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인 탈리, KGM 액티언 디자인 칼럼
지난 7월 15일, KGM은 신차 '액티언'의 공식 사진을 공개하며 사전예약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액티언은 작년 2023년부터 꾸준히 언급되어 왔던 'j120' 프로젝트의 확정된 차량 명이다. j120 프로젝트는 토레스의 섀시와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쿠페'로 출시될 예정이었다. 지난 1분기에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 디자인의 일부가 노출되며 '토레스 쿠페'라는 이름으로 화제를 이끈 바 있다. 사전예약 당일에만 1만 6천 대의 문의를 넘어서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엔진과 파워트레인은 토레스와 동일한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 전기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 모델까지 라인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쌍용 자동차 시절의 '액티언'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시판되었던 준중형 SUV였다. 바디온 프레임 형식과 후륜구동을 기본으로, 뉴코란도의 후속 포지션을 담당한다. 액티언은 '행동'과 '젊음'의 합성어로 진취적인 디자인을 추구한 바 있다. 특히 '쿠페형 SUV'라는 유행이 탄생하며 액티언은 재조명을 받게 된다.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곡선형의 C 필러 디자인을 택했기 때문, 따라서 토레스 쿠페에 '액티언'이라는 이름을 부여한 건 헤리티지 마케팅 전략에 가깝다. 이번 글에서는 제2세대 액티언의 디자인을 분석해 본다.
차세대 액티언의 근간이 되는 토레스는 'Powered By Toughness'라는 철학으로 디자인되었다. 전성기 시절 쌍용차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레트로 스타일링의 유행과 합리적인 SUV라는 제품성으로 출시 당시 큰 인기를 누린다. 원래 토레스는 기존 준중형 SUV였던 코란도의 롱바디 모델로 준비되었다고 한다. 즉, 코란도와 동일한 섀시와 엔진, 파워트레인으로 개발된 차량이었다. 그럼에도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반전적인 판매 실적과 흑자전환을 이루어낸 결과는 완성차 산업에서 '디자인의 힘'을 입증한 셈이었다.
기성세대에게 쌍용차는 'SUV의 명가'였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 쌍용차의 과거를 회상하는 소비자들에게 토레스의 디자인 언어는 최적의 마케팅 수단이었을 수 있다. 실제 50대의 판매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단, 20대에서 30대 사이의 MZ 세대 소비자들도 새로운 자가용으로 토레스를 많이 선택했다. 젊은 세대의 소비자들은 패밀리카의 목적보다도 아웃도어 활동을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차량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 토레스가 추구하는 '터프함' 내지는 SUV스러운 디자인은 브랜드 고유의 '정통성'을 일깨우는 수단이었다. 과거의 쌍용차를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통할 수 있는 전략이다.
신형 액티언의 디자인은 토레스의 단순한 파생형이 아니다. 물론 자금력의 한계로 섀시와 엔진, 파워트레인은 기존 토레스의 차대를 거의 유사하게 활용했을 것이다. 디자인만큼은 기존 토레스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기존 토레스의 디자인이 쌍용차 시절의 '과거'를 형상화했다면, 액티언은 KGM의 '미래'를 반영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토레스는 신차효과가 빠진 이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황이다. 디자인으로 시장의 관심을 일으켰지만 실질적인 품질은 아직 정체되어 있는 셈, 특히 토레스가 레트로 스타일 디자인을 추구한 바 있기에 잠재수요는 꾸준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액티언은 정통파 SUV가 아닌 세련된 '크로스오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기획된 셈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UV에 '곡선형 D 필러'만을 첨부하면 쿠페형 SUV라는 수식어를 덧붙일 수 있었다. 요즘 트렌드에는 쿠페형 SUV의 정의가 사뭇 다르다. '쿠페'라는 명목하에 기존 SUV의 틀을 깨는 과감한 스타일링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독특한 D 필러뿐만이 아니라 디자인을 과시할 수 있는 많은 디테일들을 첨부한다. 쿠페형 SUV라는 시장이 너무 과열되기도 했고, 오히려 어설픈 바디 셰이프를 지닌다면 실용성만 망치는 셈일 수 있다. 굉장히 도전적인 시장이다.
액티언의 전면 디자인은 토레스와 레이아웃을 공유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들은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헤드램프를 보면 양측의 DRL 라인은 기존 토레스와 유사하다. 대신 중심부의 세로형 그릴을 배제하고, 태극기의 건곤감리 형상을 새긴다. 쌍용차가 KG 그룹에 인수되면서 국내 자동차 3사 중 한국 토종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너무 촘촘한 패턴은 복잡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지만, 스타일링의 과잉을 추구하는 쿠페이기에 허용할 수 있다. 또 기존 토레스의 헤드램프 디자인은 겨울철 '눈 쌓임' 형상으로 탈을 겪은 바 있는데, 액티언은 헤드 램프를 범퍼로 옮겨 문제점을 해결한 듯하다.
헤드 램프가 탑재된 범퍼는 전반적으로 세련미가 강조되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범퍼 사이로 최대한 숨기듯이 디자인 했고, 토레스에 적용되었던 가니시나 견인고리 같은 오프로더의 액세서리들을 전부 배제했다. 양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DRL 디자인의 특성상 빈약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액티언은 범퍼 양 끝단에 넓은 면적의 가니시를 부착하면서 탄탄한 이미지를 강조하게 된다. 사진상으로 보면 언더바디 패널도 플라스틱이 아닌 유광 검은색으로 마감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 면적 자체도 좁아졌지만, 바디 클래딩을 강조하던 토레스의 디자인 기법과 대비되는 또 한 가지 디테일이다.
