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5000을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가기 위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소외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현안과 향후 과제'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황 위원은 "주주가치 훼손의 주요 지점이 M&A"라며 합병가액 산정, 의무공개매수, 5%룰 등 M&A 제도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가로 산정하는 합병가액, 기업가치 반영 한계"
황 위원은 이날 합병가액 산정 방식의 문제점을 집중 거론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법령이 정한 산식(기준시가)에만 의존하다 보니 기업의 미래 가치나 시너지가 전혀 반영되지 못한다"며 "실제로 미국·일본 사례를 우리 식에 대입해 보니 30% 이상 현저히 낮게 측정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합병 시점 역시 문제로 꼽혔다. 최근 5년간 합병 기업의 발표 전 주가 수익률은 평균 -16%로, 주가가 낮은 시점에 합병이 이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사례로는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 시도와 이마트-신세계푸드 주식교환이 언급됐다.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보다 영업이익과 자산 규모가 훨씬 컸지만 주가 저평가로 불리한 합병비율이 산정됐다는 설명이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공개매수에 70% 가량의 주주가 응하지 않았음에도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구조가 진행됐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황 위원은 "기준 시가만 따르는 현재의 방식은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시점을 선택하게 방치하는 꼴"이라며 합병가액 산정 자율화를 비롯해 외부평가 의무화, 이사회 의견서 공시 상세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국회에는 합병가액 산정을 자율화하되 외부평가와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황 위원은 "공정한 단일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평가를 허용하고, 왜 해당 가격이 주주에게 유리한지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의무공개매수·5%룰 쟁점…"소액주주 고려해야"
의무공개매수 제도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는 경영권 인수 시 대주주에게만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일반 주주는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황 위원은 "과거에는 대주주와 일반주주 가격이 4분의 1 수준까지 벌어진 사례도 있다"고 언급했다.
쟁점은 두 가지다. 지분 25% 이상 취득 시 해당 제도를 의무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다. 또 소액주주가 응모한 주식에 대해서 경영권 인수자 측에서 전량 매수해야 하는지다. 황 위원은 "M&A 시장 위축 우려가 있으나, 응모한 주식에 대해서는 전량 매수하도록 하는 것이 글로벌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대량보유보고(5%룰) 역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행 제도는 소액주주 공동행동 시 규제가 강력하고, 경영참여 판단 시에는 의결권 제한 등 강한 제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행동을 위축시킨다고 덧붙였다.
황 연구위원은 "소액주주 연대까지 5%룰 위반으로 묶어 의결권을 제한하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한다"며 "글로벌 기준에 맞는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반기 법안 처리 골든타임… 여야 공감대 형성"
간담회에 참석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자본시장법 개정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산밥캣 방지법으로 불리는 합병가액 관련 법안과 코너스톤 제도가 오늘 법안 소위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금투세 폐지 결정 이후 당 차원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PBR 1 미만 기업에 대한 개선 계획 공시 의무화 등 실질적인 밸류업 정책을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남근 의원은 "여당은 상법 개정 대신 핀셋 개혁(자본시장법)만 하자고 주장해왔는데, 이제는 우리가 지배구조 개혁과 투자자 보호 정책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며 "하반기 정무위원장 교체 등 변화가 예상되지만, 이미 여야가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속도감 있는 입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도걸 의원은 "지배구조 개혁과 함께 M&A, 유상증자 등 개별 사안 규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기형 의원은 "정책의 일관성이 시장 신뢰 유지의 핵심"이라며 "단기 지수 목표가 아니라 일본처럼 10년 이상 꾸준히 신뢰를 축적해 '프리미엄 시장'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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