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도 무혐의…檢 '김여사, 주가조작 이용됐지만 몰랐다' 판단
'방조 유죄' 손모씨와 다른 투자양상·주포와 관계 등 판단기준 작용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검찰은 17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이용된 것은 맞지만, 김 여사가 권오수 전 회장 일당의 주가조작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시세 조종을 알면서 돈을 댄 '전주(錢主)'가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다는 지인 권 전 회장의 권유에 넘어가 계좌를 건넨 '단순 투자자'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주가조작 '선수'와 직접 소통하며 투자 이득을 노리고 적극적으로 시세조종 행위에 편승한 것으로 판단된 전주 손모 씨와 투자 행태가 확연히 다른 만큼 김 여사에게 방조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김여사 계좌, 권오수 일당이 운용…시세조종 몰랐다 판단
검찰은 2009∼2012년 시세조종에 동원된 김 여사 계좌를 6개(신한·DB·대신·미래에셋·DS·한화)로 파악했는데, 대부분이 김 여사가 아닌 권 전 회장의 의사에 따라 거래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여사가 큰 수익을 보장한다는 권 전 회장의 말을 믿고 계좌 운용을 맡기거나, 그의 부탁에 따라 거래에 나섰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가 비상장회사이던 시절부터 주식을 보유한 초기투자자였던 김 여사는 2010년 1월 권 전 회장으로부터 '주가조작 1단계 주포' 이모씨를 소개받았다.
'투자의 귀재'란 말에 김 여사는 10억원이 든 신한증권 계좌를 이씨에게 맡기고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증권사 직원과 통화 녹취록에는 김 여사가 "그 분한테 전화 들어왔죠?", "또 전화 왔어요? 사라고?"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 조작의 구체적 내용은 모른 채 이씨에 의존해 투자에 나섰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봤다.
권 전 회장과 이씨 관계가 틀어진 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신증권 계좌로 옮겼다. 이후 이씨가 사라는 대로 사들였던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검찰은 김 여사 진술대로 자신의 판단하에 주식을 판 것이 맞지만, 법원에서 통정매매로 인정된 두 차례 매도(2010년 10월 28일 10만주, 11월 1일 8만주) 과정에는 권 전 회장의 매도 연락이 있었을 것으로 봤다.
주가조작 일당이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 '준비시킬게요' 등의 문자를 주고받은 직후 김 여사 계좌에서 매도가 이뤄진 점에서 당시 김 여사와 직접 연락이 가능했던 권 전 회장이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여러 증거들에 비춰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매도를 부탁하면서 주가조작을 직설적으로 언급했을 가능성이 작고, 김 여사가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사실을 전혀 알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그가 선수들에게 주가조작을 제안할 때도 간접적으로 돌려 말하는 방식을 썼다는 관련자 진술 등이 이런 판단의 배경이다.
검찰은 모친 최은순 씨 계좌와 함께 '모녀 통정매매'에 동원된 것으로 지목된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역시 권 전 회장 측에서 운용한 것이라고 봤다.
김 여사는 증권사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만 주식을 매매했는데, 해당 계좌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주문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권 전 회장이 차명 계좌로 활용한 최씨의 미래에셋 계좌가 사들인 주식 종목과 김 여사의 미래에셋 계좌가 사들인 종목이 유사한 점 또한 권 전 회장이 두 계좌를 한꺼번에 관리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검찰은 봤다.
김 여사의 미래에셋 계좌에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DS 계좌로 옮겨졌고, 2011년 1월 권 전 회장과 '2단계 주포' 김모씨가 블록딜로 팔아버렸다. 이에 김 여사는 "왜 싸게 팔아버렸느냐"고 화를 내기도 했는데, 이 또한 검찰은 권 전 회장이 김 여사 계좌를 마음대로 운용하고 있었단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권 전 회장이 김 여사 등 초기 투자자들에게는 주식 투자로 이익을 내주겠다고 속이고, 이들의 계좌를 주가조작에 동원하는 등 '이중 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방조혐의 유죄 '큰손'은 주포와 직접 연락하며 편승매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항소심에서 '전주' 손모씨에게 인정된 방조 혐의도 김 여사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검찰 결론이다.
손씨의 경우 시세 조종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직접 2단계 주포와 의사 연락 하에 투자에 나섰다는 점에서 김 여사와 다르다는 것이다.
주가조작 주범들의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1990년대 일식집을 하던 손씨는 대학생이던 2단계 주포 김씨를 알게 됐고, 2000년대 후반께 손씨가 우연히 김씨가 증권사에 근무한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로부터 투자 종목 추천을 받기도 했다.
손씨가 추천받은 주식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상장폐지되자 김씨에게 변제 각서를 받아내기도 하는 등, 오랜 기간 쌓인 두 사람의 관계는 증권사 직원과 고객 이상이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었다.
그런 와중에 김씨는 2010년 8월 손씨에게 "도이치모터스의 대표와 친하고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관리하니까 사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손씨는 2012년 9월까지 약 75억원 상당의 172만주를 사들였다.
주가조작 일당은 대출금 이자를 갚지 못해 고민하는 '큰손' 손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팔면 주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권 전 회장을 통해 약 1억원을 빌려다 주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때 증권사 직원에 불과한 김씨가 어떻게 권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빌렸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손씨가 시세 조종을 인식한 근거로 꼽았다.
손씨가 주식을 대량 매입해 주가가 상한가를 찍자 김씨에게 '내가 도이치 상찍었다'는 문자를 보낸 점, 주가가 하락하자 김씨에게 "나를 더 이상 분노케 하지 말라"며 심하게 질책한 점 모두 단순히 종목 추천을 받아 자신의 책임하에 투자한 모습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이를 종합할 때 손씨가 김씨의 시세조종으로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믿고 거액을 투자하거나, 주식을 일부러 팔지 않음으로써 시세조종을 도왔다고 재판부는 결론 내렸다.
이처럼 시세 조종 사실에 대한 인식부터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김 여사에게 손씨처럼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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