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대학생 아들 설득할때 좋은 디자인 나오더라”...국내 1위 차·카드대표에 들어보니

김민주 매경닷컴 기자(kim.minjoo@mk.co.kr) 2024. 9. 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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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이상엽 현대차 부사장. [사진 = 김민주 기자]
국내 1위 자동차 기업 간부와 전업 카드사 최고경영자(CEO)의 대담을 듣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이태원 한복판에 모였다.

금융, 산업, 경영 등 어렵고 심도 깊은 주제가 오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들은 대기업 수장이란 타이틀을 내려놓고 관객들과 눈높이를 맞춰 1시간 내내 ‘디자인’에 관해 웃고 떠들었다.

이들의 강연을 듣다보니 겉 포장지에 불과해 보였던 디자인은 고도의 브랜딩 전략과 기술력의 결집이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디자인은 회사가 추구하는 사업 방향성도 담고 있었다.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행사장 전경. [사진 = 김민주 기자]
지난 28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카드의 문화 융복합 행사 ‘다빈치모텔’에서 이상엽 현대자동차 부사장과 함께 ‘디자인을 대하는 태도, 디자인을 하는 태도’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 부사장은 소비자들에게 디자인의 가치를 설득시키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선 제품의 효율성, 기능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야하는데 이를 가장 시각적·직관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이 부사장은 “전 중학생, 대학생 아들 두 명이 있는데, 이들을 설득할 수 없으면 어디서도 설득을 못하는 것”이라며 “설득하는 과정은 디자인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깔끔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위해 차 내부의 물리적 버튼을 없애다 최근 다시 늘리고 있단 것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기에 안전과 직결되는 버튼은 눈을 감고 눌러도 정확히 눌릴 만큼 직관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 또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운송업 고객들에게 필요한 디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말 택배 알바를 뛰어보기도 했다. 그는 운송업자들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차를 몰고, 잠깐 15분의 쉬는시간 차에서 쪽잠을 자고, 차 문을 하루 60~80회 정도 열고 닫는 다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보고 깨달았다.

이 부사장은 “운송업자에게 차는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서 하루의 거의 전부를 함께 하는 생활공간이자 돈을 버는 도구”라며 “운송 작업을 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내부 이용 동선을 최적화하고, 편하게 차 안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한다면 그것보다 훌륭한 디자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예시로 알 수 있듯, 이 부사장에게 있어 디자인은 치열한 계산이 만들어낸 ‘안전’과 ‘편의’다.

다빈치모텔에서 가수 장범준이 버스킹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민주 기자]
정태영 부회장은 이 부사장의 의견에 동감하며, 현대카드가 디자인에 강점을 가져간다는 것이 결코 금융 경쟁력이 약하다고 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를 도울 수 있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며, 겉보기만 화려한 디자인은 결국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단 설명이다.

정 부회장은 “자동차나 카드 등 제품들이 디자인에 집중할 때 ‘이건 그냥 디자인 위주로 뽑았구나’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며 “어떤 요소가 너무 강조되면 사람들은 쉽게 특정 카테고리로 묶어버린다. 그래서 현대카드는 금융이 약하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디자인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빈치모텔은 현대카드의 경영 방향성을 가장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장이기도 하다.

매해 이태원 현대카드 구역(바이닐앤플라스틱·언더스테이지·뮤직라이브러리·스토리지·아트라이브러리) 일대에서 열리는 다빈치모텔은 방문객들이 쇼, 공연, 전시, 버스킹 등을 통해 예술, 학계, 경영, 테크 분야 리더들과 소통하는 자리다. 야외 공간에선 인디밴드와 유명 가수들이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고, 강연장에선 수학자와 스타트업 CEO, 셰프, 배우들이 권위를 내려놓고 관객들과 대화한다. 굿즈샵에선 평소 자주 이용하던 대형마트의 색다른 팝업스토어와 신생 술 브랜드의 시음행사로 이색적인 축제가 열린다.

다빈치모텔은 문화, 예술, 학문 모든 분야가 중구난방 뒤섞인 것 같단 평도 받지만, 그것이 현대카드가 바라는 반응이기도 하다. 카드를 단순 ‘금융 도구’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일상생활 곳곳에 배치시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겠단 포부로 해석된다.

현대카드가 온라인 혜택을 늘리는 동시에 오프라인 행사인 다빈치모텔을 매해 더 강화해가는 이유다. 고객경험은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통해 더욱 확장될 수 있다고 정 부회장은 재차 강조했다.

현대카드는 올해 행사장 인근 매장 총 73곳과 협업해 다빈치모텔을 이태원을 대표하는 지역 축제로 확장시켰다.

정태영 부회장은 “사람들이 온라인이 중요하다고 말할 때, 오프라인이 불필요하다는 오해를 하는데, 저는 온오프라인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며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에는 고객들의 편의, 필요, 회사의 치열한 경영 전략이 녹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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