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아니라 손끝이다"… 심장질환 환자 대부분이 대수롭지 않게 넘긴 초기 징후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 누구나 가슴부터 아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흉통이 없으면 심장은 괜찮다고 안심하고, 손가락 모양이 조금 달라진 정도는 나이 탓으로 넘깁니다. 손톱이 예전보다 둥글게 휘거나 손가락 끝이 도톰해져도 살이 찐 것이라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양손에서 서서히 진행된다면 단순한 손톱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눈여겨보는 신호는 바로 곤봉지입니다.

곤봉지는 손가락 끝이 북채처럼 넓고 둥글게 부풀며, 손톱이 아래쪽으로 휘어지는 변화를 말합니다. 손톱 뿌리와 피부 사이의 각도가 사라지고 손톱 표면이 볼록해지는 모습이 특징입니다. 이 변화는 심장질환뿐 아니라 폐질환과 간질환, 소화기질환 등 여러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메이요클리닉과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자료도 곤봉지가 심장이나 폐의 문제와 연관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손끝만 보고 심장병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되지만, 새롭게 생긴 변화를 방치해서도 안 됩니다.

몸속 산소가 오랫동안 부족하거나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기면 손끝의 작은 혈관과 조직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혈류를 타고 이동한 여러 성장 신호와 혈소판 관련 물질이 손가락 끝 조직에 영향을 주면서 연부조직이 두꺼워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결과 손톱 아래가 말랑해지고 손가락 끝부분이 점점 둥글어집니다. 다만 정확한 발생 원리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산소 부족이 없는 질환에서도 곤봉지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손끝이 심장병을 확진하는 도구가 아니라, 몸 안쪽을 살펴보라는 경고등이라는 점입니다.

집에서 간단히 살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양손의 같은 손가락 손톱을 서로 맞대면 정상적으로는 손톱 뿌리 사이에 작은 마름모 모양의 틈이 보입니다. 이 틈이 보이지 않고 손톱과 손가락 끝이 둥글게 맞붙는다면 곤봉지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손가락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고 관절염이나 손톱질환도 비슷하게 보일 수 있으므로, 이 방법만으로 병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몇 달 사이 변화가 뚜렷해졌거나 숨이 차고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이 함께 있다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손끝이나 손톱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청색증은 혈액이 조직에 충분한 산소를 전달하지 못할 때 나타날 수 있으며, 심장과 폐의 여러 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입술과 혀까지 푸르게 변하고 숨이 차거나 의식이 흐려진다면 즉시 응급진료가 필요합니다. 반면 추운 날 손끝만 잠시 파래졌다가 따뜻하게 했을 때 돌아오는 현상은 말초혈관 수축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색 변화가 지속되는지, 양손 모두에서 나타나는지, 호흡곤란과 두근거림이 동반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곤봉지나 손끝 색 변화가 모든 심장질환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가슴 압박감 외에도 숨참, 식은땀, 메스꺼움, 턱이나 팔로 퍼지는 통증처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손끝만 확인해서는 안 됩니다. 가슴이 조이거나 호흡이 갑자기 힘들고 식은땀이 난다면 손톱을 살펴볼 때가 아니라 즉시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반대로 별다른 통증이 없더라도 손가락 끝이 수개월 사이 굵어지고 손톱이 둥글게 휘었다면 검사를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오늘 무심코 지나친 작은 손끝의 변화가 심장과 폐가 보내는 조용한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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