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싸고 국내는 4배… 마운자로 직구 차단 논란 전말

김태현 기자 2025. 11. 2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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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격은 해외의 최대 4배, 싼 약을 찾아 나선 직구족을 정부가 가로 막았다. “제약사 폭리 보호냐, 국민 건강 보호냐” 소비자 반발에 국회 청원까지 등장했다.

[우먼센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를 해외에서 구매했다는 후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마운자로가 약 3달 전 국내에 출시됐지만, 일부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하고 접근이 쉬운 해외 구매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지난 11월 중순 세관이 갑작스럽게 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본 원정 구매, '성지 순례'처럼 번지다

마운자로는 지난 8월 중순 국내에 공식 출시됐지만, 공급량 부족으로 대형 병원과 약국 위주로만 유통됐다. 일반 의원과 약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소비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들은 국내 제품을 '김치자로', 일본은 '일본자로', 인도는 '인도자로'라 부른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곳은 일본이었다. 일본에서는 마운자로를 국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4주 분량 기준 일본은 약 20만 원 수준인 반면, 국내는 28만 원에서 37만 원에 달한다. 3개월 치로 환산하면 일본은 60만 원대, 한국은 100만 원 이상이다.

가격 차이뿐 아니라 처방의 용이성도 일본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일부 일본 미용 클리닉에서는 비대면 진료만으로도 처방이 가능하다. 한 이용자는 "병원을 연결해주는 한국인 직원까지 있어서 언어 장벽도 없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는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주요 도시의 '마운자로 성지'가 공유되고 있다. 일부는 여행 일정에 맞춰 호텔로 당일 배송을 받거나, 택배 영업소에서 직접 픽업하는 방법까지 동원한다. 심지어 "여행 경비를 마운자로 가격 차액으로 뽑았다"는 후기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더 저렴한 인도 직구까지 확산

일본보다 더 저렴한 인도 직구도 급속히 확산했다. 인도에서 마운자로 15mg 제품은 약 280달러(약 38만 원) 수준에 거래된다. 여기서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나눠맞기'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퀵펜 제형으로, 한 펜에 담긴 용량을 여러 번에 나눠 투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5mg씩 나눠 맞을 경우 15mg 한 펜으로 최대 3회 투여가 가능하고, 이론적으로는 3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마운자로의 개봉 후 유통기한은 이보다 짧다는 지적도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따져도 훨씬 싸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소비자는 "한국에서 5mg를 3개월 쓰려면 월 40만 원씩 총 120만 원이 든다"며 "인도 직구로 15mg 한 펜을 나눠 쓰면 40만 원 이하로 해결할 수 있으니 3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는 지난 3월 일라이 릴리가 마운자로를 출시한 이후 빠르게 시장이 성장했다. 10월에는 단월 매출 10억 루피(약 150억 원)를 기록하며 인도 내 전체 의약품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4억 인구 대국에서 비만과 당뇨병 유병률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인도 직구의 또 다른 장점은 제형의 다양성이다. 인도에서는 퀵펜 제형을 구매할 수 있는데, 국내에는 프리필드펜(일회용) 제형만 출시돼 위고비처럼 용량을 나눠 맞는 것이 불가능하다. 위고비는 퀵펜 형태라 나눠맞기를 통해 좀 더 저렴하게 쓸수 있다. 프리필드펜은 정해진 용량을 한 번에 모두 투여해야 하지만, 퀵펜은 사용자가 용량을 조절해 여러 번 나눠 쓸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인도 직구의 위험성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도 직구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마운자로는 개봉 전 반드시 2~8°C에서 냉장 보관해야 하는데, 인도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긴 배송 과정에서 콜드 체인이 끊길 가능성이 높다. 약물이 상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효능이 떨어지거나 변질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부작용 위험만 커진다. 유통 과정의 투명성도 보장되지 않아 위조품 노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들의 해외 구매를 부추긴 또 다른 요인은 국내 공급 부족이다. 마운자로는 8월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재고 부족 현상을 겪어왔다. 특히 고용량 제품(7.5mg, 10mg)은 10월 중순에야 출시됐고, 여전히 일부 의료기관에서만 구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11월 11일 정부가 온누리상품권 할인 판매를 갑작스럽게 중단하면서 타격이 더 커졌다. 그간 일부 소비자들은 10% 할인된 온누리상품권으로 마운자로를 구매해 비용 부담을 낮춰왔다. 하지만 예산 조기 소진을 이유로 할인이 중단되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세관의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

