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섯 살 아이가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카메라가 따라갑니다. 분장도 대역도 아니고, 실제로 12년을 찍었습니다. 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시도였습니다.
12년을 담은 한 편
영화 '보이후드' 이야기입니다. 텍사스에 사는 소년 메이슨이 초등학생에서 대학 신입생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그립니다. 특별한 사건이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사와 전학, 부모의 재혼과 이혼, 첫사랑과 진로 고민 같은 평범한 일들이 차례로 지나갑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 이야기를 담기 위해 2002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같은 배우들을 모아 촬영했습니다. 사흘에서 나흘에 걸쳐 약 15분 분량을 찍는 방식이었고, 그렇게 모인 장면들이 한 편의 영화가 됐습니다.

자라는 모습이 그대로 화면에
이 방식 덕분에 주인공의 키가 자라고 목소리가 변하고 얼굴선이 달라지는 과정이 편집 없이 이어집니다. 부모를 연기한 배우들도 함께 나이를 먹어, 중년이 되어 가는 변화가 그대로 남았습니다. 관객이 인물의 성장을 지켜본다기보다 실제로 겪는 느낌을 받는다는 평이 많았던 이유입니다. 12년 동안 배우나 감독에게 변수가 생기면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수 있었던 만큼 위험한 시도이기도 했습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이 작품은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엄마 올리비아를 연기한 패트리샤 아퀘트가 수상자였고, 그는 이 작품으로 시상식 시즌 내내 상을 휩쓸었습니다. 앞서 골든 글로브에서는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까지 세 부문을 가져갔습니다. 다만 아카데미 작품상은 같은 해 경쟁작에 돌아갔고, 두 작품의 경쟁은 그해 시상식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사건 없이 흐르는 시간
극적인 사고나 반전이 없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자막으로 연도를 표시하지도 않아서, 관객은 인물의 머리 모양이나 배경에 흐르는 음악으로 시간이 흘렀음을 알아차립니다. 지루하다는 평가와 인생을 그대로 옮겼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노래와 기기들이 자연스럽게 연도 표시 역할을 합니다.

지금 봐도 남는 질문
영화가 마지막에 던지는 말은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다는 취지의 대화입니다. 누구나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구조라, 처음 볼 때와 몇 년 뒤 다시 볼 때 느낌이 달라지는 작품으로 꼽힙니다. 러닝타임이 긴 편이라 시간을 넉넉히 두고 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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