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험자 보내" "환불 안돼" 자영업자-직업소개소 인력공급 계약 공방
최근 구인난 속 대구지역 요식업계 자영업자들이 한 유료 직업소개소의 불성실한 계약이행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약속과는 달리 무경험자나 고령자를 주로 보내 피해를 입혀 놓고 환불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대구 내 자영업자 다수에 따르면, 이들은 벼룩시장이나 구인·구직사이트에 구인 글을 올리고 난 뒤 직업소개소 A 업체의 연락을 받았다. 해당 업체는 달서구청에 정식으로 등록된 직업소개소다.
이들에 따르면 이 업체는 "장기간 실적을 바탕으로 숙달된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약속하며 4년여간 회원제 가입 계약금으로 소개 인원당 50만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초 계약 당시 업체에 요구한 직원 희망 나이대나 요식업 경험 여부를 제대로 맞추지 않은 '허수'인력만 상습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
한 자영업자는 "식당 특성상 무거운 짐을 옮길 일이 많아 50대 이하 남성 직원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며칠 뒤 60대 후반 여성을 보내더라"고 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계약 당시에는 요리사를 써보고 마음에 안 들면 2시간 내 교체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한달 가까이 대체자를 보내주지 않았다. 음식 맛이 달라지니 손님들이 문제를 제기해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아무런 업무 경험이 없는 사회초년생을 보내거나, 업종과 맞지 않는 노인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이들 업체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자영업자들의 주장이다. 환불 요구에는 "이미 사람을 보냈으니 환불해줄 수 없다"고 대응하거나 아예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많았다고도 했다.
A사 측은 오히려 고객들의 '갑질'을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보유한 인력 특성을 나이대별로 설명해 드리고 최대한 고객 요구에 맞춰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계약서를 쓸 때 인력을 보내는 순간 환불이 안 된다고 명시돼 있으며, 법적으로 계약 후 3개월이 지나면 인력공급 의무가 없음에도 고객들을 돕고 있는 것"이라 주장했다.
실제 A 업체와 고객들이 주고받은 '소개요금약정서'라는 계약서에는 계약 내용이 상세히 기재돼 있지 않았다. 환불에 관한 내용이나 고객들이 요구한 직원 희망 나이대 등은 없고, 언제까지 인력을 공급해주겠다는 시기와 인력 공급을 원하는 시간과 인력 종류 정도만 적혀 있을 뿐이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해당 건이 영업이익을 목적으로 사업자 간 돈이 오간 거래이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을 '소비자'로 볼 수 없고 분쟁해결기준이 없다고 설명했다.
양순남 대구경북소비자연맹 국장은 "사람을 구한다는 점이 유사한 결혼중개업 같은 경우 계약서에 원하는 상대 조건을 상세히 적는 것처럼, 처음부터 계약서를 상세히 작성해서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권오걸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백하게 희망 나이대 등 직원 특성이 적힌 서면을 주고받았는데 '본질적으로 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이를 어긴 인력을 보냈다면 '기망'에 속해 사기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면서 "계약서에 계약 내용을 정확하게 명시하는 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계약서나 녹취 등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면 기망의 정도를 따지기 어려우므로, 민사 소송을 통해 환불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효 기자 jy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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