이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3일 후인 11월 5일. 이번에는 큰 것이 터졌다. 포르투갈 리스본. 에스타디오 주제 알바라데. 맨시티는 스포르팅 리스본 원정을 떠났다.
전반 4분만에 포든이 선제골을 넣었다. 맨시티가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토트넘과 본머스에게 뺨맞은 것을 스포르팅을 상대로 되갚아줄 것만 같았다. 전반 내내 맨시티는 스포르팅을 밀어붙였다.
그러다 전반 36분 동점골을 내줬다.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후반 1분 역전골을 내줬다. 이어 후반 4분 다시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더 내줬다.
후반 24분 맨시티로서는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홀란이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맨시티는 무너졌다. 한 골을 더 허용했고 1대4로 완패했다.
"시즌 초부터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좋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이 상황을 마주하면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싶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여유를 보였다. 선수들을 격려했다. 감독이라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됐다. 이미 예상한 일이라며, 그래도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4일 후인 11월 9일. 영국 브라이턴. 이번에도 맨시티가 질 줄은 몰랐다. 맨시티는 브라이턴 원정에서 1대2로 졌다. 점유율 6대4. 슈팅 수 15대10. 유효슈팅은 6대4. 모든 면에서 맨시티가 앞섰다. 그럼에도 맨시티는 무너졌다. 전반 23분 홀란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말미인 78분과 83분 두 골을 헌납하고 졌다.
"선수들은 정말 좋은 플레이를 했기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브라이턴의 전방 압박이 좋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훌륭했습니다. 후반에는 피로 누적으로 인해 지금 당장 잘할 수 없는 변화를 줬고 결국 패배했습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했다.
2주간의 A매치 휴식기. 맨시티는 토트넘전을 치렀고 여기서도 0대4로 완패했다. 공식 경기 5연속 패배. 리그 1위 리버풀과의 승점차는 8점.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맨시티 부진의 첫번째 이유는 '부상'이다. 허리의 핵심 로드리가 부상으로 이미 시즌 아웃됐다. 수비의 핵심인 후벵 디아스 역시 10월 이후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케빈 더 브라이너, 잭 그리릴시 등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두번째 이유는 빡빡한 경기 일정으로 인한 체력 관리의 어려움이다. 선수들이 줄 부상에 시달리는 이유도 빡빡한 경기 일정에서 오는 과부하 때문이다. 세번째 이유는 더딘 세대 교체이다. 맨시티 주전 선수들은 이제 조금씩 서른 줄을 넘거나 가까워지고 있다.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젊고 싱싱한 선수들은 맨시티행을 꺼린다. 주전으로 뛰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아카데미에서 육성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주전 선수들은 다치거나 체력 부족으로 허덕이고, 이 공백을 메워야할 선수들의 발전은 느린 상황이다.
다만 이 세 가지 이유로는 공식 경기 5연패를 온전히 설명하기 쉽지 않다. 결국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심리적인 부분이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토트넘전이 끝난 후 이 부분을 언급했다.
"축구는 분위기를 많이 타는 종목입니다. 지금 우리는 약간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골을 넣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상대가 기회를 잡았을 때는 실점하고 말았습니다. 현재 우리는 약간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해오던 플레이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은, 혹은 통하더라도 어렵게 통하는 상황이 됐다. 맨시티는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공격 효율은 올 시즌 들어 더욱 떨어졌다. 그와 비례해 맨시티의 수비진들은 흔들리고 있다. 결국 골을 넣을 찬스에서는 넣지 못하고,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 어이없이 실점을 하는 패턴이 고착화됐다. 그러다보니 선수들도 플레이에 자신감을 잃어갔다.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해답은 승리이다. 승리를 통해 나쁜 흐름을 끊어내야 한다. 다만 이번 상대도 만만치 않다. 황인범이 버틴 페예노르트이다.
과연 과르디올라 감독은 '승리'라는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어쩌면 이번 경기가 올 시즌 맨시티의 모든 것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경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