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자제하며 與 상황 주시하는 용산…면담 여진 수습

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2024. 10. 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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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韓, '빈손 회동' 후폭풍…대통령실 '확전' 자제
특별감찰관 "당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
北인권재단이사 '당 정체성' 강조, 韓 우회적 겨냥
용산 "韓, 답 없는 싸움", "요구 구체성 떨어져" 지적
각종 외부 의혹 제기엔 적극 반박 나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의 지난 21일 면담 이후 당정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더 이상의 '확전'을 자제하며 여당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여권 내 갈등의 새 뇌관이 된 '특별감찰관 추천'은 "당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말을 아끼면서 '당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우회적인 정도로 한 대표를 겨냥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김건희 여사 사안 등 면담 핵심 쟁점에 대해 한 대표 측이 '답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면담에서 '구체성'을 강조했지만, 면담 이후에도 한 대표 측 요구들이 '답'을 내놓을 만큼 여전히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외부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적극 반박하면서 오해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용산 "특별감찰관, 당이 정해오면 임명…北인권재단이사 '정체성' 걸려"


대통령실은 25일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임명을 재차 요구하는 것과 관련 "윤 대통령은 당에서 정해오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특별감찰관 임명 건의를 받자, "특별감찰관은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고 답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별개로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려는 데 대해선 "당연히 당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다만 "당의 정체성과 헌법적 가치가 걸린 문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한 대표를 겨냥했다.

그동안 여권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과 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 증진과 관련한 실태조사와 연구, 정책개발 등을 담당한다. 지난 2016년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국회 추천을 통해 이 재단에 12명 이내의 이사를 둬야 하지만 야당은 8년째 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상태다. 북한인권을 강조해온 대통령실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인 셈이다.

다만 당무에 개입하진 않고 당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며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여당 내에선 한 대표의 강행 의지와 추경호 원내대표의 '원내 사안'이라는 입장이 부딪히며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의 세(勢) 대결 구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앞서 면담 직후 당정 갈등은 최고조로 고조된 바 있다. 특히 한 대표가 지난 22일 친한계 만찬에서 면담 결과를 두고 "용산은 지금 말을 각색할 때가 아니다"라며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자, 대통령실은 "내부 분열만 일으키고 있다. 대체 어느 부분이 각색된 것이냐"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전날에도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 입장을 밝히자 "한 대표는 '집권여당 대표'라는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직격했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실은 최소한의 입장만 밝히며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더 이상의 '당정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싸움은 야당과 해야 하지 내부에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정 갈등 확전은 자제…내부에선 "韓, 답 없는 싸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한 대표의 요구들을 두고 '답 없는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면담에서 한 대표에게 김 여사 관련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전달해 달라고 주문했지만, 면담 이후에도 여전히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대표가 다음 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에 김 여사와 관련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문제를 알려 달라"는 반응이 나온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 측이 문제로 삼는 여사 라인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어떤 문제를 저질렀는지 지목을 못하는데 어떻게 1심 선고 나오기 전에 이를 바로 잡을 수 있겠냐"며 "불가능한 요구"라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외부 일정을 이미 많이 줄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가 최근 제79주년 경찰의 날, 부산 세계자원봉사대회 등 행사에 잇따라 불참한 점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경찰의 날 행사의 경우 김 여사는 작년과 재작년 참석한 바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한 대표가 김 여사 라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일부 행정관을 거론한 것과 관련, 들끓는 분위기도 흐른다. '풍문'(風聞)에 근거해 동료를 내보내라고 요구한다며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일각에선 집단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구체적 움직임에는 아직 신중한 기류로 전해졌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외부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적극 반박하며 오해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해 23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23억원이라는 것은 2022년 문재인 정부 때 검찰 수사팀이 1심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법원이 인정하지 않는 주장을 사실처럼 호도하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후원업체인 희림종합건축사무소와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김 여사는 현재 희림에 아는 분이 없다"며 "단순한 의혹성 기사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몰래 녹취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에 대한 김 여사의 평가에 대해서는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한편 하락하는 국정 지지율은 대통령실로선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이날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직전 조사(10월 15~17일)보다 2%p(포인트) 내린 20%로 나타나, 지난 9월 2주 차 조사 이후 6주 만에 다시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대통령실은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면서 할 일을 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엄중한 상황 인식 아래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더 귀를 기울이겠다"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민생과 개혁과제에 더욱 힘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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