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내믹스 大해부]⑤ 정의선의 8300억…납입액·거래조건은 '깜깜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거버넌스와 실적·재무, 계열사 영향을 분석합니다.

한가지 짚고 가야 할 대목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보스턴다이내믹스(BD) 지분이 25.01%로 네 해 연속 오르는 동안 정 회장은 이 자금을 어떻게 투입했고 수천억원의 자금을 어디에서 조달했는지 문제다.

현대차그룹 대주주들은 소프트뱅크가 풋옵션을 행사한 BD 잔여 지분을 인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거래에서 정 회장이 부담할 금액은 약 12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잔여 지분 전체 거래대금으로 알려진 3억2500만달러 가운데 정 회장 몫은 약 8000만달러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정 회장이 2021년부터 BD에 넣은 개인 자금은 8300억원 안팎으로 불어난다.

정 회장에게 이 돈을 동원할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요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대금만으로도 수천억원의 현금 유입이 확인된다. 보유한 상장 계열사 지분도 수조원대다. 문제는 능력보다 경로다. 정 회장이 BD 증자 때마다 정확히 얼마를 냈는지, 어떤 돈으로 납입했는지, 계열사와 같은 가격과 조건을 적용받았는지를 확인할 국내 공시는 없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 제공=현대차그룹

7일 재계와 시민단체 집계를 종합하면 정 회장의 BD 지분율은 현재 22.60%다. 인수 당시 20.00%에서 2.60%p 올랐다. 경제개혁연대는 6월 29일 논평에서 정 회장 지분율이 2022년 20%, 2023년 20.66%, 2024년 21.27%, 2025년 21.89%, 2026년 22.50%로 해마다 증가했다고 밝히며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 인수에 정 회장이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정 회장의 현재 지분율은 집계 주체에 따라 22.50~22.60%로 소폭 엇갈린다. 경제개혁연대는 22.50%로, 재계에서는 22.60%로 본다. BD가 미국 비상장 법인이어서 공시로 확정할 수 없는 데 따른 차이다. <블로터>는 22.60%를 기준으로 삼았다.

20%에서 25%까지…누적 투자액 8310억원

같은 기간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율도 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BD 지분율은 2021년말 10.00%에서 2022년말 10.33%, 2023년말 10.56%, 2024년말 10.95%, 2025년말 11.25%로 매년 높아졌다.

상승폭은 정 회장이 2.60%p, 현대글로비스가 1.25%p다. 정 회장 지분율이 현대글로비스의 두 배 안팎을 유지한 셈이다.

지분율 상승만으로 정 회장이 모든 증자에 빠짐없이 참여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기존 지분율보다 많은 신주를 받았거나 다른 주주로부터 주식을 추가로 취득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BD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증자를 이어간 기간에 정 회장과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비슷한 비율로 함께 상승했다는 점은 정 회장이 최초 인수 뒤에도 상당한 개인 자금을 추가 투입했음을 보여준다.

정확한 금액이 공개되지 않은 빈칸은 현대글로비스 장부로 역산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2026년 1분기 말 BD 지분 취득원가는 3541억674만원, 지분율은 11.25%다. 정 회장과 현대글로비스가 각 투자에서 같은 종류의 주식을 같은 주당 가격에 취득했다고 가정해 이를 정 회장 지분 22.60%에 비례시키면 잔여 지분 인수 전 누적 취득원가는 약 7114억원이다.

최초 투자액을 2400억~2500억원으로 보면 이후 증자와 추가 취득에 들어간 돈은 4600억원 안팎이다. 여기에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 인수 부담액 약 1200억원을 더하면 누적 투자액은 약 8310억원이 된다.

회사 돈은 장부에, 총수 돈은 지분율에

정 회장이 2021년 20%를 취득하며 넣은 금액은 매체마다 다르게 보도돼왔다. 가장 낮은 수치는 2389억원, 가장 높은 수치는 2600억원이다. <블로터>는 이를 2485억원으로 계산해 사용했다.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총 인수금액 1조57억원에서 계열사 3곳이 사업보고서에 기재한 최초취득금액 합계 7572억원을 뺀 차액이다. 인수 총액 자체도 9963억원으로 보도된 사례가 있어 역산 결과는 전제에 따라 달라진다.

이후 다섯 해 동안 들어간 금액은 더 알 수 없다. 현대글로비스의 원가법 장부금액에서 도출한 지분율 1%당 취득원가 약 315억원을 적용하면 정 회장의 22.60% 기준 누적 취득원가는 7114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최초 취득분 2485억원을 빼면 4629억원이 남는다. 다섯 해 동안 개인 자금으로 추가 납입했을 것으로 보이는 금액이다.

이 4629억원을 뒷받침하는 공시는 없다. 납입 시점도, 증자 회차별 금액도, 재원도 확인되지 않는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BD에 투입한 돈은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 주석에 남는다. 현대글로비스는 2025년 891억2615만원을 추가 납입했고, 지분율은 10.95%에서 11.25%로 올랐다. 2026년 1분기 말 취득원가와 지분율, BD의 자산·부채·매출·손익도 공시에서 확인된다.

개인 주주인 정 회장에게는 현대글로비스와 같은 수준의 공시가 요구되지 않는다. 국내 상장사 주식이라면 대량보유상황보고와 임원·주요주주 소유상황보고 등을 통해 취득 내역이 드러날 수 있지만, BD는 미국 비상장사다.

