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할 동안 옆방에 있어 달란 친구…영화 '룸 넥스트 도어'

오보람 2024. 10.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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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감독은 배우와 함께 묶여 연상되곤 한다.

두 배우는 실제로도 1960년생 동갑내기로, 한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올해 제81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스윈턴과 무어는 그저 배우가 아니라 기념비적인 존재"라며 "영화를 만드는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는 기적을 최초로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인데, 두 배우가 그런 기적 같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룸 넥스트 도어'는 이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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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턴·줄리앤 무어 호연…베네치아 황금사자상 수상작
영화 '룸 넥스트 도어' 비하인드컷 줄리앤 무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틸다 스윈턴(왼쪽부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어떤 영화감독은 배우와 함께 묶여 연상되곤 한다.

봉준호 하면 송강호, 김성수 하면 정우성이 곧장 떠오르는 식이다.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경우 페넬로페 크루스,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감독이다.

주인공이 여자라면 크루스가, 남자라면 반데라스가 주연을 맡아 수십 년간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르소나가 됐다.

그러나 신작 '룸 넥스트 도어'에는 두 사람 모두 나오지 않는다.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할리우드의 대표 연기파 배우인 틸다 스윈턴과 줄리앤 무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알모도바르 감독의 첫 영어 장편인 이 작품에서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다가 재회하게 된 친구 사이를 연기했다. 두 배우는 실제로도 1960년생 동갑내기로, 한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잉그리드(줄리앤 무어 분)가 젊은 시절 뉴욕 잡지사에서 일하며 우정을 나눴던 마사(틸다 스윈턴)를 암센터에서 만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사는 세계 곳곳을 누비는 종군기자로 활약했으나 갑작스레 암에 걸려 야윌 대로 야윈 몰골로 변해 있다.

영화 '룸 넥스트 도어' 속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를 더욱 참을 수 없게 하는 건 온몸이 암세포에 잠식돼 가는 와중에도 펄떡펄떡 뛰는 심장이다. 마사는 바늘구멍 같은 생존율에 기대 힘겨운 항암치료를 견딜 바에 스스로 심장 박동을 멈추기로 한다. 약물을 이용해 존엄하게 죽음을 맞겠다는 것이다.

마사는 잉그리드에게 자신이 죽어갈 동안 옆방에 머물러 달라고 부탁한다. 오랜 친구의 마지막 소원을 거절할 수 없는 잉그리드는 마사가 죽음의 장소로 택한 전원주택으로 들어가 같이 시간을 보낸다.

잉그리드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마사의 방문부터 확인한다. '닫힌 문'은 마사의 죽음을 뜻하는 이들 사이의 표식이다. 얼마 안 가 방문이 닫힐 것을 알기에 마사와 함께하는 시간은 잉그리드에게 더없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의 장편소설 '어떻게 지내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른 죽음관을 가진 마사와 잉그리드의 입을 빌려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러닝타임이 100여분에 불과하고 스토리도 두 사람의 대화에만 의지해 나아가지만, 인생의 유한함과 죽음의 가치를 깊이 있게 통찰한다.

산다는 것이란 무엇인지를 들여다본 '페인 앤 글로리'(2020), '패러렐 마더스'(2022) 등을 잇따라 내놓은 알모도바르 감독의 고민이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지는 느낌이다.

영화 '룸 넥스트 도어' 속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알모도바르 감독 특기인 화려한 색감과 매끈한 플래시백은 영어 영화인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특히 숭고미가 느껴지는 마사의 마지막 장면은 오랫동안 관객에게 기억에 남을 듯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진정으로 완성하는 것은 스윈턴과 무어의 연기다. 격정적인 표현 없이도 미세한 떨림이나 표정, 손짓이 마사와 잉그리드가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전달한다. 두 대배우가 한 화면에서 말을 주고받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람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올해 제81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스윈턴과 무어는 그저 배우가 아니라 기념비적인 존재"라며 "영화를 만드는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는 기적을 최초로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인데, 두 배우가 그런 기적 같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룸 넥스트 도어'는 이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시사회 당시 장장 18분에 달하는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다.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사상 가장 오랫동안 나온 기립박수였다.

10월 23일 개봉.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룸 넥스트 도어' 비하인드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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