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찍은 TSMC, 美·日 외 공장 건설 나서나…삼성도 추격 속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일본 외 다른 지역에도 공장을 건설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만과 중국의 갈등 격화에 따라 커진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공급망을 다변화 하기 위해서다.
20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장중머우 TSMC 창업자는 전날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양자 회담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처럼 밝혔다.
APEC 대만 대표로 나선 장 창업자는 TSMC 애리조나 공장 준공식이 다음 달 6일 진행된다는 사실과 함께 해리스 부통령이 이를 매우 환영했다고 전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애리조나 공장 준공식 및 첫 생산라인 설비 반입식에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과 비즈니스 관계인 고객, 지식재산권(IP) 관계자, 공급망 파트너 등이 초청됐다. 장 창업자 역시 참석할 예정이다.
장 청업자는 TSMC의 미국 공장 건설과 관련한 비용 문제와 관련해 "(미국 내 생산 원가가 대만보다) 최소 55%는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일부 생산설비의 미국 이전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으로 이전하는 생산설비는 미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최신 생산설비로,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 스마트 기기용 반도체를 미국 애리조나에서 조달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유럽 지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독일의 엔지니어, 소매 담당 직원들과 만나 내부 회의를 하던 중 이같이 언급했다. 이 자리에는 데이 큐 애플 서비스 담당 수석 부사장, 디어드리 오브라이언 리테일 및 인사 담당 수석 부사장 등이 동석했다.
쿡 CEO는 "애리조나 공장은 2024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으로 2년 남았다"며 "더 조금 남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내에서는 유럽에서 (반도체를) 조달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지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TSMC는 기존에 발표한 애리조나 피닉스 공장 인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도 조만간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피닉스 1공장 건설에 120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는데 추가할 신공장 건설에도 비슷한 금액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부터 이곳에서 첨단 공정인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TSMC의 추가 투자는 최근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게 보조금 지원에 나선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올해 반도체 보조금으로 390억 달러(약 53조7천억원)를 책정했다.
다만 장 창업자는 미국과 대만 기업의 이익이 상호 충돌할 경우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대만 정부가 대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동남아시아 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과의 반도체 협력에 대해서는 "TSMC가 많은 장소를 고려하고 있다"며 "미국, 일본 외 다른 지역에서 공장 건설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곳에서 더 많은 세부 사항을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만에 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자 미국 외에 일본과 싱가포르에도 생산 설비를 짓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또 자국 내 공장 부지 확보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앞서 왕잉랑 TSMC 운영 부총경리(부사장)는 지난 8월 말 타이베이에서 열린 연례 TSMC 기술포럼에서 남부 가오슝 공장이 미국 애리조나 공장, 일본 구마모토 공장과 함께 2024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만경제연구원의 류페이전 연구원은 이달 초 TSMC가 1nm(나노미터·10억분의 1m) 또는 1.4nm 공정 등 가장 앞선 핵심기술은 대만에 둘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맞서 업계 2위인 삼성전자도 생산 라인을 먼저 구축해 수요에 대응하는 '셸 퍼스트'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 73조원, 시설투자 60조원 등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4%로 1위, 삼성전자는 16.5%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물의 건설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부동산 전문 매체 '더 리얼 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텍사스 현지 파트너사 제이콥스 엔지니어링은 지난 5일부터 삼성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이 지역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포함한 170억 달러(약 22조4천8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지 약 1년 만이다.
공사에 들어간 건물은 총 5개 동으로, 총 18억 달러가 투입된다. 삼성전자는 이 공장에서 5나노 공정 기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한다. 공장은 2024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시장에선 TSMC의 움직임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3분기에 TSMC가 미국에서 발행한 예탁증서(ADR)를 6천만 주 넘게 사들였다. 이는 TSMC의 지분 1.2%에 해당하며 규모는 약 41억 달러(약 5조4천억원)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3분기 중 주식에 투자한 자금(90억달러)의 절반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TSMC 지분 매입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있긴 하지만 파운드리 공급량이 여전히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통 경쟁사가 생기기 힘든 진입 장벽을 구축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TSMC의 가치가 이번에 더 인정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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