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중국 시장 전용으로 공개한 전기 SUV ’일렉시오(Elexio)’를 보면 그동안 현대차가 얼마나 안일했는지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약 2,700만 원 미만이라는 파격적 가격에 웬만한 프리미엄 모델에나 들어갈 법한 기술들을 모조리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일렉시오의 핵심은 가성비가 아니라 ‘가치의 재정의’다. 중국 기준(CLTC) 1회 충전 주행거리 700km를 2,700만 원대에 구현한다는 것 자체가 기존 전기차 시장의 상식을 뒤흔드는 일이다. 이는 EPA 기준으로도 515km에 달하는 수치로, 같은 가격대 경쟁차들을 압도한다.

더 놀라운 건 안전성이다. 현대차가 ‘갓핸드(God’s Hand)’라고 명명한 고강도 강판 기술은 이미 제네시스에서 검증된 프리미엄 기술이다. 여기에 차체 전방위 360도 보강재와 플로어 빔 강화까지 더해 구조적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2,700만 원짜리 차에 이런 기술을 넣는다는 건 과거 현대차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기술적 완성도 역시 프리미엄급이다. 싱글 모터 214마력, 듀얼 모터 312마력이라는 출력 설정은 합리적이면서도 충분하다. 특히 BYD 자회사 핀드림의 LFP 배터리를 채택한 것은 현실적 판단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서스펜션에만 300회 이상의 재조정을 가했다는 대목은 현대차의 달라진 자세를 보여준다. 과거라면 적당히 타협했을 부분에서 끝까지 완성도를 추구한 것이다. “동급 최고 수준”이라는 자신감 있는 표현도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일렉시오가 ‘중국판 아이오닉 5’로 불리는 건 우연이 아니다. 아이오닉 5가 글로벌 시장에서 보여준 성공 공식을 중국 시장에 맞게 최적화했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델Y보다 작은 크기로 설정한 것도 중국 소비자들의 실용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다.

하지만 정작 아쉬운 건 이런 완성도 높은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와 BAIC의 합작 생산이라는 조건 때문에 한국 시장 출시는 요원하다.

올해 3분기 출시를 앞둔 일렉시오는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 BYD, 니오 등과 정면승부를 벌일 수 있는 핵심 무기가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각성’이 왜 중국에서만 나타나느냐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부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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