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 등장한 ‘천생 우타’···김범석은 지금 ‘점점 앞으로’

안승호 기자 2024. 5. 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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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범석. 연합뉴스



선수 본인이 처음 받아보는 질문인듯 보였다. 사실 기자도 처음해보는 질문이었다. “학교 다닐 때, 감독님이나 코치님으로부터 ‘좌타자’로 쳐보자는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냐”는 물음에 LG 김범석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범석은 구두 답변을 하면서 ‘왜 그런 질문을 할까’, 궁금한 듯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오른손잡이 선수들이 야구에 소질을 보이면 ‘우투좌타’로 변신하는 게 대세이던 시절이 있었다. 학생야구 여러 지도자들이 오른손잡이 야수를 좌타로 만드는 시도를 했다. 글러브를 왼손에 끼고 오른손으로 송구하면서 1루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좌타석에서 타격하는 것이 야구선수로는 여러 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투좌타’는 야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이다.

김범석의 소속팀 LG만 해도 김현수를 비롯해 오지환, 박해민, 홍창기 등 톱클래스 우투좌타 선수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 거꾸로 강한 우타자가 귀한 시대에 등장한 김범석의 소질은 그래서 LG뿐 아니라 리그 전체 ‘설렘 신호’가 되고 있다.

LG 벤치는 오랜만에 등장한 우타 자원을 귀하게 여기면서도 귀하지 않은 듯 키우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그중 ‘타순 얘기’를 꺼냈다. 김범석을 ‘미래의 4번타자’로 보지만, 4번 타순에는 서둘러 넣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염 감독은 2005년 LG 입단 뒤 주목받았지만 꽃을 피우지 못하고 2011년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한 뒤 대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박병호(KT)를 하나의 사례로 두고 김범석 육성에 접근하고 있다.

LG 김범석. 연합뉴스



LG 김범석. 연합뉴스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으로 솟았던 박병호가 LG에서 뛰던 시절, 염 감독은 LG 프런트였고, 코치이기도 했다. 염 감독은 박병호가 매경기 너무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 성장 속도를 저해했다고 진단했다. ‘4번타자감’이라는 명분으로 4번 타순에 너무 일찍 들어선 것도 ‘패착’이라는 분석. 실제 박병호는 213타석에 들어서 타율 0.218 9홈런 25타점을 기록한 2009년 4번타자로도 26타석을 기록했다.

올시즌 김범석은 지난 11일 현재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2(58타수 21안타) 3홈런 16타점에 OPS 1.000을 기록하고 있다. 규정타석 미달이지만 타율과 OPS 팀내 최상위인 김범석은 4번타자로는 타석에 서지 않았다.

아직은 어떤 타순에서도 편차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범석은 6번타자로 최다인 36타석에 들어선 가운데 타율 0.276을 기록했다. 14타석 들어선 5번타자로는 타율 0.462, 13타석의 3번타자로는 타율 0.385를 올렸다. 오히려 타순의 무게감이 큰 자리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흐름을 보였다.

어쩌면 이 또한 김범석이 가진 재능일 수 있다. 타순과 숫자에 따르는 중압감 없이 어느 곳에도 자신의 게임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많은 팬, 미디어와 공생하는 프로야구에서는 큰 재능이다.

LG는 전통적으로 우타가 귀한 팀이었다. LG 창단 첫 시즌인 1990년 신인왕 김동수와 해태 출신으로 94년 우승 주역인 한대화 등 팀을 이끈 우타자를 찾으려면 뿌리를 찾아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LG는 김범석이 구단 우타자 역사를 바꿀 날을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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