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근본의 재해석, 뉴 미니 쿠퍼 S 3-도어

10년 만에 4세대로 진화한 미니 쿠퍼 3-도어를 만났다. 국내에 처음 들어온 모델은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S’ 버전. 얼굴과 실루엣은 익숙한 형태로 유지하되, 실내 소재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확 갈아엎어 신선함을 더했다. 미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도 한가득 챙겼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MINI 코리아, 서동현
세상에 처음 등장한 미니는 1959년 모리스 미니-마이너. 흔히 ‘오리지널 미니’ 또는 ‘로버 미니’라고 부르는 모델의 조상이다. 배경은 제2차 중동전쟁으로 인한 석유 공급난. 알렉 이시고니스의 지휘 아래 성인 네 명과 짐을 실을 수 있는 합리적인 소형차가 탄생했다. 길이는 고작 3,054㎜. 경제성을 위해 설계한 구조는 운전까지 재미있었고, 2000년까지 538만7,862대를 생산한 원동력이 됐다.

지금의 세대 구분은 2001년 BMW가 만든 뉴 미니부터 시작한다. 안전과 실용성 등을 고려해 덩치를 확 키우고 배기량도 늘렸다. 고성능 버전 JCW의 혈통은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때의 디자인적 특징을 2세대와 3세대까지 최대한 살렸다. 다만 덩치는 조금씩 부풀었고, 승차감은 대중성과 타협했다. 미니의 본질을 지키며 명맥을 잇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① 익스테리어
신형 컨트리맨의 파격 변신에 놀랐다면, 4세대 쿠퍼의 얼굴로 마음을 가라앉혀보자. 눈꺼풀을 더한 원형 헤드램프와 이를 완전히 감싸는 보닛, 대형 프레임 안에 자리한 라디에이터 그릴 등 미니의 상징과도 같은 특징들을 대부분 이어받았다. 심지어 덩치도 구형과 비슷하다.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3,875×1,745×1,450㎜. 너비와 높이만 소폭 키웠으며, 휠베이스는 2,495㎜로 이전과 똑같다.

대신 장식적인 요소들을 덜어냈다. 보닛 위 공기 흡입구 장식과 범퍼 양쪽 에어 덕트를 빼고, 범퍼도 한층 온순하게 다듬었다. 6각형→8각형으로 바꾼 그릴 테두리는 두께를 얇게 빚어 미니멀리즘을 강조했다. 앞바퀴 펜더에 자리했던 사이드 리피터와 트림 배지도 뗐다. 덕분에 신형 미니를 대각선 방향에서 보면 차체의 매끈한 굴곡이 구형보다 훨씬 도드라진다.
하이라이트는 뒷모습이다. 변화의 폭이 넓은 만큼 호불호도 크게 갈린다. 어색함의 주요 원인은 리어램프. 영국 국기를 형상화한 그래픽을 사각형이 아닌 삼각형 테두리에 담았다. 그 사이는 블랙 컬러 패널로 연결했다. 온순한 이미지에서 약간 짓궂은 인상으로 변했다. 램프 속 면발광 패널은 놀랍도록 잘게 쪼갰다. 세 가지 서로 다른 그래픽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다.
② 인테리어
실내는 1959년 오리지널 미니 인테리어의 환생이다. 당시엔 계기판이 운전대 뒤에 없었고, 대시보드 중심에 덩그러니 있었다. 그 아래에 키 박스와 초크 레버, 토글 스위치 등을 배치했다. 4세대 쿠퍼 및 3세대 컨트리맨의 실내 구성과 똑같다. 65년이 흐른 지금 원형 계기판은 직경 240㎜ OLED 디스플레이로, 키 박스는 전자식 기어레버를 포함한 ‘토글 바’로 거듭났다.

전통적인 계기판이 없지만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 기본 사양인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속도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크고 선명하게 띄운다. 나머지 기능은 삼성이 만든 얇은 원형 모니터에 몰아넣었다. 새로운 OS 9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바탕으로 순정 T맵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연결, 영상 스트리밍, 서드파티 앱 등을 제공한다. 화질은 최근 경험한 자동차 중 1등이다. 다만 너무 많은 정보들이 한 번에 나올 땐 화면이 복잡하게 보이기도 한다.
미니다운 재치도 한가득이다. 터널에 들어가거나 밤이 되면 대시보드에 앰비언트 라이트가 나타난다. 마치 빔 프로젝터처럼 모니터 뒤에서 빛을 뿌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대시보드를 감싼 직물의 결이 더욱 돋보인다. 주행 모드는 총 7개. 코어와 고카트, 그린 모드는 파워트레인 성격을 바꾼다. 나머지 네 개는 디스플레이 그래픽과 시트 마사지, 미디어 기능 등과 연동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꾼다. 퍼스널 모드에는 배경화면으로 쓸 사진을 3장까지 저장할 수 있다.
보조석 개념의 2열은 키 170㎝ 이하라면 짧은 거리는 이동할 만하다. 의외로 바닥 쿠션이 길고, 넓은 양쪽 창문과 선루프 덕분에 시야도 좋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VDA 기준 210L.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725L로 늘어난다. 주로 1~2인 탑승이 잦은 쿠퍼 3-도어의 특성상 적재공간이 좁아서 아쉬울 일은 없을 듯하다.
③ 파워트레인 및 섀시
신형 쿠퍼 3-도어 라인업 중 국내에 가장 먼저 상륙한 모델은 S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m를 낸다. 배기량은 그대론데 출력은 12마력, 토크는 2.1㎏·m 늘었다.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6.6초. 최고속도는 시속 242㎞다. 변속기는 빠릿빠릿한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매치했다. 참고로 쿠퍼 S를 시작으로 10월에는 156마력 3기통 가솔린 모델 쿠퍼 C가, 하반기 내로 전기차 버전이 들어올 예정이다.
④ 주행성능
이번 시승 코스는 서울 삼성역에서 중미산을 거쳐 가평의 한 식당에 도착하는 약 100㎞ 구간이었다. 도심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와 국도, 산속 굽잇길까지 달리며 신형 쿠퍼 S 3-도어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새빨간 칠리 레드 색상 시승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진짜 키를 꽂아 돌리는 듯한 손동작과 함께 컬러만큼이나 매콤한 배기음이 넘어온다.

