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토미존 수술, 1년 유급→1라운드 10순위까지 밀렸던 LG 김영우, 당당히 선두팀의 필승조로 성장…“한국시리즈 무대 서는 것만 상상해도 벅차요”
남정훈 2025. 8. 20. 13:32

프로야구 LG 불펜진의 ‘영건’ 김영우(20)은 서울고 재학 시절부터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고3 때 받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로 인해 1년을 유급해야 했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지난해 9월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중위권 정도에 지명될 것으로 보였지만, 수술 이력과 유급 때문에 김영우의 이름 석 자는 1라운드 9순위까지도 불리지 않았다. 2023시즌 통합우승으로 지명 순번이 10순위였던 LG 차명석 단장이 그의 이름을 뒤늦게 불렀다.
1라운드감으로 꼽힌 초고교급 유망주 중 이름은 가장 늦게 불렸지만, 김영우의 데뷔 시즌은 누구보다 밝게 빛나고 있다. 최고 시속 158km까지 찍는 ‘광속구’를 주무기로 1군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던 김영우는 이제 선두 LG의 불펜진에서 당당히 필승조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김영우는 지난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롯데와의 홈 경기에서 3-0으로 앞선 8회에 등판했다. 홀드 요건이 갖춰진 상황에서, 그것도 7회가 아닌 8회에 등판했다는 것은 김영우가 LG 불펜진 내에서 마무리 유영찬을 빼면 가장 믿음직한 투수로 성장했다는 의미다.
염경엽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배들의 믿음 속에 8회 마운드에 당당히 오른 김영우는 최고 시속 156km까지 찍은 포심 패스트볼 위주의 과감한 피칭을 선보였다. 앞선 타석에서 3안타로 타격감이 좋았던 선두타자 유강남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내더니 박찬형과 전민재도 중견수 뜬 공으로 처리하며 데뷔 후 두 번째 홀드를 챙겼다. 김영우가 승리에 징검다리를 놓은 LG는 5-2로 승리했다.

김영우는 시즌 초인 4월18일 SSG전에서도 한 타자만 상대하며 데뷔 첫 홀드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당시는 김영우가 보직은 필승조가 아니었고, 이번 홀드는 4개월 동안 코칭스태프의 철저한 계획과 관리 속에 필승조로 성장해 올렸기에 그 의미가 다르다. 경기 전 염 감독은 “(김)영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냥 마운드에 올린 적이 없다. 적당한 등판 간격으로 몸 관리를 해주고, 다양한 성공 경험을 만들어주면서 하나씩 성장하게끔 만들어줬다”면서 “한 해 반짝하는 게 아닌 연속성이 있는 불펜 투수들의 공통점은 바로 구속이다. 영우는 그런 측면에서 향후 LG 불펜에서 7년 이상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경기 뒤 더그아웃에서 만난 김영우는 필승조로서 첫 등판 소감에 대해 묻자 “경기 전에 감독님을 잠깐 뵀는데 ‘이제 계속 타이트한 상황에 쓸 생각이다. 점수 차나 이런 것에 신경쓰지 말고 지금까지 하던대로 그냥 해라’라고 말씀해주셔서 그 말을 새겨듣고 그냥 제 공을 던지는 데 집중했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영우 본인이 꼽는 후반기 호투의 비결은 완성도가 한결 높아진 슬라이더다. 그는 “코치님들과 훈련할 때 많이 던져보며 연습했다. 이제는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스트라이크를 잡을 때도, 유리한 카운트에서 결정구로도 쓸 수 있는 수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김영우의 시속 150㎞ 중반대 직구만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온 타자들은 한층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슬라이더도 두 가지 종류를 던진다. 김영우는 “볼 카운트 잡는 용도로는 140km 초반대의 슬라이더를 던지고, 상대 타자와 승부를 해야할 때는 커터와 비슷하게 꺾이는 각은 적지만 140km 중후반대에 나오는 슬라이더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영업비밀을 다 공개해도 되냐’고 묻자 김영우는 “괜찮아요. 알고도 못 치는 걸 던지면 되니까요”라며 당차게 답했다.
프로 무대에 오르면서 김영우 본인이 그렸던 상과 지금 현재의 모습이 얼마나 일치하느냐 묻자 김영우는 “사실 이렇게까지 1군에 빨리 자리잡을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기회를 잡자라는 마음가짐으로 했지, 꼭 필승조에 들어야겠다라고 구체적인 생각은 안 했거든요. 부상 없이 던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끼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경기 전 염 감독은 “(김)영우는 아직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던져야 한다. 아직 성인으로서의 몸이나 근육이 다 안 만들어져서 2이닝째가 되면 구위가 떨어진다. 앞으로 2~3년은 프로 무대에서 구르면서 몸을 제대로 만들어야 선발 전환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령탑의 계획을 들려주자 김영우는 “제가 도전하는 걸 좋아해서 선발 투수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그래도 제가 선발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지금은 제 역할에 충실히 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보려고요”라고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긴 이닝을 던진 경험이 부족하니 먼저 투구 수를 늘리고, 변화구 하나를 더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구체적인 밑그림을 공개했다.

LG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 확보가 유력한 만큼 김영우도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는 걸 상상하곤 한다. 그는 “사실 지금 1등을 하고 있는 팀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데, 가끔 자기 전에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상상하면 벅차고 설레요.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졸신인답지 않게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는 모습에서 베테랑 같다는 생각을 할 때 쯤, 입술 위에 조그맣게 난 여드름에서 아직 앳된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피부는 지성이냐’라고 농담섞인 질문을 던지자 “네, 지성이에요. 피부과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잠실=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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