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에 정비사업 줄줄이 중단…"내년 더 뛴다"
3년간 30% 급등, 시공사-조합 갈등 빈번
정부 '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인건비 대책 빠져
'제로에너지 의무화'로 더 오를 수도
[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정비사업 현장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멈추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공사비 상승이 사업 지연은 물론 신규 물량 감소,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판단, 최근 자재 가격 수급 안정화를 골자로 한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오히려 인건비 상승과 정부의 규제 강화가 공사비 상승을 부추긴다는 얘기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내 첫 리모델링 단지인 '이촌 르엘'(이촌현대 리모델링)은 최근 공사 중단 위기에 빠졌다.
이촌동 현대아파트는 2021년 4월 롯데건설과 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2022년 8월 착공했다. 이달 초 현재 기초공사(공정률 10.5%)가 진행 중이었으나 공사 기간 조정과 공사비 증액을 놓고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불거졌고 급기야 시공사가 공사 중지를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롯데건설이 공사비 인상과 공사기간 연장 등의 요구에 조합이 반발하면서다. 롯데건설은 지난 6월 청담 삼익아파트 재건축(청담 르엘) 공사현장에서도 공사비, 공기 연장 갈등을 이유로 공사 중단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촌 르엘의 경우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이 커지자 서울시에서는 공사비 갈등 중재를 위한 코디네이터까지 파견했다.
서울 방화6구역(방화뉴타운)은 대표적인 공사비 갈등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4월 이주·철거가 완료된 6구역은 공사비 인상에 따른 갈등으로 공사 중단 사태가 1년째 이어졌다. 결국 조합은 지난달 29일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시공사 계약 해지안건을 통과시켰다. 내년 5월 입주를 앞둔 서울 장위4구역 재개발(장위자이레디언트)도 공사비 갈등으로 시공사인 GS건설은 통보한 상황이다.
지난 3년간 공사비가 30% 가까이 급등하면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 속 공사 지연이 빈번해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공사비지수는2020년 100에서 2021년 111.48, 2022년 123.81 지난해 127.9로 3년간 28% 상승했다. 올해 7월에는 129.96까지 올랐다.
이에 올해 시공사들이 24곳 조합에 요구한 증액 공사비는 총 2조6548억원에 달한다. 그 결과 분양가는 급등했고 건설경기 침체, 주택 공급 부진에도 영향을 줬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는 지난 2일 '건설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내놓았다. 2020년 이후 30%가량 상승한 공사비를 잡기 위해 2026년까지 자재비와 인건비, 공공조달 등 '3대 안정화 프로젝트'를 가동, 공사비 상승률을 연 2% 내외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 공사비 갈등을 겪는 현장은 한창 상승세일 때 맺은 계약으로 정부의 방안이 진작에 나왔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사비 상승의 주범인 인건비에 대한 대책은 빠진 것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인건비에 대한 내용이 빠져 기대감이 없다"며 "공사현장에선 자재비보다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로 건설현장 공기 지연과 인건비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일반직종 건설 일평균 임금은 2022년 상반기 23만1004원에서 올해 상반기 27만789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도 민간 공동주택으로 확대된다. 인증을 받으려면 현관문, 창호, 단열재 등의 성능을 높여 에너지를 절감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여야 한다. 이는 결국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제로에너지 적용으로 초래되는 공사비 인상분 100%를 분양가에 반영시킬 수밖에 없다"며 "평당 공사비 1000만원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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