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고의? 일본 식당, 한국 손님에 ‘표백제 물’ 제공···혐한 논란

이윤정 기자 2023. 9. 1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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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고급 식당서 ‘락스 물’ 마시고 급성 식중독
식당 측 “실수”…피해자 “한국인인 것 알고 일부러”
덴이치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의 한 고급 식당에서 직원이 제공한 락스(표백제) 섞인 물을 먹은 한국인이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식당 측은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피해자 측은 “한국인인 것을 알고 일부러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일 JTBC와 일본 매체 플래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한국인 A씨는 남편과 함께 일본 도쿄 긴자 지역의 유명 백화점인 ‘긴자 미쓰코시’에 입정해 있는 고급 식당 ‘덴이치’를 찾았다. 덴이치는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각지에 29개의 지점을 둔 튀김 전문 식당으로 점심 코스 요리 가격이 1만엔(약 8만9000원)이 넘는 고급 식당이다.

A씨는 음식을 주문한 뒤 목이 말라 직원에게 얼음 없는 물을 달라고 요청했다. 직원은 물 한 잔과 우롱차 두 잔을 가져다줬다. A씨는 물을 마시다 물에서 자극적인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아챘다. 목까지 아파진 A씨는 점장과 직원에게 “이 물이 이상하다”고 외쳤지만 점장과 직원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이들이 말없이 컵을 가져가려 해 다시 빼앗았다고 A씨는 전했다. A씨 남편 역시 물에서 염산 같은 냄새를 맡아 식당 주방으로 가서 직원에게 따졌다. 그러자 이 직원은 설거지통 옆에 있던 스테인리스 물병 속 락스 물을 컵에 따랐다고 인정했다.

증거가 사라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직원을 쫓아간 A씨는 직원에게 컵을 뺏어왔다. 이후 A씨는 점장에게 물 냄새를 맡아보라고 말한 뒤,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다. 목의 통증이 점점 심해짐을 느낀 A씨는 남편에게 휴대전화를 맡기고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어 토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다른 직원이 와서 “여기서 이러시면 민폐이니 화장실로 가라”고 말을 했다. 피해자 측은 “요리사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이후 목 통증이 심해진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급성 식중독 진단을 받았다. 병원 응급 의사는 “표백제에 포함되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의 오음에 의한 급성 중독”이라며 “부식성 식도염이나 식도 천공의 위험이 있어, 집중 치료 후 경과 관찰을 위해 3~5일 입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당 쪽은 이 사건에 대해 “직원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식당은 “스테인리스 물병에 텐쯔유(튀김 소스)를 넣어두는데 세척할 때는 표백제를 물로 희석해서 한다”며 “여성 직원이 세제가 든 주전자와 물 주전자를 헷갈려서 세제를 탄 물을 컵에 부은 뒤 가져다 준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식당의 이후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에도 정상영업을 하다가 결국 지역 보건소로부터 나흘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에야 지난 8일부터 영업을 잠시 멈췄다. 현재 이 식당은 다시 정상영업을 하고 있다. 덴이치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식중독에 걸린 고객과 가족에게 큰 고통과 불편함을 끼쳐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위생과 관련된 모든 작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식당 쪽이 자신이 한국인인 걸 알고 고의로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 남편은 “직접 식당 주방을 확인했을 때 마시는 물 주전자와 세척용 세제를 탄 물 주전자는 모양도 확연하게 다르고 손잡이 색조차 달라 혼동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A씨는 식당을 경찰에 업무상 중과실 상해 등으로 신고했고, 현지 경찰은 식당의 고의성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일본 식당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문제가 있는 음식을 제공해 ‘혐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오사카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초밥집에서 초밥에 와사비를 듬뿍 넣은 초밥을 한국인 손님에게만 제공해 논란이 됐다. 2020년에도 오사카에 본사를 둔 유명 초밥 체인점 ‘간코스시’가 한국어 안내에만 물값을 유료라고 표기해오던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일본 긴자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초밥집이 한국인을 상대로 고추냉이를 많이 넣은 초밥을 제공하는 일명 ‘와사비 테러’를 자행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한 일본 현지 숙소가 한국인 여행객 방문일에 맞춰 창문에 욱일기와 ‘천황폐하만세’라는 깃발을 거는 등 혐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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