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정우성이 멋짐을 30년간 유지하는 법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3. 11. 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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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50)이 영화 '서울의 봄'으로 또다시 인생작 경신을 알렸다.

정우성은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22일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극장가 출격을 앞두고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꽃을 피웠다. 

'서울의 봄'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 12·12 군사반란을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스크린에 옮기며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인 뒤 폭발적인 호평을 받은 바, 실시간 예매율 50%를 넘어서며 그야말로 흥행 돌풍을 몰고 온 '서울의 봄'이다.

특히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과 다섯 번째 호흡으로 믿고 보는 신뢰감을 쌓아온 만큼, 어김없이 '서울의 봄'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인생 연기를 펼쳤다. 두 사람은 그간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 '아수라'(2016) 등에서 찰떡호흡을 과시해왔다. 여기에 '서울의 봄'엔 '아수라'의 또 다른 주역 황정민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한 전두광으로 열연, 막강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정우성은 장태완 전 수도경비 사령관을 모티프로 삼은 이태신 캐릭터로 완벽 변신했다. 장태완 전 사령관은 전두환,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의 하극상에 의한 12·12 군사 쿠데타에 맞서 끝까지 저항한 인물. 이에 정우성은 본연의 강한 신념으로 '나라 지키는 군인' 이태신의 강직한 면모를 고스란히 전달,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이태신은 꼭 정우성이어야 했다"라는 김성수 감독의 말처럼 싱크로율 200%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정우성은 '서울의 봄' 예매율 1위에 대해 "늘 어떤 작품을 할 때 바람은 있지만 예상은 할 수 없는 거 같다. 코로나19 이전이었으면 사실 이 정도 반응이면 어느 정도 예상이 될 텐데, 요즘 극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까 더 모르겠다. 그저 제발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며 덤덤한 자세를 견지했다. 

'서울의 봄' 결과물엔 그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우성은 "영화를 보고 난 뒤 기가 빨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도 연기하고 같이 참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김성수 감독님의 영화가 현장에서 캐릭터로 몰입했을 때의 감정 이상을 느끼게 하더라. 이태신을 연기했을 때와 또 다른 뜨거움을 느꼈다"라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전작 '헌트'(감독 이정재)가 한국 현대사를 재구성한 만큼, 혹여 캐릭터가 겹칠 것을 우려하여 '서울의 봄'을 한차례 고사했던 정우성. 이에 대해 그는 "김성수 감독님이 '서울의 봄'을 만드신다고 했을 때, 처음엔 모니터링을 부탁하셨다. 감독님이 모든 작품을 할 때 저와 함께하든 안 하든 원래 모니터링을 부탁하신다. 처음엔 그냥 '무척 어려운 작품 하시네' 하는 생각으로 봤다. 이후에 '아 나한테 오겠구나' 예상이 됐는데, '헌트' 촬영이 끝난 뒤라 아무래도 비슷하게 보일 여지가 있어서 부담이 됐다. 그래서 감독님께 괜찮으시겠냐 여쭤본 것이었다. 감독님이 괜찮다고, 그렇게 보이지 않게끔 만들 것이라고 하셨다. 대의명분으로 움직인 '헌트' 김정도와 달리 이태신은 인간의 고뇌도 담긴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 결정에) 시간을 끌었다. '밀당'이라고 하죠(웃음). 당연히 할 건데 이거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랬다"라고 유쾌하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부담감은 없었을까. 정우성은 "모티프가 있지만 어쨌든 상상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팩트 안에서 이태신을 어떻게 그려봐야 할지에 대해 생각했다. 오히려 (실화를) 배척하려 했다. 물론, 공부할 때도 있지만 이 이야기는 떨어져서 이태신을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데 집중했다"라며 고심의 흔적을 엿보게 했다.

