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월이나 계속된 실랑이
솔직히 지겨웠다.
당사자에게는 미안하다. 선수 생명이 걸린 일이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다. 뉴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한국시리즈가 10월 31일 끝났다. 다음 날부터 시작됐다. 관심사는 온통 FA로 쏠렸다. 누가 얼마를 받고, 어디로 옮기고…. 그런 얘기가 계속됐다.
남은 것은 딱 한 명, 그뿐이다.
그렇게 11월, 12월…. 그리고 해를 넘겼다. 1월이 돼도 진전이 없다. 무려 석 달이다. 그동안 쏟아진 기사만 엄청나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팩트가 나온 것도 아닌다. 그냥 ‘~카더라’만 반복된다. 시장에 설이 떠돌고, 해당 구단은 그걸 해명하는데 바쁘다.
이를테면 제자리걸음만 계속됐다. 갑갑하다. 불편하다. 그런 느낌만 남는다.
그러기를 거의 100일이다. 결국 오피셜이 떴다. 지난 5일이다. 이글스에서 보도자료가 나왔다. 내용은 짧다.
‘FA 손아섭과 잔류 계약을 맺었다. 1년에 연봉 1억 원의 조건이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굴욕적이다. 말이 좋아 FA다. 웬만한 주전급보다도 못하다. 아무리 포장해도 어쩔 수 없다. 기존 5억 원에서 대폭 삭감됐다. 생선을 토막 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구단의 뜻이 관철된 것 같다. 선수 쪽의 의사는 별로 고려되지 않았다. 그런 느낌이다. 최종안이 전달된 것은 1월 말로 알려졌다. 며칠 간의 고민이 있었다. 그리고 결국 받아들였다는 관측이다.
1차 FA = 롯데 자이언츠와 4년 98억 원
2차 FA = NC 다이노스와 4년 64억 원
3차 FA = 한화 이글스와 1년 1억 원

합류한 것은 2군 캠프
이제 3월이면 한 살을 더 먹는다. 38세 시즌을 맞는 외야수(혹은 지명타자)의 스토브리그는 유난히 길고 지루했다.
발표 다음 날이다. 그러니까 지난 금요일(6일)이다. 계약을 했으니, 팀에 합류해야 한다. 동료들은 호주 멜버른에 있다.
벌써 1월 22일부터 시작됐다. 2주 넘게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그가 탄 비행기는 단거리 노선이다. 행선지가 다른 탓이다. 일본 고치로 가는 편이다. 이글스 2군이 훈련하는 곳이다.
물론 해석하기 나름이다. 어차피 1군도 일본에 간다. 호주에서 돌아오면(18일), 바로 다음 날 2차 캠프가 열린다. 연습 경기를 해야 할 시기다. (한국과 일본의) 여러 팀이 캠프를 차린 오키나와가 낫기 때문이다.
그럼 그때 합류하는 건가? 일단 자연스럽다.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도 없다. 그런 점을 배려하고, 감안한 일정인가?
하지만 아닌 것 같다. 팀 내에서는 명확한 언급이 없다. 이글스 손혁 단장은 원칙론을 내세운다.
“트레이드는 원하는 팀이 있으면, 되는 것이다. 또 누군가 부상을 당하거나 하면, 우리가 손아섭 카드를 쓸 수도 있다”는 취지의 멘트가 보도됐다.
김경문 감독도 비슷하다. 일단 환영한다는 뜻이다. 시즌은 길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잘 준비하고 있으면 된다.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질 것이다. 그런 입장이 전해진다.
그러니까 2군행은 실제 상황이다. 이런저런 고려사항은 따질 필요가 없다. 액면 그대로 보는 게 타당하다.

