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독일 순방 연기 의료대란 때문? 여전한 의료 위기에 동남아로 떠난 윤석열 부부

이재호 기자 2024. 10. 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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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등재 성과라는 추도식 언제 열릴지 모르고, 일본 외무성은 여전히 '강제노동' 부정하는 중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독일과 덴마크 순방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의료대란을 비롯한 여러 국내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 대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6일 윤 대통령은 동남아 3국 순방길에 올라, 조 장관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 산하기관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월 윤 대통령이 독일과 덴마크 순방을 취소한 이유가 무엇이었냐는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의 질문에 "의료 대란과 여러 국내 상황이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2월 13일 순방을 예정한 윤 대통령은 닷새 앞두고 돌연 이를 연기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여러 요인을 검토했다는 설명을 내놨는데, 야당에서는 영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고가 가방 수수 논란이 연기 사유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갑작스러운 순방 취소로 인해 정부 세금 5억 8500만 원이 위약금으로 사용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JTBC는 문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기자회견장 대여료 3억 8000만 원, 현지 차량 렌트비 6700만 원을 포함해 총 5억 8500만 원이 위약금으로 쓰였다고 보도했다.

실제 위약금을 얼마나 지출했냐는 차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액수는 제가 정확히 기억 못한다"며 "확인해서 알려드릴 수 있는 사항이면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정상회담이 이렇게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취소됐던 전례가 있었냐는 차 의원의 질문에 "자주 있지는 않은데 정부 별로 3~4건 정도는 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 19 대응 때문에 3주 전에 회담을 취소한 적이 있고 칠레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서 방문 2주 전에 취소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국가 비상 사태 급이 아닌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순방을 취소한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셈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받아낸 성과라고 이야기했던 '올해 내 노동자 추도식 개최'가 여전히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도식 주최 역시 정부가 아닌 민간단체 개최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사도광산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추도식이 정부가 주최하는 것으로 확정될 수 없는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질문에 "일본과 협의 중"이라며 "확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추도식이 누구에 의해 개최되는지 보다는 누가 참석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일본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정부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추도식 주최가 당국이든 민간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일본 측의 발언으로 볼 때 당국이 개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지난 7월 27일(현지시각)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회의에서 카노 다케히로(加納雄大)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일본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한 새로운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이미 설치했다"며 "향후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사도섬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말해 정부가 나설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일본 정부 당국자가 추도식을 약속했고 한국 정부도 올해부터 매년 7~8월 경 사도 현지에서 추도식을 개최한다고 7월 27일 보도자료에 기록했으나 올해가 약 석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도 추도식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자국 외무성 홈페이지에 강제노동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가 사실상 일본으로부터 얻어낸 것이 없이 사도광산 등재에 동의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현재 외무성 홈페이지에 일본 측은 자신들의 발언에 대해 '이번 일본 측 발언은 위법한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님을 반복해서 표명한 바 있으며, 그 뜻은 한국 측에도 명확히 전달해 두었다'고 명시돼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그건 일본이 주장하는 것"이라며 "'포스투워크'(forced to work, 강요당한 노동)를 강제로 노역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앞서 2015년 7월 5일 일본 측 사토 구니(佐藤地) 유네스코 대사는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수많은 조선인 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against their will) 연행되어 가혹한 환경에 서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사도광산의 등재 동의에 대해 "일본 정부는 그동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할(bearing in mind) 것" 이라고 말했다며, 여기에 2015년 유네스코 대사의 강제 노동 인정 발언이 있고 따라서 이번에도 일본이 이를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유네스코 등재 직후인 2015년 7월 6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forced to work'가 "강제 노동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꾼 바 있다. 이후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도 이를 확인하고 있어, 일본은 오늘날까지도 강제 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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