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금융 CEO]③ 김종호 한화운용 대표, 김동원 사장 글로벌 사업 조력자로 등판한 배경

/그래픽=박진화 기자

생명보험사들은 고객들이 가입한 상품 대부분을 장기로 가져가면서 운용하는 자산이 크기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을 계열사로 둔 곳이 많다. 실제로 국내 생보사 '빅2'인 한화생명도 한화자산운용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운용 자산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등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달 공식 취임한 김종호 한화운용 대표의 행보가 한화금융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경영승계 작업이 마무리에 접어든 가운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직책을 부여받은 점도 맞물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사장이 소속된 한화생명뿐 아니라 전 금융 계열사들의 글로벌 사업 확대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해외에 투자하는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 출신 김 대표가 지난달 한화운용 최고경영자(CEO)로 공식 취임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화생명·KIC 출신 김종호 대표, 글로벌·세대교체 차원 발탁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공식 취임한 후 첫 출장지로 미국을 선택했다. 미국에는 한화운용의 대체투자를 주도하는 미주법인이 있다. 앞서 한화운용은 2017년 한화생명 소속 뉴욕법인 인수를 통해 자산운용 미주법인을 설립하면서 글로벌 채권 운용 재위탁 사업을 통해 초기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 현재 한화운용 미주법인은 전통자산뿐 아니라 선진국 대체투자 딜소싱을 위한 주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1970년생인 김 대표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부동산 석사, 미시간대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업 시절 한화생명 전략투자사업부에서 대체투자 업무를 담당했었고, KIC로 옮겨 대체투자본부장, 미래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 8월 투자전문가로서 한화운용 경영총괄로 영입돼 인수인계를 받다가 지난달 11일 공식 취임했다.

김 대표는 한화생명에서 대체투자 업무를 담당했을 당시 김용현 전 한화운용 대표와도 함께 근무했다. 그룹의 차기 총수로서 경영승계를 받고 있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는 하버드대 동문이다. 한화운용의 최대주주가 100% 지분율로 한화생명인 만큼 김 대표는 금융업을 맡은 김동원 사장과의 호흡도 중요하다. 현재 한화그룹은 김 부회장이 방산·우주항공 등 제조업을, 김 사장은 금융업을,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에게는 유통업을 맡아 3세 경영을 위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올해 사장단 인사 키워드로 꼽힌 '글로벌'과 '세대 교체' 차원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8월 7개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사업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핵심 경영진을 재배치했다고 밝혔다. 또 △세대교체를 통한 사업전환 가속화 △시장 내 선도지위 확보 추구 △성과 중심의 인사를 통한 조직 긴장감 부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이번에 대표이사가 교체된 계열사 중 금융 계열사는 한화운용 뿐이다. 한화생명에서 근무하다 KIC로 적을 옮겼던 김 대표는 한화금융을 가장 잘 아는 외부 출신 CEO가 됐다. 세대교체 측면에서도 전임자였던 권희백 전 대표보다 7살 젊어졌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평소에도 젊은 전문경영인이 중용돼야 한다는 의견을 펼쳐온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대체투자, 김동원 CGO 돕는 '두 마리 토끼'

그동안 한화운용의 글로벌 사업은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김 대표가 첫 해외 출장지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김 사장이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로서 금융 계열사들의 디지털사업 전반에 힘을 쏟다가 CGO가 된 시점에 발탁된 김 대표의 경영 과제는 분명해진다. 선진국 대체투자 주요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는 한화운용 미주법인은 현재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금융·제조 서비스 및 기술(인공지능, 바이오 등) 스타트업과 펀드 미래금융 수익 기반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아울러 한화운용은 미국 현지 투자인력 채용도 적극 전개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직접투자 경쟁력과 노하우를 내재화하며 비즈니스 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이는 김 대표의 이력과 경영스타일과도 닮아 있다. 실제로 김 대표가 한화 소속으로 되돌아온 지 2개월 남짓이지만, 내부에서는 "업무 스타일이 글로벌 스탠다드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주법인의 주된 사업 영역이자 김 대표의 주전공인 대체투자는 한화운용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상태다. 실제로 한화운용의 대체투자 운용자산(AUM)은 증가 추세다. 2020년 14조6174억원 규모였던 AUM은 2021년 17조902억원, 2022년 19조6049억원, 2023년 19조9946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 20조원대를 돌파했다. 3분기 말 현재 기준 AUM은 20조925억원이다.

한화리츠 AUM까지 합산하면 대체투자 AUM은 21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한화운용은 그룹 스폰서 리츠인 한화리츠의 자산관리회사(AMC)로서 1조6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밖에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의 경우 2016년 설립 당시 AUM이 4000억원이었으나, 이후 해외 우수 운용사 재간접펀드와 벤처펀드 등을 운용하며 지난해 말 6조원까지 불어났다.

한화운용이 한화생명 100% 완전자화사로서 투자 대행도 맡으며 글로벌 사업에도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이는 김 사장이 주도하는 한화금융의 글로벌 사업 추진에도 동력이 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자산 비중은 적은 편이다. 상반기 말 기준 한화생명의 총 AUM 113조5835억원 중 유가증권 운용 잔액은 93조4064억원인데, 외화증권은 12조4962억원에 불과하다. 총 AUM의 11% 수준이다.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에 나선 한화생명이 그룹 내에서 중간 금융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한화운용을 통해서도 해외 투자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김 대표의 다양한 투자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화운용의 PE 및 벤처캐피털(VC) 전문 운용사 설립과 글로벌 자산운용사로의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임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