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플라시보 효과 vs. 노시보 효과

골프가 멘탈 게임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멘탈이라는 요소는 골프를 흔들림 없이 칠 수 있게 만들어 주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경기를 망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플라시보 vs. 노시보

플라시보 효과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많은 골퍼들이 익숙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 반대 개념인 노시보 효과에 대해선 조금 생소할 수 있으실 텐데요.

이 두 용어는 의학 및 심리학 분야에서 '기대(Expectation)'가 신체적, 정신적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입니다.

플라시보는 약효가 전혀 없는 가짜 약(설탕 알약, 식염수 주사 등)이나 가짜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이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게 될 경우, 실제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릴 적 경험하게 되는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만병통치약도 어쩌면 플라시보 효과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이에 비해 노시보 효과는 내가 받는 약물이나 치료가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증상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부정적인 믿음이 생기는 경우, 실제로도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부정적인 기대감 혹은 두려움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을 분비시킨다는 것이 실제로 이 노시보 효과를 설명해 주는 근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멘탈이 중요한 골프 역시 이 두 개의 상반된 효과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타이거 우즈는 최종 라운드에 붉은색 셔츠를 입고 나오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자신에게 있어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를 만들어 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행운의 골프볼' 실험

행운의 골프볼 (Lucky Ball)이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독일 쾰른 대학의 다미슈(Damisch) 연구팀의 2010년 연구인데요. 피험자들에게 퍼팅을 시키면서 한 그룹에는 평범하게 공을 건네주고, 다른 그룹에는 "이 공은 지금까지 행운을 가져다준 공이다"라는 말을 함께 해 주고, 두 그룹이 각각 퍼팅을 하도록 한 것입니다.

결과는 꽤나 놀라웠는데요. '행운의 골프볼'이라는 말을 들은 그룹의 퍼팅 성공률이 무려 35%나 높았습니다. 물리적으로 전혀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다고 믿는 순간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수행능력이 높아진 것이죠. 일종의 자기 효능감이 올라간 것이고, 골프와 같은 민감한 스포츠에서 실제 퍼포먼스 향상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불행의 골프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당연히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골프 코스와 멘탈의 관계

골프 코스 측면에서도 심리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바로 '홈 코스'와 '원정 코스'의 차이인데요. 자신이 주로 플레이하는 홈 코스와 그렇지 않은 원정 코스에서 플레이하는 경우, 실제로 타수 차이가 존재합니다.

특히, 스킬 레벨에 관계없이 차이가 난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핸디캡 '0'인 스크래치 골퍼의 경우 평균 2타 정도 차이가 났으며, 핸디캡 25 정도의 '백돌이' 골퍼 역시 2.5타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홈 코스, 즉 '내 골프장'이라는 믿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게 되고, 스윙 리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원정 코스, 즉 어웨이 코스에서는 낯선 레이 아웃과 같은 상황이 노시보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시각적으로 위압감 혹은 착각을 가지게 되고, 이로 인해 위축이 된 샷을 하는 것이죠.

이는 페널티 구역 (해저드)이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왜 더 많은 실수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될 수 있습니다. "저 물에 빠지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뇌는 '물'이라는 이미지에 집중하게 되어 오히려 물 쪽으로 샷을 하게 만드는 노시보 효과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물을 피해야 한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물 건너의 안전한 곳으로 보낸다'는 생각으로 치는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시각적인 위협을 피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면 노시보 효과가 발현되는 것이고, 공을 보내야 하는 '구체적인 타겟'에 집중하는 경우 플라시보 효과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골프는 플레이어들에게 '좌절'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골프의 매력일지도 모르죠. <출처: 게티이미지>

선수들의 쓰는 장비가 좋다? -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은 골프의 많은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장비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새 장비를 쓰면 더 잘 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플라시보 효과이지만, 구형 장비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는 점은 분명 노시보 효과인 것이죠.

그런데, 이는 장비 선택의 하나의 기준이라고 볼 수 있는 '선수들의 사용 여부'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수들이 사용하는 골프볼을 사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자신감을 부여하고 샷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지만, 이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성공의 원인을 '골프볼 덕분 (외적 요인)'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어떤 샷이 실패할 경우, 볼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결국 문제를 '자기 자신 (내적 요인)'으로 돌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단기적으로는 플라시보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실패의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을 탓하게 되거나, 해당 볼이 아닌 다른 볼을 사용할 경우 자신감을 잃을 수 있는 것입니다.

가끔 새 골프볼이 아깝다면서 파 3에서만 새 볼로 치는 분들이 계신대요. 이 경우 실수를 하게 되면 볼 탓이 아니라 자신의 탓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기대와 다른 결과로 인해 '나의 능력 부족'이라는 강력한 노시보 효과가 나머지 홀과 다음 게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결국 장비나 결과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혹시라도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되면, 이를 너무 극단적인 긍정/부정의 상황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것이 골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 같은데요. 마음의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골프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이긴 하지만, 일부러라도 자신의 마음가짐을 잘 추슬러 보는 과정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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