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중단된 ‘국가과학자 지원사업’이 ‘국가과학기술자 제도’로 재가동된다. 과거 수십억원의 연구비를 소수에 몰아주던 체제에서 벗어나 연구 생태계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공적 책무를 부여하는 제도로 바뀐다.
31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부활하는 국가과학기술자 제도는 우수한 연구자를 국가과학기술자로 선정해 세계적인 연구자로 성장시키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국가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 취지다.
국가과학기술자 제도는 과거 국가과학자 지원사업의 한계를 보완했다. 국가과학자 지원사업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됐다. 당시에는 매년 1~2명에게 5년간 최대 30억원의 대규모 연구비를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소수 특혜 논란과 연구 윤리 파문으로 제도의 신뢰성이 훼손됐다.
개편안에 따르면 명칭부터 기존 ‘국가과학자’에서 ‘국가과학기술자’로 변경됐다. 이는 대학이나 기초과학 중심의 아카데미에만 편중된다는 현장 의견을 수용해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의 한 축인 산업계와 공학 분야 연구자까지 폭넓게 포괄하기 위함이다.
선발 방식 역시 매년 리더급 20명, 차세대급 200명으로 확대해 연구계 전반에 동반 성장의 자극을 주도록 설계했다. 선발 대상은 만 55세 이하의 산·학·연 연구자로 연령 기준을 정했다.
대규모 연구비 지원 대신 연 5000만원에서 1억원의 연구활동장려금을 지급하며 용처를 개인 연구는 물론 후학 양성, 학회 활동, 네트워크 구축 등에 쓰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
국가과학기술자 제도는 연구비보다는 대통령 명의 증서 수여, 국가 주요 행사 초청, 국가 정책 자문 참여 등 연구자의 위상과 자부심을 높이는 ‘영예성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과기정통부는 9월 초 리더급 국가과학기술자 선정 공고를 내고 10월에서 12월 초까지 선정심사를 한다. 12월 중 리더급 국가과학기술자 20명을 선정한다.
기존 수십억 지원에 비해 지원 규모가 대폭 줄어들고 선정 인원이 늘어나면서 제도의 상징성과 영예가 오히려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과학계를 이끌어갈 수 있는 롤 모델을 리더급과 젊은 인재 사이에서 찾고 이들을 국내 학계는 물론이고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며 “과거처럼 국가에서 인재 한두 명만을 위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연구) 생태계가 정착돼가고 있는 상황에 알맞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 생태계 내 갈등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소수 특혜성 지원에서 벗어나 이번 제도는 지원금 액수보다 롤 모델 제시와 대국민 홍보, 정책 자문 참여 기회 등 과학기술자가 존중받는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원사 제도처럼 평생 예우가 아닌 5년 단위 재정 사업으로 운영되어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원사 제도는 국가 최고의 과학기술자 예우 제도로 한시적 프로젝트 지원이 아닌 평생 유지되는 명예다.
과기정통부는 한국 연구 생태계 특성상 차관급 예우나 파격적 특혜를 주는 원사 제도는 과학계 내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선 5년 단위로 운영하되 3년 차에 성과를 점검한다.
기관과 석학 추천으로 진행되는 평가 구조상 추천자와 심사위원, 피평가자의 학연·소속이 겹쳐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공정성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상피제 등 평가 제도 설계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진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