도로에서의 첫인상은 구형과 사뭇 비슷했다. 적당히 낮은 시트포지션과 길게 뻗은 천장이 만드는 독특한 시야, 손아귀에 꽉 차는 운전대 림까지 예전 느낌 그대로다. 즉 실내를 의식하지 않고 운전하면 우리가 알던 3-도어의 감각을 맛볼 수 있다. 위아래가 평평한 사이드미러로 교통 흐름을 체크하고, 복잡한 강남 한복판을 요리조리 빠져나가 고속도로에 올랐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미세한 토크 스티어가 스쳐 지나간 뒤 시원하게 속도를 붙인다. 변속기는 불쾌한 충격 없이 눈 깜짝할 새 다음 기어를 문다. 실질적인 출력 상승을 체감하긴 어렵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도 겨우 0.1초 줄었을 뿐이다. 그래도 아쉽진 않다. 쿠퍼 S의 진짜 재미는 도로가 휘어질수록 드러난다.

굽잇길 진입 전 드라이브 모드를 고카트로 바꿨다. ‘워-후’ 하는 환호 소리가 흥을 돋운다. 손에 힘을 쥐고 코너 공략에 집중했다. 동시에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휠베이스가 짧은 차만 구현할 수 있는 순수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민첩한 머리를 따라 꽁무니도 재빠르게 쫓아온다. 타이어 그립과 슬립의 경계에서 외줄을 탈 때마다 쿠퍼 3-도어의 진가를 다시금 체감한다. 고출력을 전자장비로 요리해 편하게 즐기는 요즘 스포츠카가 낼 수 없는 감성이다.
신형 미니 쿠퍼 S 3-도어에는 시프트 패들이 없다. 기어레버도 토글 스위치로 바꾸니 변속 모드를 수동으로 전환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처음 5분은 양 손가락이 운전대 뒤에서 허우적댔다. 비록 손가락 튕기며 달리는 맛은 잃었지만 변속기가 똑똑했다. 속도를 줄이면 순식간에 아래 단수로 바꿔 크랭크축을 팽팽하게 돌린다. 나의 의사만 명확하게 전달하면 수동 모드가 없는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

과거 미니의 외모에 반해 입문한 소비자들 중에는 딱딱한 승차감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3세대부터는 문턱이 많이 내려갔다. JCW 모델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 감수할 만한 승차감이었다. 4세대는 여기에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서스펜션 스트로크는 짧지만 충격을 머금는 느낌이 깔끔하다. ‘프리미엄 소형차’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완성도다.
⑤ 총평
달리기 실력은 예상대로 만족스러웠다.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운전대를 잡고 나면 즐거움의 연속이다. 그런데 독특한 점은, 신형 쿠퍼의 공식 보도자료엔 주행 성능에 대한 내용이 별로 없다. 두 가지 엔진 스펙을 포함해 고작 4문장으로 끝난다. 간결한 실내외 디자인과 원형 디스플레이, 그 속에 들어간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이 훨씬 높다.

미니는 신형 쿠퍼를 단순한 아이코닉 해치백을 넘어, 바퀴 달린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제안하는 듯하다. 최신 소프트웨어를 통한 커넥티드 서비스와 지능형 개인 어시스트, 스트리밍 서비스, 배경화면 설정 등 이번에 강조한 기능들은 사용자와의 ‘연결성’에 초점을 둔다. 심지어 출시행사 당시 삼성 디스플레이 관계자가 직접 나와 OLED 모니터를 소개할 정도였다.
페이버드(Favoured) 단일 트림으로 나온 쿠퍼 S 3-도어의 가격은 4,810만 원. 국산 준대형급 가격이긴 하나 ‘그 돈이면’소리 들을 차는 아니다. 개성이 뚜렷하고 운전이 재미있으며, 한두 명 타고 다니기 좋은 해치백 후보 중 여전히 강한 존재감을 뽐내니까. 자동차를 고르는 기준이 일치하는 소비자에겐 어김없이 최고의 경험을 선물할 수 있다.

반나절 시승하는 동안 찾아본 단점은 두 가지. 먼저 통풍 기능이 없다. 요즘처럼 한낮 기온이 30℃를 넘어가면 에어컨을 틀어도 땀이 찬다. 두 번째는 비교적 사소한데, 주행 모드를 전환하면 각 모드 효과음 때문에 재생하던 음악이 끊긴다. 이 점을 발견한 뒤로는 음악 감상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주행 모드 스위치를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장점
1) 순수함이 살아있는 운전 재미
2) 선명한 OLED 원형 디스플레이

단점
1) 통풍 시트의 부재
2) 시프트 패들이 없는 운전대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