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얼굴” 신상 공개한 유튜버 ‘사적 제재’ 논란

문지연 기자 2023. 6. 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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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22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한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이씨가 쓰러진 여성 피해자를 발로 차며 폭행하는 모습. /뉴스1,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영상

한 유튜버가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얼굴과 실명 등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앞서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신상 공개 여론이 있었고 피해자 역시 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신상정보 공개는 그 자체로 불법이어서 ‘사적 제재’ 논란이 예상된다.

사건·사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2일 9분가량의 영상을 올리고 이번 사건 가해자 이모(30)씨의 사진 등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씨의 실명은 물론이고 생년월일, 출생지, 키, 혈액형, 체형 특징 등이 포함됐다. 또 2006년부터 최근까지의 전과 기록도 상세하게 나열했다.

카라큘라는 자신의 신상정보 공개 행위가 논란으로 이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지만 고심 끝에 강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고 극악무도한 범행을 벌인 가해자의 보복 범죄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유튜버가 무단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도를 넘은 사적 제재 행위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유튜버 카라큘라가 공개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신상 정보.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영상

이어 “그러나 신상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피해자가 평생 느낄 고통과 두려움을 분담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전과 18범의 가해자는 사회에 나오면 안 된다. 왜 두려움과 불안과 걱정은 피해자의 몫인가. 제가 이번 일로 수많은 대중에게 비판의 대상이 될지언정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사건 피해자인 A씨도 등장해 신상정보 공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사실 제게는 필요 없는 일이다. 저는 이미 가해자에 대해 알고 있다. 그 사람이 민망하라고, 조금이라도 벌을 더 받으라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피해자의 심리는 ‘다른 사람이 안 당했으면 좋겠다’라는 게 제일 크다. 반대하는 분들이 ‘사적 제재’ ‘사적 보복’을 얘기할 때마다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청원을 넣었더니 이미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돼 경찰은 권한이 없다더라. 그래서 지방검찰청에 요청했더니 2심 재판 중이라 안 된다고 하더라”며 “도대체 언론의 주목을 얼마큼 받아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열리는 걸까, 이렇게 많은 이들이 공분하는데도 어느 지표가 돼야 움직이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상이 공개된 후 온라인에서는 사건에 공분했던 네티즌들이 카라큘라의 신상정보 공개 취지에 일부 공감하고 있지만, 불법 행위임을 지적하며 사적 제재 논란을 우려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일은 관련 법률에 따라 검사와 경찰이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이름·나이 등의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아울러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현재 카라큘라는 유튜브로부터 해당 영상과 관련한 개인정보 침해 신고가 접수됐다는 안내와 함께 콘텐츠 제한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피해 여성을 발로 차기 직전 순간. /뉴스1

한편 이씨는 지난해 5월 22일 귀가하던 20대 여성 A씨를 쫓아가 부산진구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머리를 발로 차는 등 마구 폭행한 혐의(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10월 열린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이후 검찰과 이씨 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DNA 재감정 결과 피해자가 입고 있던 청바지 안쪽 허리와 허벅지 부위 등에서 이씨 유전자가 검출됐다”며 “이씨가 성폭행 목적으로 뒤따라가 치명적 가격을 통해 실신시킨 뒤 CCTV 사각지대에서 피해자 옷을 벗기다 발각될 상황에 처하자 달아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살인미수 외에 성폭행 혐의를 추가 적용해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사건의 선고공판은 다음 달 1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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