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지역주택조합 피해자, 3개월 만에 투자금 전액 돌려받은 비결

/연합뉴스

[땅집고] 지역주택조합은 “원수에게나 권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임, 횡령, 사기 등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무주택자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검찰의 빠른 대처 덕분에 수백억원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뻔한 조합원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지킬 수 있었다.

지난 27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창원지방검찰청 집행과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 일대 아파트건설사업에서 지역주택조합 등의 배임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조합원들에게 투자금을 되찾아줬다. 사건이 해결된 지난 8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과 정유미 창원지검장에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지켜줘서 정말 감사하다”는 조합원들의 편지가 도착했다.

사건은 2020년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515가구를 건립하는 사업의 지역주택조합에서 시작했다. 2015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음에도 약 5년 동안 사업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업무대행사 운영자 최씨와 조합장 박씨가 결탁한 범죄행위 때문이었다.

최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중 배임, 사기, 횡령 등 세가지 혐의를 받았다. 지역 은행에서 20억원 가량을 대출받은 뒤 조합이 18억원 상당을 연대보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배임, 대출 사기 등을 저질렀다. 또한 조합이 98억원 상당의 토지를 255억원으로 부풀려 매입하도록 했다. 조합장 박씨는 최씨로부터 18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둘은 구속됐지만, 공사비 문제로 사업은 진행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매달 6억원에 달하는 이자가 발생해 조합원들이 입은 피해는 약 16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조합원 총 280명이 매달 210만원가량을 부담해야 하는 수치다.

사업 진행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창원지검이 발 벗고 나섰다. 지검 집행과는 5월 법원에서 확정된 추징금 117억원을 아파트주택조합 배임사건의 ‘범죄수익’이자 부패재산몰수법에서 정한 ‘범죄피해재산’으로 보고,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대상으로 판단했다.

창원지검은 추징금 전액을 피해자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대검찰청 범죄수익환수과에서 전담수사관 파견받는 등 심혈 기울였다.

집행과 직원들은 육아, 결혼식 등 만사를 제쳐두고 피해자 구제를 위해 힘썼다. 유사 사건 진행 사례 등 판례를 중심으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결국 특례법 등을 통해 ‘국가가 우선적으로 배당을 요청한 채권 추징금은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는 결론을 내고, 법원에 전액 배당 요청 의견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끝내 지난 8월 26일 창원지검은 법원으로 117억원 배당금을 수령해 30일 피해자들에게 전부 돌려줬다. 통상 수년이 걸리는 절차를 3개월만에 마무리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영호 창원지검 집행과장은 “검찰이 사실 수사 말고도 여러 기능이 있는데 피해자들의 다친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어 다행”이라며 “검찰은 앞으로도 적극 대처해 피해 회복을 돕겠다”고 밝혔다.

지역주택조합은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들이 모여 주택 마련을 위해 결성하는 단체다. 조합(조합원)이 사업 주체로서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비를 부담해 주택을 건설한다. 다른 재개발 방식과 비교해 절차가 간소하지만, 분담금 사기 등의 비리가 연이어 발생하며 “원수에게나 권하는 일”이라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다.

지난 8월 서울시가 지역주택조합 118곳 중 7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94건의 부정 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이에 시는 이달 25일까지 나머지 조합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글=이승우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