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Tigers] KIA 타이거즈 이호민

산군의 야심

예로부터 호랑이는 ‘산군(山君)’이라 불렸다. 산을 호령하는 임금이자, 땅 위의 어떤 존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 말이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지닌 호랑이는 한반도의 팔도강산에 드리운 산의 더없이 당당한 주인으로 군림했다. 그리고 무등산 인근의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홈구장으로 하는 KIA 타이거즈는 이런 호랑이의 거대한 기운을 이어받았다. 선수들은 맹렬한 기세를 뿜고, 관객은 뜨거운 열정으로 응원을 보낸다. 오랜 세월 산에서 정상을 지켜 온 호랑이가 초원으로 향해 그곳마저 지배하기 시작한 세월이 벌써 45년. 2027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명맥을 이을 신인 호랑이가 된 이호민은 어느새 ‘타이거즈 정신’으로 완전히 무장된 상태였다. ‘승리를 향한 갈망과 어떤 일로도 무너지지 않는 강단은 스포츠 선수로서 가져야 할 필수 정신’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내던 그. 이제 막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어린 호랑이는 어떤 발자취를 남기게 될까. 산군의 야심이 향하는 곳, 그 끝에는 자신이 직접 호령할 그라운드가 기다리고 있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iin Lee Location Busan Camedia Studio

2027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의 근황은 어떤가요? (10월 8일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경남고등학교 이호민에서 KIA 타이거즈 이호민이 된 ‘신인 호랑이’ 이호민입니다. 아직 의무 출석 일수가 남아서 학교를 꼬박꼬박 나가고 있어요. 127일 중에 딱 이틀 남았는데, 그래도 학생이니까 계속 등교해야죠. 모의고사는 안 보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정규 시험은 마저 치를 거예요.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181호(26년 5월 호)에서 만났었는데 이렇게 금의환향(?)한 소감이 궁금해요.
출연 이후에 KIA에 입단도 했고, 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청소년 대표로 가서 금메달도 따 왔잖아요. 뜻깊은 경험을 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신인 호랑이

당시 ‘서로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박보승을 ‘부모님 같은 존재’라고 했었죠. 이 내용으로 서로 대화한 적 있어요?
보내 주신 잡지를 읽어 보긴 했는데 그 내용으로 대화한 적은 없어요. 저희는 그냥 의지할 때는 의지하고, 칭찬할 때는 칭찬해 주는 그런 담백한 관계거든요.

둘이 중고등학교 내내 붙어 다녔는데, 이제 다른 팀이 됐네요. 허전하진 않을까요?
어릴 때부터 계속 함께한 사이라 갑자기 없으면 허전할 것 같긴 해요. 그래도 각자 위치에서 잘하다 보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걱정보단 열심히 하는 것만 생각했어요. (아까 마주쳤을 때 서먹해 보이던데 벌써 어색해진 건 아니에요?) 에이, 이미 엄청나게 친한 사이인데요. 아무 말 안 하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거죠.

선수와 팬이 하나 되는 뜨거운 응원 문화에 반해 야구를 시작했다고 했는데, 야구를 무척 사랑하는 도시인 광주로 향하게 됐어요.
광주 팬분들께서 환호도 잘해 주시고 함성도 크게 보내 주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 응집력 있는 관중 앞에서 뛸 생각에 기대가 돼요. 제가 잘했을 때를 상상하면 더욱요. (‘응집력’은 고급 어휘인데요?)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그런 단어가 나오네요. 올해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별로 읽지 못했지만요.

맛집도 미리 찾아봤다고요. 점 찍어 둔 메뉴나 식당 공유해 주세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근처의 ‘청와대’라는 중국집이 유명하더라고요. 나머지는 차차 알아가 볼게요.

롤 모델로는 KIA 타이거즈 박재현을 꼽았어요.
선수단 중 어린 편인데 나이 차이가 나는 선배님들 앞에서도 본인의 플레이를 자신 있게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아쉬움을 표시하지만, 반대로 좋을 때는 팀 분위기를 이끄는 활력소 역할을 하시잖아요. 그런 점을 닮아서 더그아웃 분위기 리더가 되고 싶어요.

