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볶지 마세요…" 무조건 생으로 먹어야 좋은 '국민 채소'

영양소 놓치지 않으려면 조리법부터 바꿔야
양배추를 물에 세척하고 있다. / 헬스코어데일리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 간편한 식단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땀이 많아지고 입맛도 떨어지는 시기, 요리 시간을 줄이고자 냉장고 속 채소를 꺼내 익혀 먹는 일이 많다. 위가 예민한 사람은 날 것으로 먹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은 박테리아 증식 속도가 빨라 식중독 위험도 크다. 가열을 통해 이 문제를 줄일 수 있지만, 채소마다 권장되는 조리 방식이 다르다. 식감과 소화만을 생각해 무조건 익혀 먹는 건 오히려 영양소를 버리는 일일 수 있다.

일부 채소, 생으로 먹어야 영양소 손실 적어

식탁 위에 피망, 시금치, 양파가 올려져 있다. / 헬스코어데일리

지난 4일 농민신문은 삼성서울병원 자료를 인용해 몇몇 채소는 생으로 섭취해야 더 좋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예가 피망, 양배추, 당근, 시금치, 고추, 양파, 마늘 등이다. 이 채소들에는 비타민C와 엽산 같은 수용성 비타민이 많다. 문제는 가열하면 이 성분들이 쉽게 파괴된다는 점이다. 수용성 비타민은 열과 물에 약하다. 끓는 물에 데치거나 볶을 경우 대부분 유실된다.

해조류도 마찬가지다. 김, 미역, 파래처럼 얇은 잎 형태의 해조류는 데치거나 익히면 엽록소와 비타민, 미네랄이 손실된다. 생으로 무침을 해 먹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물론 일부 성분은 익히는 과정에서 흡수율이 올라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토마토는 열을 가하면 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이 체내에 더 잘 흡수된다. 하지만 피망처럼 열에 약한 채소는 생으로 먹는 쪽이 유리하다.

특히 빨간색 피망은 비타민C 함량이 높다. 귤보다도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볶거나 데칠 경우,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 당근 역시 마찬가지다. 조리 시간이 길수록 손실량은 커진다. 같은 채소라도 조리법에 따라 섭취하는 영양소의 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생채소 섭취가 무조건 옳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영양 보존 측면에서는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생채소 먹을 땐 ‘세척법’이 중요

피망을 흐르는 물에 간단히 세척하고 있다. / 헬스코어데일리

생으로 먹을 경우, 가장 걱정되는 건 '농약'과 '이물질'이다. 농약 잔류량을 줄이기 위해 베이킹파우더나 식초를 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첨가제를 넣은 물과 일반 물의 세척 효과는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중요한 건 물 교체 횟수와 접촉 시간이다.

올바른 세척 방법은 간단하다. 물이 담긴 볼에 채소를 1분간 담가둔다. 그 물을 버리고 다시 새 물을 받아 손으로 저어가며 30초 정도 헹군다. 그 뒤에 흐르는 물로 한 번 더 씻으면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표면의 먼지와 잔류 농약 대부분이 제거된다. 뿌리채소나 겉잎이 많은 채소는 손으로 결을 따라 부드럽게 닦아주는 것이 좋다. 너무 센 물줄기는 오히려 표면에 상처를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정 부위에 농약이 몰려 있다는 속설도 검증된 바 없다. 예를 들어, 고추의 꼭지에 농약이 많이 남는다는 말은 근거가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분포돼 있을 수 있으나, 유독 어느 한 부위에 집중돼 있다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따라서 채소 전체를 고르게 씻는 것이 중요하다.

생채소, 피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생채소를 피하는 게 좋다. 대부분의 생채소는 칼륨 함량이 높다. 익히면 일부 빠져나가지만, 날 것으로 먹을 경우 몸에 그대로 들어온다. 건강한 사람은 소변을 통해 칼륨을 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신장이 제 역할을 못하면, 이 배출 과정이 원활하지 않다. 혈중 칼륨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면, 부정맥이나 심정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투석 치료를 받는 경우, 평소 식단에서 생채소와 과일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익힌 채소가 더 안전한 선택이다. 따라서 채소를 생으로 먹기 전, 본인의 건강 상태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이나 심장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칼륨 조절이 필요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위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생채소의 섬유질 때문에 복부 팽만이나 가스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엔 데쳐 먹는 편이 낫다. 특히 양배추나 시금치처럼 섬유질이 많은 채소는 조리가 필요하다.

채소, 목적에 따라 조리법 달라야 한다

당근을 기름에 볶고 있다. / 헬스코어데일리

영양 보존만 생각한다면 생채소가 낫다. 하지만 소화, 흡수, 안전성까지 감안하면 무조건 생으로 먹는 건 정답이 아니다. 어떤 채소는 오히려 익혀야 흡수율이 올라가기도 한다.

당근 속 베타카로틴은 기름에 조리할 때, 체내 흡수율이 크게 향상된다. 따라서 기름을 약간 두르고 볶아 먹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다.

브로콜리와 시금치는 데치면 섬유질이 부드러워져 소화가 잘된다. 데친 뒤 바로 찬물에 헹구면, 수용성 영양소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식단을 구성할 때는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하려는지, 소화를 돕기 위한 것인지, 해독 효과를 노리는지. 각각의 목적에 맞춰 조리 방식과 채소를 선택해야 한다. 같은 채소라도 날로 먹느냐 익혀 먹느냐에 따라 효과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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