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금리 상승에 한중일 통화 비상[천조국 리포트]
일본·중국, 3월 미 국채 보유액 축소
원화 1500원대…반도체 버팀목이지만 외환시장 안정 부담 확대

(뉴욕=머니투데이방송) 염현석 특파원=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아시아 외환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중국 통화가 약세 압력을 받고 있고, 외환보유액 운용의 핵심 자산인 미국 국채 보유액도 3월 들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채는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운용할 때 활용하는 대표적인 달러 자산이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유동성이 필요해질 경우 보유 국채를 일부 현금화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이 아시아 통화와 외환보유액 운용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본·중국, 3월 미 국채 보유액 감소
미 재무부가 공개한 3월 국제자본수지, TIC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월 9조4900억달러에서 3월 9조2500억달러로 감소했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약 470억달러 줄어든 1조1910억달러로 집계됐고, 중국은 6523억달러로 줄어 2008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감소는 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인 시점과 겹친다.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입국의 달러 수요가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엔화와 위안화, 원화 등 아시아 통화에는 약세 압력이 커지고, 각국 중앙은행은 필요할 경우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시장 안정에 나설 수 있다.
일본은 이 같은 흐름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국가다. 일본은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이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높다.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면 엔화 약세 압력이 커지고, 엔화 약세는 다시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응할 경우 외환보유액 안에 있는 달러 자산을 일부 현금화할 수 있다.
다만 3월 미국 국채 보유액 감소가 모두 실제 매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기존에 보유하던 국채 가격이 하락했고, 이 평가손실도 보유액 감소에 반영된다. 실제 매도와 가격 하락 효과가 동시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장기 축소 흐름…공식 통계 해석은 신중해야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 감소는 단기적인 환율 요인뿐 아니라 장기적인 외환보유액 운용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중국은 2013년 1조3000억달러 안팎까지 늘렸던 미국 국채 보유액을 이후 점진적으로 줄여왔다. 미중 갈등, 외환보유액 다변화, 위안화 안정 필요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공식 통계만으로 중국의 전체 미국 국채 노출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같은 보관기관을 통한 간접 보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그림자 보유분'을 감안하면 중국의 실제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공식 수치보다 클 수 있어, 중국의 3월 보유액 감소는 단기적인 환율 방어 요인과 장기적인 달러 자산 비중 조정 흐름이 함께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도 보유액 감소…반도체 수출은 완충 요인
한국도 3월 미국 국채 보유액이 감소했다. 한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월 1409억달러에서 3월 1368억달러로 41억달러 줄었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감소폭은 작지만, 원·달러 환율이 최근 1500원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외환시장 안정 부담도 커졌다.
한국도 일본과 같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무역수지와 물가에 부담을 받는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원유와 원자재 수입 비용이 커지고, 이는 국내 수입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반도체 수출 회복은 원화 약세 압력을 일부 완화하는 요인이다. 반도체 수출이 늘면 달러 유입이 증가해 외환시장에 완충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 회복이 이어질 경우 고유가에 따른 달러 유출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문제는 고유가와 미국 고금리가 함께 이어질 경우다. 수입물가와 환율 부담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경기 둔화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있지만, 원화 약세와 물가 불안은 한국은행의 완화 정책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장기금리 상승, 아시아 외환시장 변수로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달러 자산의 상대적 매력을 높이고, 아시아 통화에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유가 상승이 함께 나타나면 에너지 수입국의 달러 수요가 늘어나 외환시장 부담은 더 커진다. 일본은 엔화 약세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중국은 위안화 안정과 외환보유액 운용을, 한국은 원화 약세와 수입물가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레데릭 뉴먼 HSBC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전쟁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특히 아시아 환율에 압력이 생긴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의 미국 국채 보유가 줄어든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자국 통화를 지지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과정에서 일부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 보유분을 매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