공시 항목에 개인 주주의 회차별 납입액과 자금 원천은 없다.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도 거래 상대방인 특수관계인에서 국외 계열회사를 제외한다.

결과적으로 같은 회사의 같은 자금 조달에 참여했더라도 계열사의 돈은 취득원가와 장부금액으로 남고 총수 개인의 돈은 지분율 변화로만 드러난다. BD에서 가장 큰 개인 지분이 가장 적은 정보를 남기는 구조다.

공시 밖 투자금, 어디서 왔나

정 회장이 수천억원을 동원할 수 있었던 배경을 추적할 단서는 있다. 가장 먼저 확인되는 것은 배당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기아·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오토에버·현대위아·이노션 등 7개 상장 계열사 지분을 쥐 있다. 각사 배당 공시와 정 회장의 보유 주식 수를 곱하면 지난해 기준 정 회장의 세전 배당 수입은 약 1976억원으로 추산된다. 연간 2000억원 안팎의 현금이 배당으로 들어오는 구조다.

계열사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대금도 있다. 정 회장은 2022년 1월 보유하던 현대글로비스 주식 123만2299주를 주당 16만3000원에 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했다. 총매각대금은 2009억원이다. 총수 일가 지분율 20% 이상인 상장사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한 개정 공정거래법에 대응해 정 회장 지분율을 23.29%에서 19.99%로 낮춘 거래였다.

이 매각은 2021년 최초 BD 지분 취득보다 늦게 이뤄졌다. 최초 인수대금 2485억원의 재원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후 이어진 유상증자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현금 유입 가운데 하나였을 수 있다.

배당과 지분 매각대금은 모두 세전 총액이다. 배당소득세와 주식 양도에 따른 세금, 다른 자금 사용, 실제 수령일과 BD 납입일을 고려하면 공개된 현금 유입이 그대로 BD로 흘러갔다고 단정할 수 없다. 기존 보유현금이나 차입이 함께 사용됐을 수도 있다.

가족 간 자금 거래 가능성도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2022년 1월 5일 현대글로비스 지분 6.71% 전량을 4103억원에 매각했다. 정 회장이 같은 날 지분 3.29%를 팔아 확보한 2008억원까지 합하면 부자가 하루에 마련한 현금은 6112억원에 이른다.

다만 거래 시점이 같다는 사실만으로 부친의 매각대금이 정 회장의 BD 투자에 쓰였다고 볼 근거는 없다. 실제 자금 이전이 있었다면 방식에 따라 세금과 상환 의무가 달라진다. 무상 이전이라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고, 대여라면 이자율과 상환 조건을 갖춘 금전거래였는지가 쟁점이 된다. 현재 공개된 자료로는 부자 사이에 자금이 오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공개 자료로 확인되는 것은 정 회장에게 8000억원대 투자를 감당할 자금력이 있었다는 데까지다. 어느 해의 배당이 어느 증자 대금으로 쓰였는지, 현대글로비스 매각대금이 실제 투자 재원이 됐는지, 가족이나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렸는지는 연결되지 않는다.

법적 문제 없는 자금, 그러나

정 회장에게 BD에 투자할 자금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비교적 답이 분명하다. 배당과 계열사 지분 매각만으로도 수천억원을 동원할 능력은 확인된다. 남은 쟁점은 자금력이 아니라 투자 기회의 귀속과 거래 절차의 정당성이다.

공개된 자료만으로 정 회장의 지분 취득을 위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거래의 적법성과 정당성이 확인된 것도 아니다.

우선 상법 제397조의2의 회사기회 유용 금지 규정이 거론된다.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 없이 직무 과정에서 알게 됐거나 회사 사업과 밀접한 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없다. 정 회장이 현대차 등기이사다. BD 지분 취득 기회가 현대차에 귀속되는 사업기회였는지, 회사가 이를 포기하고 개인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적절한 검토와 승인이 이뤄졌는지가 판단의 핵심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7월 '현대자동차 이사회에게 드리는 5가지 제언'을 통해 정 회장의 잔여 지분 추가 인수가 개정 상법 아래 이사회 판단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잔여 지분 9.65%를 기존 주주들이 나눠 인수할 것이 아니라 현대차가 지배하는 HMG글로벌이 전량 취득해야 한다는 요구다.

경제개혁연대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현대글로비스가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인 만큼 정 회장이 개인 지분을 추가로 확대하는 구조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상 불가피한 사정으로 정 회장이 잔여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면 그 필요성과 거래조건, 정당성을 구체적으로 공개해 시장과 주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차그룹의 설명은 다르다. 정 회장의 투자는 미래 사업을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미이며, 인수 이후 유상증자에 계속 참여한 것도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AI)은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초기 산업인 만큼 계열사만 위험을 부담한 것이 아니라 총수 개인도 함께 손실 가능성을 떠안았다는 논리다.

실제로 BD는 거듭된 적자로 자본을 소진했고 2025년 2분기에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정 회장의 투자에 상당한 위험이 따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 회장이 자기 돈을 투자할 능력이 있었는지와 BD 지분을 개인이 취득하는 것이 정당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무엇을 얼마에 샀는지, 계열사와 같은 조건이었는지, 왜 계열사가 아닌 총수 개인이 지분을 보유해야 했는지를 밝힐 책임은 거래를 설계하고 승인한 현대차그룹과 이사회에 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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