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금으로 슈퍼카를 뽑았다고?" 엄마 장례식에서 남편과 이혼을 결심한 이유

여보, 우리 엄마 돌아가셨어. 전화기 너머로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눌러가며 말을 꺼냈다.

"내가 간다고 장모님이 살아 돌아오냐? 잘 모셔드려."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자동차 엔진 소리와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 차 진짜 끝내준다, 계약하자는 말이 이어졌다.

전화기 너머로 엔진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방금 돌아가셨는데 남편은 외제차 시승을 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와달라고, 혼자선 너무 힘들다고 다시 부탁했지만 돌아온 말은 죽은 사람은 어차피 돌아오지 않는데 왜 이렇게 예민하냐는 것이었다.

곧 장례식장에서 어차피 볼 거 아니냐며 전화는 그대로 끊겼다.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장례지도사가 유가족이 오면 절차를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 자리엔 나 혼자뿐이었다.

SNS에 올라온 새 차 사진

같은 시각 강남의 외제차 매장에서 남편은 친구들과 웃고 있었다. 8,900만 원짜리 BMW 계약서에 망설임 없이 서명했고, 새 차와 함께 찍은 셀카를 곧바로 SNS에 올렸다. 인생은 즐기는 거지, 라는 문구와 함께였다.

휴대폰을 확인하는 순간 친척들의 단체 채팅방이 이미 그 사진으로 술렁이고 있었다. 장모님 돌아가셨는데 차를 뽑았다니, 진짜 맞냐는 말들이 오갔다. 20년 동안 참아왔던 감정이 그날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용카드 내역에서 발견한 것들

장례를 치르는 동안 남편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간다던 날들이 실은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젊은 여성들과 보낸 시간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루이비통 가방 680만 원, 에르메스 스카프 90만 원, 호텔 스위트룸 숙박비 200만 원. 모두 함께하지 않은 날들의 기록이었다. 간호사와 함께 다녀온 제주도 여행 사진까지 SNS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의료진 세미나라던 그 여행이었다.

조용히 준비한 서류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요즘 병원 일이 많이 힘드냐고 물었다. 회식도 야근도 많다는 대답에, 회식에 간호사들도 함께 가느냐고 되물었다. 남편의 얼굴이 잠깐 굳었지만 곧 업무라며 넘어갔다.

변호사와 함께 증거를 정리하는 동안 이미 마음속 계획은 다 세워져 있었다. 외도 증거, 재산 은닉 정황, 가정 방임까지 정리된 자료를 보고 변호사는 거의 확실한 승소라고 했다.

그런데 그 무렵 예상치 못한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남편이 최근 산 것과 같은 모델의 차에 치인 사고였다.

입관 직전 내민 서류

장례식장에서 남편은 완전히 무너져 매달리며 울었다. 나 우리 엄마 없으면 안 된다고, 이번만 도와달라고 했다.

입관 직전, 조용히 다가가 이혼 서류와 자동차 할부 명세서, 부채 명의 변경 서류를 내밀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 남편에게 이혼서류라고, 당신 명의로 산 차와 모든 빚의 명의 변경서라고 답했다. 그 순간 남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법정에서 드러난 것들

법정에서 남편은 갱년기 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다며 흥분했다. 하지만 제출된 증거들 — 장모 사망 당일 외제차를 구매한 기록, 3년간 8천만 원에 달하는 외도 상대 지출 내역 — 이 스크린에 하나씩 나타나자 법정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판사는 배우자의 어머니 사망 당일 고액의 물품을 구매하고 SNS에 과시한 행위는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위자료 3억 원과 재산분할 15억 원이 인정됐다.

한강이 보이는 새 아파트에서

판결 이후 남편의 병원은 문을 닫았고, 자랑하던 외제차는 할부금을 못 내 압류됐다.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들도 하나둘 떠났다.

지금은 딸과 함께 한강이 보이는 새 아파트에서 차를 마신다. 엄마, 이제 진짜 내 인생을 사는 것 같아, 하고 딸이 웃으며 말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위한 원피스를 사던 날,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면서도 오랜만에 편안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