까마득한 2군의 기억
2군의 기억은 까마득하다. 손아섭이라는 이름(2009년 개명)으로는 찾기 어렵다.
입단 첫 해인 2007년이다. 당시는 손광민으로 활약할 때다. 4월에 1군 데뷔전을 치렀다. 그래봐야 출장은 4게임이 전부다. 나머지 상당한 시간은 김해 상동(2군)에서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있다. 3년 차였던 2009년이다. 개막 엔트리에는 들었다. 하지만 2할을 못 넘긴다. 5월에 짐을 싸야 했다. 그렇게 2군에서 3개월을 보냈다. 8월에야 콜업이 이뤄졌다.
아마도 그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그러니까 16~17년 만이다. ‘자리싸움’이라는 걸 해야 하게 된 것이다.
솔직히 쉽지 않다. 이글스의 협상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미 외야 혹은 지명타자에는 비빌 틈이 만만치 않다.
우선 강백호가 1순위다. 100억 원이나 주고 데려온 FA다. 다음은 요나단 페르자가 있다. 한우 맛을 못 잊겠다는 외국인 타자다. 파워, 스피드 모두 폭발적이다. 이미 2024년에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문현빈도 빠질 수 없다. 이글스의 가장 뜨거운 샛별이다. WBC 대표팀 합류로 공인도 얻었다. 그 외에도 이진영, 김태연, 권광민, 유로결, 이원석, 최인호…. 키워야 할 재목이 하나둘이 아니다.
1군에는 29명이 등록할 수 있다. 이 중 27명이 출전 가능하다. 외국인 3명을 제외하면 24~26명으로 제한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중에 한 자리다. 차지하기 녹록지 않다. 38세 외야수에게는 치열한 경쟁일 것이다.

은퇴 시기에 대한 소신
계약이 성사된 다음이다. 당사자는 몇 군데 전화를 돌렸다. 그중 한 곳이 감독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진 게 없다. 추정하면 이런 얘기가 오갔을 것 같다. 너무 시간이 걸려서 죄송하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팀에 도움이 되겠다. 그런 인간다운 도리였으리라.
달 감독의 대답은 일부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라. 당장 1군 캠프 합류는 어려울 것이다. 2군에서 차근차근 훈련해라. 그런 격려였다.
희망적인 멘트도 있다. 시범경기부터는 1군과 동행할 가능성이다. 아마 문현빈, 강백호가 대표팀에 차출된 시간일 것이다. 아무래도 출전 기회는 늘어나게 된다. 그곳이 개막 엔트리를 위한 최종 리허설로 예상된다.
그걸 위해 달 감독은 “공평하고, 공정한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이다. 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이 업로드 됐다. ‘비시즌 한정 알코올폭酒’ 몬스터’ 편이다. 류현진과 배지현 부부, 황재균, 그리고 손아섭이 게스트였다.
촬영 시점은 작년 12월 10일이다. 황재균의 은퇴 선언(12월 19일) 전이었다. 여기서 선수 생활 마무리에 대한 얘기가 오간다.
므찐 오빠의 소신이다.
“사실 어린 친구들이 계속 들어오지 않나. 근데 내가 이 친구들과 붙어서 버겁다고 느낄 때 이제 은퇴를 할 거라는 제 스스로의 그걸 정해 놨다. 나이나 이런 부분보다 스스로가 이 친구들과 싸움이 안 될 것 같으면 그때는 이제 깔끔하게 타월 던져야 될 것 같다.”

출국 인터뷰, 완곡한 거절
다시 냉정하게 보자. 시장은 이미 싸늘하다. 그의 연장전을 외면했다.
소속팀 이글스는 최후통첩을 전했다. ‘안 해도 그만’이라는 심리가 읽히는 제안이었다.
다른 팀도 비슷하다. 필요하면 보상금(7억 5000만 원)을 할인해 준다는 얘기도 떠돌았다. 사트(사인 앤 트레이드) 방안도 있었다. 하지만 나서는 구단은 없었다. 원 소속팀 자이언츠도 한사코 손을 저었다.
어찌 보면 작년 7월 말에 이미 답은 나왔다. 다이노스에서 이적할 때다.
반대급부는 선수가 아니었다. 현금 3억 원과 드래프트 지명권이다. 2026년 2차 3라운드를 양도하는 조건이었다. (손아섭 자신은 2007년 롯데의 드래프트 4번 지명)
이번 계약은 그 흔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다. 사인 후에 구단 고위층과 웃으며 악수하는 장면 말이다. 하긴 사장이 나설 자리가 아니다. 단장은 호주로 떠났다. 합의는 운영팀장과 해야 했다.
다음날 2군 합류 때도 마찬가지다. 구단을 통해 완곡한 의사를 전했다. 당분간 인터뷰는 고사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공항에 나오지 말아 달라는 당부였다. 왜 아니겠나. 굴욕적인 뒷모습을 보이기 싫었으리라.
이젠 본인이 입증할 차례다.
다들 틀렸다. 난 아직 쓸만하다. ‘젊은 친구들’과 겨뤄도 경쟁력이 있다. 그걸 보여줘야 한다. 2511개의 안타는 과거 일이다. 올해도 계속 ‘므찐 오빠’로 남을 수 있다.
그걸 증명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