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쿠팡 독주…쿠팡만 살아남는 ‘쿠팡 유토피아’ 되나[B결노트]
유통업계에선 쿠팡의 질주에 나머지 경쟁사가 모두 몰락하고 오직 쿠팡 하나만 살아남는 ‘쿠팡 유토피아’가 현실이 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른 모든 건물이 무너지고 주인공 아파트 하나만 남는다는 내용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처럼.
유통업계, 더 나아가 대한민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쿠팡 포비아(공포증)’에 어떤 이유가 숨어 있을까.그런 공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까?B결노트가 자세히 살펴봤다.
첫 흑자, 첫 1등…반전한 쿠팡 실적
싸움닭 된 쿠팡…늘어나는 반 쿠팡 전선
쿠팡은 지난해 11월 햇반과 비비고 등 CJ제일제당 제품 발주를 중단했다. 당시 양쪽 주장은 엇갈렸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무리하게 낮은 마진율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런 요구를 들어주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쿠팡은 CJ제일제당이 먼저 납품가를 올리고, 약속된 발주 물량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발주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쿠팡의 갈등이 유달리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제조 납품기업 외에 여러 산업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기존 선점 기업과 다툼을 벌이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과 CJ그룹의 ‘악연’은 깊어지고 있다. 쿠팡은 올 7월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쿠팡이 2019년부터 화장품 판매에 나섰는데 올리브영이 특정 협력사들이 쿠팡에 납품할 수 없도록 독소조항을 넣어 계약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 물류 서비스(CLS)는 8월 CJ 계열사인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롯데, 한진 등 택배사들이 시행하는 ‘택배 없는 날’ 참여를 거부하면서 기존 택배업체 및 택배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쿠팡 자체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가 9월 월간 사용자 수(MAU) 기준으로 CJ ENM가 출범시킨 OTT 서비스 ‘TVING’을 앞지르기도 했다.
쿠팡이 장기적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 기업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 2019년 배송에 설치를 겸한 ‘로켓 설치’ 서비스를 도입하며 가전제품 분야에 뛰어들었다. 냉장고, 에어컨, 타이어 등으로 품목을 넓히다 지난 7월부터 유모차, 카시트로 확장했다.
여기에 ‘로켓 A/S’라는 이름으로 상표권 출원을 신청하고 채용 플랫폼 링크드인을 통해 ‘가전제품 A/S 전담 CS 운영팀’ 직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쿠팡이 롯데하이마트 등 가전제품 유통업체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기존 전자제품 기업과 경쟁할 여지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태생부터 충돌은 예고됐다?…쿠팡의 플라이휠이란
플라이휠이란 동력 없이 관성만으로 작동하는 자동차 부품을 뜻한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한 번 추진력을 얻으면 알아서 굴러가는 이 부품의 특징을 기업의 선순환 성장 구조에 비유했다. 미국 아마존의 성장 모델로도 유명하다.
플라이휠의 원리는 간단하다. 우선 다양한 상품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 이용자를 확보한다. 그다음 사용자 수를 앞세워 판매자를 늘린다. 그 결과 플라이휠의 시작점인 판매 상품 다양화에 더욱 힘을 쏟는다.
플라이휠 굴릴 때마다 커지는 갈등…“혁신 없이 내수시장만 노려”
쿠팡은 지난 3월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도입하며 이같은 3자 물류 서비스 진출을 공식화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도 취득했다. 지금까지 쿠팡이 직매입 상품만 배송했다면 이제는 다른 회사 상품까지 운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상 택배업계와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 지난 10월 쿠팡이츠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433만 496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8% 늘었다. 반면 기존 주요 사업자들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5%, 14.1% 감소했다. 쿠팡의 참여로 기존 사업자 시장이 무너지는 사례다. 쿠팡이츠 역시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10%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한 것이 성공 원인이 됐다.
이제 각 업계에서는 “쿠팡이 무섭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하지만 “쿠팡이 별다른 혁신 없이 미국 아마존의 성공 모델을 따라 하면서 내수 시장만 장악한다”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쿠팡으로선 “소비자 편익을 늘리며 시장을 장악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적지 않은 소비자들도 쿠팡의 혁신성 자체에 대해선 의구심을 가지는 상황이다.
과연 쿠팡은 한국판 혁신 기업일까. B결노트 2편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쿠팡의 ‘혁신성’을 평가해 본다.
이한규 기자 hanq@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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