해외 구매가 확산하자 정부가 움직였다. 11월 10일, 인천공항세관은 마운자로와 위고비가 식약처로부터 '위해 통보' 품목으로 지정돼 반입이 제한된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자가 치료 목적'이라 해도 수입요건확인 면제 추천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개인이 치료 목적으로 전문의약품을 최대 3개월분(6병 이하) 반입할 때 별도 신고 없이 통관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추천서 없이 반입 시 압류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추천서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희귀의약품센터는 "희귀의약품이 아니다"는 이유로, 지자체는 "국내에서 이미 판매 허가를 받은 제품"이라는 이유로 발급을 거부한다. 해외 구매의 합법적 경로가 사라진 셈이다. 게다가 세관은 반입 제한 직전에야 공지를 내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한 소비자는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막아버리니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불필요한 행정" vs "국민 건강 보호"

이번 규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마운자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마운자로는 BMI 30kg/m² 이상, 또는 27kg/m² 이상이면서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만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으로, 오심·구토는 물론 급성 췌장염, 담석증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국내에서도 BMI 확인 없이 쉽게 처방해주는데 해외 구매만 막는 게 말이 되냐"는 반발이 쏟아진다. 한 소비자는 "일본에서는 체중, 체지방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처방하는데 한국은 간단한 진료로 바로 내준다"며 "어느 쪽이 더 오남용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가격 문제도 불만의 이유다.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1.5배에서 최대 4배까지 비싸다 보니 "제약사 일라이-릴리 폭리만 보호해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진짜 국민 건강을 걱정한다면 왜 국내 가격 인하는 유도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국회 청원까지 등장..."약가 정상화하고 통관 금지 철회하라"

소비자들의 불만은 급기야 국회 청원으로까지 번졌다. 11월 1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페이지에는 '마운자로 국내 약가 정상화 및 오남용 방지 정책 개선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한국은 동일 용량 기준 일본보다 최대 약 2.5배 비싸다"며 "일본은 비만용 젭바운드까지 국가 약가로 통제하는 반면, 한국은 30만 원이 넘는 가격을 제약사 재량에 맡겨 폭리를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내는 BMI 확인도 하지 않는 병의원이 많고 정상 체중의 미용 목적 처방도 흔하다"며 "일본이 오히려 병력과 가족력 조사, 혈액검사까지 포함한 철저한 문진을 진행한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정부가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미성년자 처방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관리 실패를 감추기 위해 가장 쉬운 개인 환자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가 정상화를 위한 정부 개입, 제2형 당뇨병 급여 논의 재개, 병의원 오남용 단속 강화, 통관 금지 즉시 철회 등 네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청원은 12월 19일까지 동의 절차가 진행되며, 5만명 이상 동의 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돼 정부 공식 답변을 받게 된다.

근본 해결책은 무엇인가

소비자들은 단순한 반입 규제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약값을 낮추기 위한 노력 없이 직구를 막기만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공급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한국릴리는 바이알과 퀵펜 제형을 모두 도입해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퀵펜 제형은 국내 허가는 받아뒀지만 실제 출시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퀵펜은 용량을 나눠 맞을 수 있어 소비자에게는 경제적이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운자로의 모든 제형을 판매하는 일본에서조차 퀵펜은 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마운자로를 통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A 씨는 정부 차원의 약값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 씨는 "약 3~4개월 동안 마운자로를 맞으며 15kg를 감량했고, 그 과정에서 혈당과 혈압도 정상화됐다"며 "비만인에게 마운자로는 단순한 다이어트 약이 아니라 건강과 직결되는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보험 적용이나 약값 인하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만 고가를 유지하면서 해외 구매 길까지 막아버리면 결국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치료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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