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車시험장에서 첨단의료단지까지…'中관광섬' 하이난의 변신

김현정 2026. 3. 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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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고습·고염 버텨라"…하이난 기후 활용한 車 성능 시험장 눈길
줄기세포 치료·항노화 앞세운 의료 단지엔 러시아·중동 큰 손 몰려
하이난 충하이시 하이난열대자동차시험장 (충하이[하이난]=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중국 하이난성 충하이시에 위치한 '하이난열대자동차시험장'의 고속 경사트랙. 기자가 시승한 차량이 시속 140㎞까지 속도를 높여 미끄럽고 경사진 노면에서의 주행 안전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2026.2.28

(충하이·보아오[하이난]=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중국 최남단의 섬인 하이난의 성도 하이커우에서도 남쪽으로 90여㎞, 차로 1시간 30분을 꼬박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고온(高溫)·고습(高濕)·고염(高鹽)'의 충하이시.

곳곳이 움푹 파이고 빗물이 고인 비포장 도로 위를 대형 트럭 한 대가 위태롭게 달린다.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경사 트랙에서는 시속 140㎞까지 속도를 높인 전기차가 질주한다.

위험천만해 보이는 이곳은 30가지 유형의 불량 도로를 조성해 차 내구성과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중국 최초의 자동차 시험기지 '하이난열대자동차시험장'이다.

지난달 28일 연합뉴스 등 외신기자단이 방문한 이 시험장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습열대 지역으로의 중국산 전기차 수출이 급증하면서 현지 판매 인증에 앞서 거쳐야 할 전략기지로 부상했다.

1958년 설립 이후 수십년 간 내연차 중심의 인증 시스템이 전부였지만, 최근 세계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맞춰 고전압 안전·충전 파일 관리 시스템·열관리·도하 시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자율주행차를 겨냥한 클라우드 플랫폼 시험 과정을 구축했다. 또 비·진흙·터널·결로 등 특수 시나리오 입출력 시스템도 조성했다.

하이난 충하이시 하이난열대자동차시험장 (충하이[하이난]=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중국 하이난성 충하이시에 위치한 '하이난열대자동차시험장'의 젖은 경사 도로에서 한 트럭이 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 2026.2.28

이 회사의 왕쉬안펑 부총경리는 "연간 2천여대 수준인 시험 차에서 전기차 비중은 60∼80% 정도"라며 "해가 갈수록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 폭스바겐을 비롯한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 조향, 제동 성능을 검증받으려는 한국 타이어 업체들도 고객사"라고 덧붙였다.

이 시험장이 연중 내리쬐는 강한 햇볕과 높은 습도, 부식을 부르는 바닷물과 바닷바람 등 하이난의 기후 조건을 적극 활용했다면,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 개최지로 유명한 하이난 보아오시에 최근 조성된 의료 특구는 해안가와 대형 면세점을 갖춘 관광과의 시너지를 노렸다.

보아오시의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는 의료·건강 산업의 메카로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러청 내에 20.9㎢ 규모로 2013년 지어졌다. 종합·전문 병원과 연구센터 등 의료기관 36곳이 입주해있으며, 전통 중의학 치료부터 난청 수술 등 특수의료, 항노화 등 분야를 다룬다.

중국 정부가 2024년 말부터 하이난 자유무역항의 수입 의약품, 의료기기에 대한 무관세 정책을 시행하면서 규모는 성장 궤도에 올랐다. 러청구에 따르면 지난해 선행구를 찾은 환자 수는 86만5천300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18% 증가했다.

하이난성 보아오시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 (보아오[하이난]=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시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에 위치한 메이싸이얼병원. 내외관이 리조트와 같이 꾸며져있다. 2026.2.28

줄기세포 치료를 비롯한 첨단 검진·정밀 치료 위주의 선행구 메이싸이얼병원(梅塞爾醫院)의 관계자는 "러시아, 중동 등의 부유층 고객이 많다"며 치료비는 질환에 따라 다르지만 회당 수천위안 이상이라고 전했다.

2024년 캐나다, 두바이, 인도네시아, 스페인, 러시아 등지에서 선행구를 찾은 방원객들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만2천위안(약 253만원)에 달했다.

언뜻 미용이나 성형 등 분야만 성행할 것 같지만 희소질환 환자들에게는 중국 본토에 정식 도입되지 않은 해외 의약품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중국은 정부 약품감독관리국(NMPA) 허가가 까다롭지만, 선행구에서는 하이난성 정부가 직접 특허약과 의료기기 판매 허가를 내주는 덕에 신약을 빨리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백반증 치료제 옵젤루라(Opzelura, 성분명 룩소리티닙)다. 선행구에서 이 치료제로 지난해 11월까지 8천명의 백반증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

하이난성 보아오시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 (보아오[하이난]=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시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에 위치한 메이싸이얼병원에 방원객들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가고 있다. 2026.2.28

다만 관광 산업에 주력하던 하이난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전기차, 의료 분야에 눈을 돌리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지 한인 사업가는 "세관 감독 시설이나 무관세 또는 낮은 세율 중심의 핵심 정책들은 실현됐지만, 제도적 깊이와 실행의 확실성, 비즈니스 환경의 정밀성 부족은 다국적 기업과 첨단 제조업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청 선행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특허약을 처방하는 날에는 수십, 수백명이 도시락을 준비해가며 줄을 서기도 한다"면서도 "그러나 치료 서비스와 연계할 고급 휴게 공간, 고객의 문화적 특색을 고려한 식당 및 레저 시설은 아직 초기 개발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뷰티, 웰니스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 발판이 되는 곳은 맞지만, 제도적 편의성과 지원은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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