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과류 등 식품 전문기업 맑은농산 김은식 대표 인터뷰

출출할 때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싶지만 몸에 나쁜 과자는 부담스러운 이들을 겨냥해 탄생한 하루 한 봉지 견과류. 국민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봉지를 뜯었을 때 코를 찌르는 눅눅한 냄새나 기름에 전 냄새에 눈살을 찌푸린 경험도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맑은농산은 이런 고충을 신선도와 맛이라는 정공법으로 뚫어낸 기업이다. 맑은농산의 김은식(61) 대표를 만나 하루견과로 연매출 300억원대 기업을 일군 과정을 들었다.
◇견과류 유통·제조 전문 기업

맑은농산은 식품 전문 기업이다. 맑은농산, 잇츠리얼넛츠(Its Real Nuts), 립사이팅(Lipciting) 등 세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농산물 유통, 견과류 가공, 디저트 제조까지 아우르고 있다.
회사의 모태가 된 브랜드인 맑은농산은 밤, 대추, 건과일 등 견과류 유통 분야에서 30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잇츠리얼넛츠는 여러가지 견과류를 한 데 넣은 믹스넛과 하루 한 봉지 견과류의 성공읕 토대로 각종 선물세트, 견과류 단품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자사 제품은 잇츠리얼세븐(IT’S REAL SEVEN) 하루견과는 조선몰 등 주요 온라인 몰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2024년에 론칭한 립사이팅은 트렌드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디저트 전문 브랜드다.
원물 수급 능력과 가공 능력을 인정받은 맑은농산은 풀무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GS리테일, 삼양, KTX 등 유명 기업에 견과류를 가공해서 납품했다. 브랜드, 비즈니스 다각화 전략으로 내실을 다진 덕에 2025년 연매출 32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 배운 유통의 눈

김 대표와 견과류의 고소한 인연은 중부시장에서 시작됐다. 서강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시장에서 견과류를 유통하는 아버지의 부름을 외면하지 못하고 상인의 길을 택했다. “한때는 꿈 많은 문학 소년이었습니다. 하지만 몸이 편찮은 아버지가 시장 일을 같이 하자고 먼저 권하셨어요. 대학에서 공부를 할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저를 시장에 시장에 한 번도 데려가지 않았는데요. 사회인이 되니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처음엔 국내산 견과류와 건과일을 주로 취급했다. 외환금융위기(IMF)를 겪은 후에는 재래시장의 한계를 체감했다. “2000년 1월 맑은농산을 설립해 국산 농산물뿐만 아니라 수입 견과류까지 하나씩 추가하며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홈쇼핑, 온라인 등 유통 채널을 공격적으로 늘렸죠. 아버지는 제가 시장 유통에 국한되지 않고 회사를 차려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과정까지 지켜봤어요. 물려받은 가게를 번듯한 회사로 키운 뒤 아버지를 떠나보냈습니다. 슬펐지만,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믹스넛으로 한 방, 하루견과로 대박

맑은농산은 수입 견과류를 취급하며 첫번째 분기점을 맞이했다. “2007~2008년쯤부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입을 시작했습니다. 견과류 원물만큼은 직수입을 원칙으로 합니다. 유통 단계를 줄이고 품질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를 발굴하기 위해 해외를 수없이 누볐습니다. 가뭄, 홍수 같은 기후 리스크 속에서도 견과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저희만의 수입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국내 견과류 업계 최초로 출시한 ‘믹스넛’이 그야말로 대박이 나면서 회사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당시에는 견과류 단품만 판매하는 방식이 주류였어요. 믹스넛은 800g에서 1kg 정도의 큰 통에 여러 가지 견과류를 섞어 담은 형태였는데, 여러 원물의 맛과 영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포인트가 됐나 봅니다. 믹스넛 판매로 맑은농산은 연매출 100억원의 기업으로 훌쩍 성장했습니다.

믹스넛은 20g 소포장 ‘하루견과’의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믹스넛이 시장에 자리 잡다 보니 아쉬운 점도 접수되기 시작했습니다. 대용량 제품은 뜯어두면 금방 산패되거나 무의식 중에 과하게 먹게 된다는 단점이 있었거든요.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게 여러 견과류를 20g 단위로 소포장한 하루 견과입니다. 다이어터나 가족 간식을 챙기는 주부의 소비 패턴을 정확히 공략한 것이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도 매일 신선한 상태의 견과류를 먹을 수 있는 소포장 방식이 견과류 시장의 최종적인 지향점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식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맛을 최우선으로 하루견과를 개발했다. “미국산 아몬드, 튀르키예산 헤이즐넛, 호주산 마카다미아 등 세계 각지의 우량 원물만 씁니다. 가장 중요한 맛의 비결은 바로 ‘저온 로스팅’ 기술에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고온 직화 로스팅은 견과류가 타버리는 문제가 있는데요. 저희는 아몬드, 캐슈넛 등을 저온에 구워 고소함을 극대화하고 영양도 보존합니다.”

건빵 속 별사탕 같은 요소로 먹는 재미를 더했다. “건빵 속에 들어있는 별사탕이 군침을 돌게 해 퍽퍽한 건빵을 잘 넘기게 하듯, 제품에 오곡초코볼이나 건과일 같은 달콤한 요소를 더했습니다. 견과류를 씹을 때 이런 요소들이 군침을 돌게 해 목멤을 방지하고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의도한 것입니다. 영양뿐만 아니라 먹는 즐거움과 편의까지 고려한 섬세한 의도가 담긴 장치라고 할 수 있죠.”
신선한 맛을 위해 ‘한 달 이내 생산, 출고’ 규칙을 고수한다. “생산 후 한 달 이내 출고를 불문율로 삼고 있습니다. 설이나 추석처럼 수요가 폭등하는 시기에도 미리 대량으로 만들지 않아요. 외부에 생산을 맡기더라도 이 원칙만큼은 타협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묵은 냄새 없이 싱싱한 견과류를 맛볼 수 있습니다. 높은 회전율이 맑은농산만의 경쟁력이죠.”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아낌없이 투자했다. “견과류 시장에서 소포장 제품이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여유가 생길 때마다 생산 라인을 증설했습니다. 현재 20대의 기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대의 기계가 3초에 1봉지씩 완제품을 내놓는 생산력과 고객사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시스템 덕분에 홈쇼핑은 물론 롯데마트, 풀무원, 청정원 등 대기업의 발주 물량을 어려움 없이 소화할 수 있습니다. 생산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갖춘 전략이 결과적으로 많은 대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된 것이죠.”
◇소포장 견과류로 320억 기업으로 성장

2011년 첫 출시한 하루결과는 맑은농산에 날개를 달아줬다. 협업 제안이 쏟아져 다양한 식품이나 유통 브랜드의 하루 견과를 생산했다. KTX 특실용 간식으로 하루견과를 납품하기도 했다. 2012년 하루견과만으로 연매출 200억원을 돌파했고, 2025년엔 연매출 32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하루견과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 다각화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재해,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리스크 등을 고려해 3~6개월 치의 견과류 비축 물량을 준비하는 등 철저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특정 분야에 편중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신제품도 늘 고민합니다. 최근에는 두바이 초콜릿, 두바이 쫀득 쿠키 같은 인기 가공식품을 발빠르게 출시해 호응을 얻었어요. 대만과 일본에 수출까지 했죠. 견과류라는 맑은농산의 토대를 유지하면서도, 맛있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드는데 매진할 계획입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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