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美국무 “글자 획에 삐침 있어야 더 품위 있고 전문적”

이철민 기자 2025. 12. 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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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침(serif) 없는 글꼴은 외교에는 품위 없고 부적합” ‘삐침 글꼴’ 논쟁 재점화
2023년 바이든 국무부가 없앤 ‘삐침’ 있는 타임스 뉴 로먼 글꼴로 복귀
”삐침 없는 글꼴(산 세리프)은 woke(지나친 각성) 글꼴” 주장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9일 국무부의 모든 공식 문서는 즉시 글꼴에 삐침이 없는 산 세리프 글꼴인 캘리브리(Calibri)의 사용을 중단하고, 삐침이 있는 타임스 뉴 로먼(Times New Roman) 글꼴을 다시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루비오 장관은 ‘전통으로의 복귀: 모든 국무부 문서의 14포인트 타임스 뉴 로먼 사용’이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이전 국무장관이었던 앤토니 블링컨이 더 큰 폰트(15 폰트)의 산세리프(sans serifㆍ‘획에 삐침이 없다’는 뜻) 글꼴의 하나인 캘리브리를 채택하도록 지시한 것은 “낭비적인 다양성(diversity) 조치”라며 “부서의 문서 작업에 품위와 전문성을 회복하고, 또다른 낭비적인 DEIA(다양성ㆍ형평성ㆍ포용성ㆍ접근성) 프로그램을 폐지하기 위해, 국무부는 표준 글꼴을 다시 타임스 뉴 로먼으로 되돌린다”고 밝혔다.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글자 획에 삐침(serif)이 있는 타임스 뉴 로먼 글꼴이 공식 문서에 "전문성과 품위를 더한다"며, 모든 문서에서 세리프체인 타임스 뉴 로먼을 다시 채택하라고 지시했다.

미 국무부는 2004년부터 타임스 뉴 로먼으로 공식 문서를 작성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3년 2월 블링컨 당시 국무장관은 시각ㆍ학습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삐침이 있는 글꼴을 읽기 어렵다며, 이 글꼴을 버리고 삐침이 없는 캘리브리 글꼴의 사용을 지시했었다. 캘리브리는 화면낭독기(text-to-speech) 같은 보조 기술에도 더 잘 맞는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이 서식 기준은 대통령의 ‘미국 외교를 위한 하나의 목소리(One Voice)’ 지침과 일치하며, 국무부가 모든 소통에서 통일되고 전문적인 목소리를 내야 할 책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국무부의 글꼴 번복은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 때 취한 조치들을 뒤집는 추세의 또 다른 사례다. 루비오 장관은 현재 국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대행,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장 대행을 함께 맡으면서, 해외 대사관·총영사관에서 DEI를 촉진하기 위해 설치한 프로그램들과 관련 원조 자금을 폐지하고 있다.

사실 글꼴에 ‘삐침’이 있는 게 좋으냐, 나쁘냐는 디자인 업계에서도 수십년 묵은 논쟁이다.

캘리브리는 네덜란드의 폰트 디자이너 루카스 데 흐루트(Lucas de Groot)가 만든 산세리프 글꼴이다. 캘리브리는 2006년 윈도우 비스타와 함께 처음 출시됐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기본 글꼴이 됐다. 블링컨 국무장관이 캘리브리를 채택했을 때에, 타임스 뉴 로먼에 익숙했던 직원들 중 일부는 불편함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각 장애 및 저(低)시력자들을 위한 접근성을 강조하는 단체들은 장식적인 삐침(serif)이 없는 깔끔한 글꼴이 시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더 읽기 쉽고 가독성이 좋다고 말한다. 세리프 글꼴이 보기에는 더 예뻐 보일지 몰라도, 인쇄물을 복잡하게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반대로, 몇몇 학자들은 ‘삐침’이 있어야 글자를 읽을 때에 혼동이 감소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Ill 같은 단어는 캘리브리로는 세 글자가 비슷하게 보이지만, 삐침이 있는 타임스 뉴 로먼 글꼴에선 Ill에선 대문자 I와소문자 l l이 더 쉽게 구별된다. 또 q, p, d, b처럼 모양이 비슷하고 회전된 글자들도 삐침이 있어야 더 쉽게 구분된다는 주장도 있다<아래 참조>.

루비오 장관이 복귀하도록 지시한 ‘타임스 뉴 로먼’은 1932년 10월부터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가 새로 제작해 사용한 글꼴이다. ‘뉴’는 ‘새로운’ 글꼴이라는 의미이고, ‘로먼’은 기울어진 글꼴(이탤릭체)이 아닌 기본 정자체를 의미하는 용어다. 타임스 뉴 로먼은 인쇄 효율과 가독성이 뛰어나 이후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고, 가장 유명한 세리프 글꼴의 하나가 됐다.

루비오 장관은 또 글자의 크기(font)도 14 포인트를 사용하도록 했다. 1포인트는 1/72인치(약 0.352㎜)다. 따라서 14 포인트는 알파벳 한 글자가 들어가는 가상의 글자 박스의 높이가 약 4.93㎜가 된다.

루비오 장관은 이전 정부에서 “접근성을 위해 캘리브리 글꼴로 바꿨다고 했지만, 접근성을 올리기 위해 문서를 수정해야 하는 작업 건수는 줄어들지도 않았다”며 “캘리브리 글꼴은 국무부 공식 문서의 품격을 떨어뜨린 것 외에는 아무 성과도 내지 못했다”며 “세리프 글꼴은 일반적으로 전통과 형식(formality), 의식성(ceremony)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삐침이 있는 높이 4.93㎜ 사이즈의 타임스 뉴 로먼이 “모든 의사소통에서 미국의 입장을 통일되고 전문성 있게 한 목소리로 대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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