정우성은 오죽하면 대머리 분장을 한 "황정민이 부러웠다"라고 말할 정도로, '서울의 봄'에 진심이었다. 그는 "가면을 페르소나라고 하지 않나. 가면 뒤에 숨을 수 있으니까 (황정민이) 부럽더라. 분장을 한 사진에서부터 (황)정민 형의 기세가 느껴지더라. 저는 끽해야 흰머리만 붙이는 정도였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이태신 역할에 대해선  "전두광이 자기감정에 충실하고 폭주하는 반면, 이태신은 극적인 요소에서 해법을 찾을 수 없었다. 반응하고 지켜보기만 하고, 답답함이 있었다. 안갯속에서 혼자 머물러 있으면 안 되니까 계속해서 가긴 가는데 그 길이 어느 방향인지도 모르고 가지 않나. 감독님이 전두광이 불이라면 이태신은 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셔서, 유연함을 갖기 위해 그리고 차분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감정적인 전두광의 폭주에 맞서서 부딪히는 게 아니라,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고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그런 대응을 보여주려 했다. 다행히 '정우성이라는 바다에 황정민이라는 고래가 헤엄치는 느낌'이라는 평을 들어서 감동적이었다"라고 전했다.

높은 싱크로율에 관한 호평에 대해선 "'멋짐'은 제3자가 보고 멋지다고 평가하는 거지, 저는 '이태신은 이게 멋이야' 하고 찾아간 건 아니었다. 이태신을 준비하며 감독님이 자꾸 제 UN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한 인터뷰 때 사진을 보내주셨다. 저는 '이건 난데 나한테 뭘 바라시는 거야' 싶었지만, 감독님은 '난 이태신이 이랬으면 좋겠어' 하셨다. 이런 자세를 요구하셔서 닮은 부분이 있다면 인터뷰할 때의 신중함을 이태신에게 넣었다"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정우성은 "'멋짐'을 의식하는 순간 멋이 없어진다. 멋을 연기하는 순간 다 날아가더라. 그냥 그 감정에 충실하면 된다. '나 스타야' 하고 스타성을 의식하고 다니면 사람들이 '스타병' 걸렸다고 다들 아실 거다"라고 원조 꽃미남 스타다운 품격을 과시했다.

김성수 감독은 정우성에게 어떤 존재일까. 정우성은 "애증의 관계"라고 표현하면서 "김성수 감독님은 제게 처음으로 영화 작업이 무엇인가 깨우침을 주시고, 동료로서 인정해 주신 분이다. 그래서 저에게는 김성수 감독님이 늘 최고의 연출자, 선배이자 동료이다. 그리고 아주 귀찮은(웃음). 정말 사랑하는 감독님이다"라고 특급 애정을 보였다.

이번 '서울의 봄' 작업에 대해선 "많은 배우를 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게 하는 걸 보고 감독님이 참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감독님의 능력이신 거 같다. 집요함, 에너자이저 면모에 놀랐다"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감독님이 '서울의 봄'을 통해 어떤 사건의 결말을 보여준다기보다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하려 하신 것 같다. 사건의 승패를 다루려 하지 않는 게 느껴져서, 저도 이태신이라는 인간이 자기 본성에 충실해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작품의 묵직한 메시지를 강조했다.

황정민과 재회 소감을 묻는 질문엔 "새삼 교감을 많이 느꼈다"라고 남다르게 말했다. 정우성은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나도 독립적인 자아들끼리의 만남이기에, 섞이기 쉽지 않다. 제가 형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정민 형은 진짜 '형'인 것 같다. '아수라' 때 정민 형에게 '형이라서 좋다'라는 말을 했다. 형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 이런 게 제 성향과 잘 맞았다. 이번 '서울의 봄'에선 저 불에 어떻게든 안 타 죽어야지 하며 진짜 관찰을 많이 했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무려 30년째 롱런 중인 정우성. 그는 원동력을 묻는 말에 "그냥 이 일에 감사한 거 같다. 요즘엔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있긴 하지만 어떤 작품이든 현장이 즐겁고, 그러다 보니 계속 이어 붙은 거 같다. 그 생각은 든다. 시간이 주는 작업에서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는. 되돌아보면 현장에 대한 설렘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말 큰 행운이다. 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이니까, 적성에 맞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게 무척 감사한 거다"며 변함없는 초심을 나타냈다.

그는 "저는 아직도 경력이 스스로 체감 안 되고, 저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죽기 전까지 날 찾아가는 것. 저도 궁금하다. 난 어떤 사람으로 끝을 낼지"라는 열의를 되새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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