원래 쿠페형 SUV의 핵심은 측면 디자인이다. 다만 액티언의 측면 디자인을 보면 예상보다는 C 필러가 소극적으로 변형되어 있다. 앞서 서술한 내용처럼 전반적인 스타일링의 세련미에 초점을 둔 셈이다. 기존 토레스와 보닛 길이는 비슷해 보이지만, 루프가 훨씬 길어지고 C필러도 패스트 백 스타일로 가파른 각도를 지니면서 훨씬 역동적인 실루엣을 보인다. 프런트 오버행도 기존보다 감소한 반면, 리어 오버행을 연장하여 날렵함을 연출한다. 루프라인도 완만히 낮아지는 경사를 품는다. 그런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하여 크롬 가니시를 도어 상단에 부착했고, C필러 가니시도 스타일 감각을 더한다.
실제로 액티언의 전장은 토레스 대비 100mm나 늘어났지만 전고는 낮다고 한다. 액티언의 역동적인 실루엣은 수치상으로도 증명되는 셈이다. 그리고 범퍼 디자인과 같이 바디 클래딩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해 준다. 토레스와 비교하자면 아치형의 휠 하우스 면적부터가 좁아 보인다. 지상고도 낮아 보이는 반면, 휠 인치는 더욱 크게 조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디 클래딩이 최소화된 대신, 프런트 범퍼부터 리어 엔드를 연결하는 차체 하단의 검은 띠가 부착되었다. 이는 사선형으로 상승하면서 액티언의 공격적인 스탠스를 강조해 주는 역할이다.
리어 엔드는 토레스와 스타일링을 공유하지 않는다. 뒷모습을 변형시키는 것은 파생형 크로스오버들의 기본 소양이기도 하다. 토레스는 C필러 끝부분에 검은색 가니시를 부착하여, 뒷유리가 마치 '랩 어라운드 스타일'로 보이도록 유도한다. 뒷유리의 모서리 라인을 심리스하게 마감된다. 테일램프를 최대한 얇게 디자인하고, 라이트 커버를 일체화하면서 역시 간결한 인상을 남긴다. 아마 제동등과 후진등은 쿼터패널 양 끝에 배치된 것으로 예상된다. 태극기의 건곤감리 형상을 각인시켰다. 전후면 디자인의 통일감을 제시하면서도 전면에 비해 깔끔한 구성이다. 테일램프 가니시 커버는 측면의 검은 띠 스타일링과 연결된다.
전체적으로 '간결함'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테일게이트는 뚜렷한 굴곡 없이 밋밋한 금형으로 사출되는데, 주변에 배치되어 있는 디자인 요소들 덕분에 적절한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범퍼에는 큰 크기의 디퓨져가 부착된다. 당연히 언더 패널까지 깔끔한 도장면을 지닌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리어 오버행과 함께, 후면에서 느껴지는 차체 높이를 최대한 낮아 보이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액티언의 후면 디자인은 SUV의 '정통성'에 초점을 두었던 토레스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일 수 있다.
실내 디자인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도 매스컴에 노출된 정보에 따르면 더 뉴 토레스와 거의 유사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가장 큰 차이는 스티어링 휠이라고 한다. 윙 타입 엠블럼이 사라지도 KGM 레터링 로고가 부착된다. 휠 형상도 D 컷이 아닌 육각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형된다. 그 외 대시보드 디자인 자체는 큰 특징 없이 간결하다. 와이드 스크린과 토글 타입 변속 레버가 활용된다. 디지털 친화로 인해 모든 자동차 제조사의 실내 디자인이 획일화되고 있다. 어쩌면 후발주자에겐 기회가 될 수 있고,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디지털 UI에 더욱 투자해야 할 필요가 강조된다.
전체적으로 쿠페형 SUV만의 감성을 잘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아치 형태의 휠 아치와 탄탄한 볼륨 라인, 누가 보아도 날렵하게 뻗어있는 루프라인은 쿠페형 SUV만이 강조할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이다. 특히 토레스와 같은 뼈대를 공유하면서도 차체 비례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토레스는 원래 비율적으로 세련된 SUV가 아니었다. 레트로 감성을 접목함으로써 자연스레 태생적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액티언은 그런 토레스의 차대를 또 한 번 활용하면서, 전고를 낮추고 오버행을 늘리는 방식으로 현대적인 비율 감각을 실현할 수 있었다.
정통성에 이탈하고 세련미를 강조한 액티언의 디자인이다. 한국 최초의 쿠페형 SUV라는 명목으로 재조명을 받았던 초대 '액티언'도 이따금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 19년의 시간이 흘러 새롭게 공개되는 차세대 액티언도 '쿠페형 SUV'라는 명목을 앞세워 합법적인 디자인 탈리를 추구한다. 토레스는 과거 쌍용차의 정통성을 되살리면서, 현 KGM의 훌륭한 성장 동력이 되었다. 만약 액티언이 중형 크로스오버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혁신적인 SUV 제조사라는 타이틀까지 노려볼 수 있다. 중형 SUV는 거대한 시장 규모를 지닌 만큼 심심하고 대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쿠페형 SUV를 지향한 액티언의 역량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글 / 사진: 유현태
솔직하고 막나가는 자동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