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마디에 목표치 7배 늘린 ‘햇빛소득마을’… “또 외부 업자들 잔치 될라”
출력 제어 횟수 증가도 문제인데
8개월새 조성 목표 100→700곳
이미 외부 사업자 협동조합 급조에
이틀 교육 컨설턴트 자격 남발까지
진보 성향 민간 연구소마저 우려

정부가 ‘농촌 기본소득’을 표방하며 전국 확산을 추진 중인 ‘햇빛소득마을’을 연내 700곳 이상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9월까지만 해도 100곳을 조성하겠다고 했는데, 8개월 만에 목표치를 7배 늘렸다.
정부 통제를 안 받는 ‘유령 태양광’ 급증 리스크와 태양광 전력 과잉 생산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도 정부는 태양광 보급 속도전에만 정책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진보 성향 민간 싱크탱크마저 “2008년 ‘에너지자립마을’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100→700곳 목표 대폭 상향
기후에너지환경부는 7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김성환 기후부 장관 주재로 햇빛소득마을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연내 700개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햇빛소득마을은 주민 10명 이상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마을 내 유휴부지에 1MW(메가와트) 미만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운영하고, 그 수익을 나눠갖는 구조다. 정부는 올해 700개 이상을 시작으로 오는 2030년까지 전국의 햇빛소득마을을 25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기후부 출범 직전이던 작년 9월까지만 해도 이재명 정부의 2026년 햇빛소득마을 조성 목표치는 100곳이었다. 지난해 9월 16일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025년 10곳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6년 100곳, 2030년 500곳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보고를 들은 이 대통령이 “마음먹고 하면 수백 곳이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당시 환경부 장관이던 김성환 장관이 “만 개도 할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을 거들었다. 이후 정부의 햇빛소득마을 조성 목표치는 2026년 700곳 이상으로 7배나 상향 조정됐다.

◇유령 태양광, 출력 제어 문제 어쩌나
현행법상 1MW 미만 태양광 발전소는 정부에 발전량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 전국 햇빛소득마을에 설치될 발전 설비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정부는 이러한 비계량(자가용) 태양광 발전기의 발전량을 ‘추정치’로만 관리한다.
문제는 추정에만 의존하는 이 ‘유령 태양광’ 발전기가 전국 곳곳에 이미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깔렸다는 점이다. 기후부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가용 태양광 설비 용량은 2015년 671MW에서 2024년 4620MW로 약 7배 늘었다. 이 설비에서 전국 128만 가구(4인 기준)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인 5115GWh(기가와트시)를 생산한다.
현 추세대로면 오는 2040년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은 원전 19기의 연간 생산 전력량에 맞먹는 15만GWh까지 불어난다. 여기에 우후죽순 늘어날 햇빛소득마을까지 합치면, 엄청난 규모의 태양광 설비들이 정부 통제 시스템 밖에서 전기를 만들게 된다.
햇빛소득마을이 지산지소(지역생산 지역소비)를 추구한다고 해도, 관리 사각지대의 발전 설비는 전력 당국의 계통 관리 난도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면서 태양광 발전이 일제히 멈추면, 이 수요는 순간적으로 한전망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낮 시간대 전력 과잉 생산의 주범인 태양광 발전기 급증이 전력 수급 균형을 위한 고육지책인 ‘출력 제어’ 횟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발전기를 강제로 끄는 출력 제어 횟수는 2024년 27회에서 지난해 82회로 1년 만에 3배나 늘어났다.

◇이틀 교육으로 컨설턴트 자격 부여
햇빛소득마을 정책 자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진보 성향 민간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협동조합 3만2221개 중 ‘햇빛’을 포함한 조합은 320개이고, 이 중 38.4%인 123개가 올해(4월 8일 기준) 등록됐다.
연구소는 “협동조합 설립에 통상 수개월의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주민의 자발적 결성이라기보다 외부 사업자들이 지원 요건을 맞추기 위해 마을을 찾아다니며 급조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며 “공모를 위해 긴급히 구성된 협동조합이 사업 주체가 될 경우 마을 대다수 주민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햇빛소득마을 컨설턴트 양성 과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햇빛소득마을 사업 담당 컨설턴트는 전국 6개 광역권에서 단 이틀간의 교육만으로 자격이 부여되고 있다. 연구소는 “협동조합 안내와 육성은 물론 에너지 사업 전반에 걸친 전문적이고 다방면의 역량을 갖춰야 하는데, 이틀간의 교육이 그 모두를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사업 공모가 시작되자마자 외부 사업자들이 마을을 찾아다니며 협동조합을 급조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 흐름이 굳어지면 마을은 소외되고 공동체 갈등만 남겼던 2008년 ‘에너지자립마을’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기후부는 “외부 사업자나 외부 자금의 진입이 이뤄지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있고, 향후 선정 평가 과정에서도 이점을 주의 깊게 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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