박재현이 본지와의 인터뷰(26년 7월 호)에서 밝히길, 팀에서 본인 혼자 압도적으로 활발하다고 했거든요. 따라갈 수 있겠어요?
저는 평소 텐션이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야구장 안에서는 파이팅 넘치는 스타일이긴 해요. 근데 혼자서 분위기를 주도할 정도로 따라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박재현이 야구장에서 보여 준 모습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었을까요?
어제가 마침 사직야구장 경기라 중계를 봤는데, 첫 타석부터 홈런으로 시작하시더라고요. 하필이면 상대 투수가 경남고 졸업생이신 김태균 선수라, 언뜻 아쉽다가도 박재현 형이 치신 거라 신나기도 한 양가감정이 들었어요. (이제 KIA를 응원하면서 야구를 봐요?) 원래 KBO리그 경기를 잘 보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챙겨 보고 있어요. 요즘 KIA가 야구를 무척 잘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더 보는 맛이 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호(虎)민삐

지명 소감을 잘 외워 갔던데 언제부터 준비했어요?
구단이나 매체 인터뷰를 할 때는 인터넷과 AI의 힘을 빌렸다고 얘기했는데, 그건 웃기려고 한 말이었고요. 사실은 일주일 정도 부모님과 함께 수정하면서 준비했어요. (소감에 언급된 쌍둥이 동생은 뭐래요?) 동생이 소감 관련해서는 아무런 말도 안 하던데요. 그냥 축하한다는 얘기만 해 주더라고요.

무척 긴장한 듯싶던데, 인생에서 몇 번째로 긴장한 이벤트였어요?
뽑히기 전까진 긴장했는데, 그래도 이름이 불리고 난 뒤엔 괜찮았어요. 무대에 올라갔을 때는 다들 주목해 주시고, 어차피 제 말을 들어 주시는 상황이니까 편하게 하려고 했고요. 팀이 정해졌으니, 관계자분들께 진심을 전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한다는 긴장감은 인생 첫 번째였죠.

현장의 아기 호랑이끼리 너무 어색하던데요.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나요?
경기를 한 번씩 다 해 봐서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마주한 건 처음이라 어색하더라고요. 그래도 인스타그램은 다 팔로우했어요! 광주일고 출신의 김선빈이라는 친구랑은 원래도 알고 지내서 연락도 나누고 있고요.

지명 이후에 축하 연락을 해 준 선배도 있나요?
선배님들은 워낙 평소에도 잘 챙겨 주시는데요. 축하 연락도 정말 많이 해 주셔서 모두 다 말씀드리기 곤란할 정도예요.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신인 선수 팬 인사는 물론, 호마당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일지 기대하는 팬이 많더라고요.
원래 신인 선수 인사 날 아일릿의 ‘It’s Me’를 추기로 예고했는데 다른 걸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뚜렷한 계획은 없지만 요즘 유행하는 밈이나 챌린지를 하지 않을까 해요. ‘L을 가져가’ 같은 거요. 아이돌 춤을 준비해 가면 선배님들의 적막이 찾아올 것 같아서요. 근데 호마당에 신인도 나가는 건가요? 그럼 그때 유행하는 걸로 열심히 준비해 보겠습니다!

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때 올린 릴스 때문에 ‘경남고는 삐에로를 키우는 거냐’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원래 자주 그러고 놀아요?
보승이랑 저는 자주 그렇게 놀아요. (안)우석이는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고요. 평소에도 영상을 찍는 건 아니고, 춤은 종종 춥니다.

촬영은 몇 번 만에 성공했어요?
협회에서 그런 영상을 찍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셔서 레퍼런스를 받았고, 외운 뒤에 단번에 성공했죠. (엄)준상이가 찍어 줬는데 워낙 잘 찍은 데다가 편집으로 잘 살려 주셔서 완성도가 높았어요.

반응도 확인했어요?
영상이 올라온 시점이 슈퍼 라운드 일본전 3시간 전쯤이라, 정작 경기에서 못하면 악플이 달릴까 봐 ‘잘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경기에서 홈런을 쳐서 그런지 좋은 댓글들이 달려서 안도했어요. 춤에 대한 칭찬이라든지, ‘잘했다’ 이런 내용이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대표팀 소집 후 울산 웨일즈와의 평가전에서 첫 타석 병살타 이후 3안타를 쳤어요. 첫 타석을 마친 뒤 뭘 했나요?
처음부터 득점권 타석에 들어간 거라 마음이 급해 초구부터 돌린 결과가 병살타였어요. 다음 타석부터는 신중하게 쳐 보자는 마음으로 임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됐죠.

한일전을 마치고 한 인터뷰에서 경기 직전까지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고 했어요.
시즌을 치르며 부진한 와중 대표팀에 합류했고, 평가전 때도 타격감이 계속 별로였어요. 소집된 후에 훈련하는데 감독님께서 간결한 스윙을 가져가자고 조언해 주셔서 연습하다 보니 서서히 감이 오르는 게 느껴졌어요.

