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兆 육박 말레이시아 중거리 방공망, 韓-土-中 대결되나



[파이낸셜뉴스] 1조원 규모에 달하는 말레이시아 중거리 방공망 사업을 놓고 한국과 튀르키예, 중국이 물러설 수 없는 '수주 혈투'에 돌입했다. 중동 시장을 석권한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의 요격미사일 '천궁-II(M-SAM2)'가 아세안(ASEAN) 진출의 선봉에 선 가운데, 튀르키예 로켓산과 중국 북방공업그룹이 가세하며 동남아 방산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3파전이 막을 올렸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국방군수청은 최근 LIG D&A에 천궁-II 구매의향서(LoI)를 전달했다. 해당 건에는 다기능레이더(MFR), 수직발사대, 교전통제소, 발사대 차량 등 완전한 작전 운용 능력을 갖춘 천궁-II 2개 포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영국·스웨덴·러시아 계열 방공망을 혼재해 운용하며 부품 조달과 유지비, 통합 운용에서 한계를 겪어온 인도네시아가 천궁-II에 러브콜을 보낸 이유다.
이 같은 인도네시아의 행보는 말레이시아 군당국을 자극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최초의 천궁-II 도입국이 될 경우, 말레이시아 역시 군사·정치·산업적 측면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반도(서말레이시아)와 보르네오섬의 사바·사라왁(동말레이시아)이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약 600㎞ 이상 떨어져 있어 방공망을 한곳에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도시와 군 기지, 에너지 시설을 각각 방어할 수 있는 분산형 중거리 방공 체계가 필수적이지만, 현재까지 중거리 방공망은 사실상 부재한 상태였다. 여기에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을 통해 드론 및 순항미사일 위협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한 점도 사업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말레이시아와의 방산 협력 인연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지난 2023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FA-50 경공격기 18대 구매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첫 인도는 올해 하반기 진행될 예정이다. 방산업계에서는 말레이시아가 완전히 새로운 공급선을 찾기보다 이미 협력 경험이 있는 한국의 천궁-II를 도입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LIG D&A의 현지 공략 의지도 확고하다. LIG D&A는 2024년 12월 쿠알라룸푸르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한 데 이어 한국인 및 현지인 전문 인력 채용에 나서는 등 투자를 본격화했다. 약 6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말레이시아 방산 시장을 정조준한 행보다. 말레이시아가 아세안의 전략적 거점인 만큼 주변국 네트워크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기술 이전을 통한 현지 생산과 산업 협력을 적극 검토하며 현지 인프라 구축과 고용 창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해 전년 대비 약 10.5% 늘어난 국방 예산을 편성하며 육·해·공군 전반의 현대화와 전력 증강을 추진 중이다. 2024년 국방 예산은 약 42억 달러(약 6조원)로,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에 이어 4위 규모다.
천궁-II는 이미 중동 시장에서 뛰어난 성능과 가성비를 입증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가 각각 10개·8개 포대 등의 계약을 체결해 운용을 추진 중이며,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추가 계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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