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했던 제도·정책… '전세왕' 자양분으로 [경기도 어쩌다 전세사기 당했나·(2)]
하한 없는 소득 요건, 저금리가 오히려 독 됐나
대출 접근성↑ 전세금 확보 수월
보증보험 한도 공시가 140% 달해
"물량처분 위해 갭투자 유도 활발"
결국 전세사기 등 피해로 이어지고만 수많은 전셋집 보증금을 자본여력이 낮은 다주택 임대인이나 임차인들이 조달하는데 있어서, 정부와 금융 공공기관 등이 무분별하게 뒷받침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기본부는 지난 24일 발표한 '경기지역 연립·다세대 주택시장의 취약성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전세가격은 높은 수준에서 하방 경직적"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도내 연립·다세대 주택 등의 전세가격이 웬만해서 잘 떨어지지 않는 특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여기엔 너무 완화된 정부와 금융 공공기관 등의 대출 및 보증보험 제도와 저금리 정책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한은 경기본부는 보고 있다. 2년 전세계약 기간 만료와 함께 수많은 전세 피해가 터져 나온 2023년 무렵 전세계약들의 계약체결 시기인 2021년 전후로 예년과 달리 연립·다세대의 전세가율이 아파트 전세가율을 역전하는 현상(7월 25일자 12면 보도=무자본 갭투자 욕심이 세입자에 재앙 안겼다 [경기도 어쩌다 전세사기 당했나·(1)])도 벌어졌었다.
한은 경기본부는 보고서에서 "그간 전세자금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제외될 뿐 아니라 저소득층의 대출 접근성 보장 차원에서 차입자 소득 하한 요건이 없었다"며 "아울러 금리 인상 시기에도 2%대 저금리가 적용돼 저소득 임차인의 전세금 확보에 쉽게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은과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일반 예금은행의 금리가 2%대에서 5%까지 치솟던 지난 2021~2023년 정부의 일반·청년 버팀목대출 등은 2%대 낮은 금리를 유지했다. 대출을 위한 소득 요건도 수천만원에서 1억원대 상한만 있고 하한은 없었다. → 그래프 참조
이처럼 높게 유지되는 연립·다세대의 전세가율은 다주택 소유에 따른 임대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자본여력도 없이 무분별하게 주택을 사들이는 데 큰 도움을 주게 됐다.
뿐만 아니라 임차인들이 당시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들 때 보증금 한도가 주택가격의 100%(현재 90%) 또는 공시가격 140%(〃 126%)에 달할 정도로 높았던 터라, 임차인들이 비싸다고 느낄 수 있는 높은 전세가격임에도 굳이 이를 낮춰달라고 임대인에게 요구할 만한 요인이 적었을 거라는 게 한은 경기본부의 설명이다.
한은 경기본부 관계자는 "임차인 이외에 임대인들도 마찬가지로 자본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많은 연립·다세대를 사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신축주택 분양물량을 처분하려는 건축업자나 분양대행업자들의 갭투자 유도에 따른 것인데 특히 2021년을 전후로 이런 움직임이 활발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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