대회에선 콜 플레이 미스가 있었죠. 경기 중 나오는 실수는 어떻게 떨쳐 내려 하나요?
에러를 하면 당연히 어느 정도 타격감은 있어요. 하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본다면, 타격으로 해결하면 될 일인 거죠. 잘 잡으면 당연히 최고겠지만, 만약 공을 놓치더라도 ‘다음엔 잡아 주자’, ‘점수를 더 내면 된다’라고 되뇌면서 빠르게 떨쳐 내려 해요.

지난 인터뷰 때는 3루수로서 송구의 정확성을 보완할 거라는 답변을 했었어요. 성장이 느껴지나요?
실제로 실수가 확 줄었어요. 지난 인터뷰 이후로는 실책이 단 한 개도 없을 정도로요!

좋은 장점이 있는 선수를 보면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도움을 얻는 스타일인가요?
제가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면 잘하는 친구들에게 가서 뭐라도 배우고 싶죠. 동기 우석이랑은 포지션이 같아서 훈련도 함께 하고 가까운 위치에 있잖아요. 캐치볼이나 펑고를 하면서 이번 건 어땠냐고 서로 묻고 별로인 점이나 좋은 부분을 서로 피드백해 주면서 상당히 늘었어요.

#제1의 이호민

내년이면 성인이 되잖아요. 어른이 되면 이루고 싶은 로망이 있을까요?
스무 살이라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 않나요? 성인이 된다고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고요. 대단한 걸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봐요. 항상 하던 대로 제 삶을 살아가려고요.

남은 고교 시절 동안 학생 신분으로 해 보고 싶은 건요?
곧 팀에 합류해야 해서 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에요. 몸도 만들어야 해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요. (그래도 잠깐 바람 정도는 쐴 수 있잖아요.)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는 있어요. 근데 거의 매일 운동을 해 온 습관이 남아서 짧게 2박 3일 정도만 다녀오려고요.

프로에서 야구를 배울 때 꼭 지키고 싶은 자기 거 하나, 기꺼이 바꿔 볼 수 있는 부분 하나를 고른다면요?
먼저 1군 선수들의 변화구 각을 보는 팁을 배우고 싶어요. 속도가 빠른 변화구부터 느린 것까지 있으면 어떤 구종을 어느 정도 타이밍에 맞추면 좋을지 궁금해요. (혹시 ‘공 보고 공 치면 된다’라는 조언은 어떻게 생각해요?) 무슨 말인지 알 듯해요. 타격이라는 게, 공이 날아오는 시간이 되게 짧은데 복잡하게 생각하면 결국 좋은 타구를 생산해 낼 수 없을 거잖아요. 단순하게 접근해서 공이 오면, 그 공을 보고 친다는 방식이 이론상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과까지 잘 낼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지만요.

하현승의 공을 유독 어려워했었잖아요. 다시 맞대결할 땐 어떤 결과를 만들고 싶나요?
그래도 이번 시즌 전반기, 후반기에 제가 두 번 다 안타를 쳤기 때문에 올해 전적에서는 앞섰습니다. 만약 프로에서 만나게 된다면 현승이는 남자답게 들어올 확률이 크기 때문에, 직구를 노려 보겠습니다.

본인은 콘택트형 타자라고 했는데 ‘3할 20홈런’을 목표로 신인왕을 노린다고요. 앞으로 장타까지 겸비할 계획인 거예요?
홈런은 잘 맞으면 넘어가는 거니까 타구를 정확하게 맞추는 게 첫 번째 숙제고요. 그렇게 잘 맞히다 보면 결국 타율도 높아지고 홈런도 잘 나올 거예요. ‘3할 20홈런’ 꼭 해 보겠습니다!

‘제2의 이대호’가 아닌 ‘제1의 이호민’이 되기 위해 프로 1년 차를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1년 차 때부터 무슨 역할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해야죠.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0년 뒤 이호민은 어떤 모습이면 좋겠어요?
아마 야구를 잘하고 있을 거고, 많은 사람에게 모범이 돼서 다른 선수들이 롤 모델로 삼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벌써 많은 응원을 보내 주는 KIA 팬분들께 인사 남기며 마무리할게요!
KIA 타이거즈 팬분들! 제가 신인으로 입단하게 됐는데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결과로 보답할 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87호 (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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