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안보 공습]① 中 선박 위법기항 논란… 좌초 위기 몰린 '낙월해상풍력'

전남 영광 낙월해상풍력 프로젝트 조감도 /사진=낙월블루하트 홈페이지 캡처

전남 영광군 해상 일대에서 추진되는 국내 최대 민간 해상풍력 사업 '낙월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때아닌 불법 기항 논란으로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

현행법에서는 국내 선박이 아닌 다른 국적의 선박이 우리 영해에서 작업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로젝트에 투입된 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WTIV) '순이 1600호'가 선박법 위반 혐의로 해양경찰의 수사를 받으며 3개월 내내 운항되지 못했다.

특히 이번 논란은 최근 중국 기업들이 국내 해상풍력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산업 생태계의 성장을 저해하고 잠재적인 안보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가운데 벌어져 관심을 모은다.

'선박 vs 건설장비'…각종 논란에 2.5조 사업 올스톱

12일 업계에 따르면 해양경찰은 이르면 이달 중 선박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순이 1600호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앞서 해경은 순이 1600호가 기항 가능 항구가 아닌 해상을 비롯한 불개항장에 머무른 사실을 적발하고 지난 10월 말부터 선박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이어왔다.

불개항장은 외국과의 통상이나 교통이 허락되지 않은 개항이나 관세항 이외의 항구나 해상이다. 기항은 선박이 국제법상 무해통항이 아닌 특정 목적을 하기 위해 영해 및 내수에들어오는 것이다.

선박법 제6조에는 한국 선박이 아니면 불개항장 기항이나 국내 각 항간에서 여객 또는 화물 운송이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외국 국적 선박을 국내에서 운송 등에 활용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외국 선박 대신 국내 선박을 우선 활용하도록 해 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순이 1600호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낙월해상풍력 프로젝트 개발사로 참여한 A사는 순이 1600호가 선박이 아니라 건설장비(해상플랫폼)라며 해당 법률 위반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낙월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투입된 '순이 1600호'/사진=중국 해양엔지니어링 업체 홈페이지 캡처

A사 측은 "선박은 항행을 전제로 하지만, 해상플랫폼은 한 장소에 고정돼 건설작업을 하는 장비"라며 "해상플랫폼을 선박으로 볼 수 있다는 법률해석은 존재하지 않으며, 순이 1600호는 적법한 세관절차를 통과한 뒤 목포항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다만 선박의 정의가 담긴 선박법에는 수상 또는 수중에서 항행용으로 쓰인다면 바로 선박으로 간주되며, 자력으로 항해할 수 없어도 다른 선박에 끌려오거나 밀려 항행되는 선박도 '부선'으로서 선박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돼 있다.

관련 판례를 찾아보면, 창원지방법원은 2015년 '항해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구로서 선박은 일시적으로 고정돼 있기는 하지만 이동하도록 설계구조물로서 항해능력을 가지고 있거 예인돼 이동할 수 있다면 선박에 해당한다'며 준설선, 해저자원굴착선, 기중기선, 등대선 등을 예로 들었다.

실제로 A사는 지난해 7월 순이 1600호에 대해 '외국적 선박' 용선(임차 선박) 허가를 신청했다가 철회했다. 이후 비교적 절차와 규제 강도가 낮은 '기타선박'으로 세관에 신고하고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목포항에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순이 1600호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해경과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지난해 11월 순이 1600호에 대해 합동 승선 조사를 벌인 결과 총원 27명 가운데 선원 14명을 제외한 중국 국적의 외국인 작업자 13명이 국내 승선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사업비 2조5000억원이 투입되며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한 프로젝트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선박 등은 3개월째 바다에 멈춰 서 있다.  현재 공사 진행률은 40% 초반 수준으로 전해진다.

국내 해상 인프라 사업 악영향 불가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낙월해상풍력 프로젝트 사업의 주체인 명운산업개발은 차선책으로 순이 1600호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의 국적을 국내로 바꾸면 해상공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시도는 기존에 제기된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라서 앞서 위법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했던 것과 모순된 행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WTIV 가격이 7000억~8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최근 잇단 손실로 현금흐름이 경직된 명운산업개발이 재무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23년 말 기준 명운산업개발의 당기순손실은 약 16억원으로 전년동기(약 7억원) 대비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아울러 명운산업개발은 최근 현대스틸산업이 보유한 국내 유일의 WTIV '현대프론티어호'를 병행 투입하는 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순이 1600호와 현대프론티어호의 크레인 규모와 공정 특성은 다르지만 적절히 배치해 운용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면 공기를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용선 가격과 작업방식 등에 대한 계약 협상 등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국내 최초 WTIV인 '현대프론티어호' /사진 제공=현대건설

현대프론티어호는 800t까지 들 수 있는 회전식 크레인을 달아 10㎿급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1만3000t급 선박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엔진이 탑재된 WTIV다.

일부에서는 이번 논란이 법적 위반에 그치지 않고 국내 해상풍력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이 해상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 확대하는 상황에서 외국 업체들이 법적 허점을 이용해 불법행위를 반복할 경우 국내 해운 및 조선업체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처럼 외국 선박이 불법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해 작업을 한다면 국내 업체들이 불공정경쟁에 직면하게 된다"며 "특히 비용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은 중국 선박과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이러한 관행이 지속된다면 한국 해운업과 조선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낙월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영광군 낙월면 안마·송이도 일대에 365㎿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상업운전 개시일은 2026년 7월이며 호반, GS 등을 비롯해 100여개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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