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비웃는 '평양 리치'… 구찌백 들고 설화수 바르고
중국파견 노동자 통해 밀반입
밥솥 등 韓제품 라벨 바꿔 사용
4인가족 한끼식사 200弗 펑펑
김정은, 인민통제 강화하면서
권력층 사치품 구매는 용인
對中교역 4개월 만에 증가세
북한에서 코로나19 이후 경제 양극화가 심화된 가운데 평양 상류층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비웃듯 '명품 쇼핑'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일반인은 끼니를 챙겨 먹는 것조차 어려운 빈곤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19일 북한 내부 상황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매일경제에 "평양의 상류층은 구찌, 불가리 가방과 프랑스 화장품, 스위스 시계 등 명품을 거리낌 없이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밀반입된 고가의 한국 설화수 화장품과 쿠쿠 전기밥솥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 상류층이 대북 제재의 뒷문으로 사치품을 밀반입해 평양에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보당국도 이처럼 북한 내부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는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살펴보면 북한으로 들어가는 사치품은 과거에는 주로 중국 랴오닝성 다롄항에서 출발한 화물선이나 북·중 간 국제열차를 통해 반입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제사회와 중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검색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의 귀국 화물에 섞어 반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는 포탄과 미사일 등을 싣고 북한과 러시아 사이를 오가는 컨테이너들로 인해 대북 제재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평양 류경금빛백화점, 대성백화점 등에서는 고급 수입 정장과 선글라스, 독일산 스카치 위스키와 보드카 등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는 북한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와 북·중, 북·러 교역액 증가 속에 개선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발표한 '2023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에 비해 3.1% 증가했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통제 완화 △중국과의 대외교역 증가 △대러시아 무기 수출 등을 북한 경제의 긍정적 요소로 봤다.
중국 해관총서가 최근 공개한 지난달 북·중 교역액도 1억7700만달러(약 2357억원)로 전달보다 22% 증가하며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리더십 불안을 겪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심 계층의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사치품 구매를 적절히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 관영매체와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평양 상류층은 고급 위락시설에서 승마·수영·요가 등 서구형 취미생활을 누리고 있다. 북한이 이 같은 부유층 스포츠에 쓰기 위해 지난달 말 러시아 극동 연해주에서 고가의 '오를로프' 품종 말 24마리를 수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상류층에서는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반 주민들이 아파트에서도 닭을 길러 식탁에 달걀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현실과 동떨어진 행태다.
정부 안팎에서는 평양의 상류층은 이미 서방 국가의 '중산층' 수준 이상의 생활을 향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한국산 상품 유통은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전기밥솥을 비롯한 한국산 제품 인기가 높아 상표를 제거하거나 교체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 일본, 독일 상표로 '라벨갈이'된 한국 상품은 정상 가격보다 3배나 비싸지만 여전히 수요가 많다"면서 "한국산은 품질이 우수해 아무리 상표를 위조해도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는 '한국 제품'이라고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양의 상류층은 시내에 위치한 10만~15만달러 수준의 아파트에 살며 4인 가족 기준 한 끼 식사로 200달러(약 27만원)를 지출할 정도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에서는 토지·주택 매매가 금지돼 주민들이 주택 입주권인 '입사증'을 암암리에 거래하고 있다. 평양 고급 주택가에서는 이 입사증 가격이 높게는 2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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