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영배, 입장문 초안서 "사재 동원해 문제 해결" 삭제 지시
"큐텐 지분 매각" 밝힌 당일 기업 회생 신청하기도
1조원대 사기 및 수백억원 횡령·배임…구속기로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 해결을 위해 보유 지분 매각 등 사재 출연을 공언했던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 7월 공식 입장문 초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재를 동원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구 대표는 지난 7월 중순 미정산 사태 발발 이후 논란이 커지자 큐텐그룹 주요 임원 등과 함께 공식 입장문 발표를 검토했다.
당시 그룹 내 논의 과정이 담긴 이메일 수발신 내역 등을 보면, 구 대표는 이 과정에서 실무진이 작성한 A4용지 두 장 분량의 입장문 초안을 직접 검토한 뒤 '필요하다면 사재를 동원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라는 문구를 삭제할 것을 표시해 다시 임원들에게 공유했다.
구 대표는 또 '최고 경영자인 저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깊게 통감하며 사생동고하는 심정으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때까지 일체의 급여를 받지 않겠다', '그룹의 책임 있는 임원들 또한 고통을 함께 하는 마음가짐으로 급여의 절반을 회사에 반납할 것' 등 표현도 역시 삭제를 의미하는 검은 줄을 그어 수정 표시를 했다.
심지어 그는 회사 입장문의 주체를 자신으로 소개하는 '큐텐 구영배입니다'라는 시작 부분마저 삭제를 지시하면서 "회사 보도자료를 대표이사(자신) 사과문 형식으로 나가는 것은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지적된 문구들은 수차례 수정을 거쳐 전부 삭제됐다.
지난 7월 17일 실제 발표된 입장문을 보면 당시 정산 지연은 '일시적으로 일어난 전산 시스템으로 인한 장애'였으며, 큐텐의 지분을 공유하는 방식 등으로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내용 등만이 담겼다.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한다는 메시지나 무리한 해외 사업 확장과 나스닥 상장 시도 등 근본적인 부실의 원인을 알리고 대안을 찾겠다는 내용이 모조리 도려내진 것이다.
구 대표의 이 같은 태도는 같은 달 29일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당시 구 대표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해당 입장문을 통해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금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재를 털어서라도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불과 7시간여 뒤 티몬과 위메프는 기습적으로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기업회생 개시가 결정되면 판매자들은 당분간 대금을 돌려받을 수 없고, 채무 일부 탕감을 포함한 최종 회생 계획이 확정되면 전액 정산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시 '기습 회생', '먹튀 회생' 등 비판 여론이 치솟기도 했다.
구 대표는 이튿날인 7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서는 큐텐 지분 외 개인 재산을 묻자 "많지 않다"며 "지마켓을 매각하고 700억원 정도를 받아 큐텐에 다 투입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CBS노컷뉴스에도 "큐텐을 시작한 뒤 계속 투자만 했고 큐텐 재팬 매각 때도 제 지분은 매각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전혀 수익을 실현한 것이 없고 지마켓 매각으로 번 돈 대부분을 큐텐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사재 관련 부분 외에도 입장문 초안 속 여러 부분을 직접 지적했다. 가령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여러 작업이 (정산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했다' 등 사태의 원인을 설명하는 문구 역시 삭제를 지시했다.
한편 구 대표는 구속 기로에 놓였다. 검찰은 지난 4일 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횡령, 배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1조5950억원 규모 정산 대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또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티몬과 위메프에 692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미국 이커머스 업체 '위시' 인수대금 등으로 티메프의 회삿돈 671억원을 빼돌린 혐의다. 검찰은 구 대표가 각 계열사 재무 및 경영기획 기능을 그룹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로 통합·이전해 계열사 자금을 위시 인수 등에 전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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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si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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