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서 드러눕고 포장상품 ‘쓱’…中 국경절 대목에도 북촌 상인 ‘긴장’

한옥위크까지 겹쳐 관광객 증가 전망…매출 효과는 제한적, 소음·매장 비매너 피로감
ⓒ르데스크

중국 국경절 연휴와 서울한옥위크 개막이 겹치면서 서울 종로구 북촌 일대에 역대급 중국인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지 상인들 사이에서는 관광 특수에 대한 기대보다 일부 관광객의 비매너 행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목을 맞은 상인 입장에서는 반가워야 할 관광객을 두고 오히려 걱정이 앞서는 셈이다.

1일 중국 교통운수부에 따르면 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 내 지역 간 이동은 연인원 21억30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하루 평균 약 3억명으로 평소의 1.7배 수준이다. 중국 관광시장 조사기관 드래곤트레일인터내셔널 조사에서는 국경절 해외여행 목적지로 한국을 꼽은 응답이 20.1%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싱가포르(6.6%), 3위 일본(6.0%)과 비교하면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휴 기간 최대 14만명이 넘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외국인 관광소비액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8월 12.5%에서 올해 8월 29.9%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여기에 서울시는 2일부터 11일까지 북촌·서촌 일대에서 ‘2026 서울한옥위크’를 개최한다. 지난해 7만4000여명이 찾은 행사로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82개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 국경절과 서울한옥위크가 동시에 시작되면서 북촌 일대에 평소보다 많은 관광객이 몰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서울시도 행사가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는 한옥 주거지 한가운데서 열리는 만큼 방문객들에게 ‘조용한 관람’을 당부했다.

▲중국 국경절 연휴와 서울한옥위크 개막이 겹치면서 북촌 일대 상인들 사이에서는 일부 관광객의 비매너 행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종로구 북촌 일대를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르데스크

2일 르데스크가 찾은 북촌 상인들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를 두고 ‘매출’보다 일부 관광객으로 인한 ‘불편’을 먼저 떠올렸다. 북촌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정민 씨(가명)는 “6~7명이 들어와 세 테이블에 나눠 앉아 치킨 한 마리를 시켜 먹고 누워서 잠을 자기도 한다”며 “다른 손님들이 지나다니는 통로라 곤란했다”고 말했다. 여러 테이블을 차지한 채 주문은 최소한으로 하고 벽을 따라 길게 이어진 소파 좌석에 누워 잠을 자면서 바로 옆 통로를 오가는 다른 손님들까지 불편을 겪었다는 것이다.

김 씨는 국경절 연휴나 대형 행사 자체가 매출 증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휴나 행사에 영향을 받는다기보다는 날씨 영향을 받는다”며 “날씨 좋은 날엔 중국인을 비롯해 여러 국적의 방문객이 오고 관광객은 항상 많았다”고 덧붙였다. 국경절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방한하더라도 북촌 상권에서는 평소와 비교해 특별한 매출 증가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북촌 일대 상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모객 효과에 대한 기대보다 일부 관광객의 무신경한 행동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인근 기념품샵 상인 박준영 씨(가명)는 “중국인들로 인한 매출 증가는 코로나 터지기 전 일”이라며 “간혹 시끄러워서 보면 중국인이고 조용한 분들은 대만 손님 등이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중국인 관광객이 매출을 크게 끌어올리는 효과는 체감하기 어려운 반면 일부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 등 불편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념품샵 상인 최유진 씨(가명)도 “주로 대만이나 일본 손님이 방문하시지만 간혹 중국인 고객들이 오시면 지나치게 크게 대화해 다른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북촌나무갤러리 기념품샵에서 일하는 이수현 씨(가명)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다. 이 씨는 “40~60대 중국인 손님 중에는 비닐로 포장된 물건을 묻지 않고 뜯어보고 정리하지 않은 채 나가는 경우가 있다”며 “구매를 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사지 않고 그러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건을 살 때도 다짜고짜 중국어로 말하고 중국 지폐를 건네며 계산해 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불편은 상인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북촌은 관광객 소음 등으로 인한 주민 불편이 지속되자 2024년 7월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주거용 한옥 밀집지역인 북촌로11길 일대 ‘레드존’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을 허용하고 그 외 시간에 관광 목적으로 출입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단속 전담 공무원인 ‘북촌보안관’이 관광객에게 관련 규정을 안내하고 경고 후에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는 방식이다.

▲ 북촌은 관광객 소음 등에 따른 주민 불편이 이어지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객 방문을 허용하고 있다. 사진은 북촌 레드존 일대 모습.ⓒ르데스크

현장에서 관광객 안내를 맡고 있는 우광혁 북촌보안관은 “통행이나 정숙 관광은 모두 잘 지켜지고 있다”며 “시끄러운 분들도 있지만 정숙을 지켜달라고 하면 조용히 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외국인 비중이 서구권, 남미권, 동양권 등으로 다양해졌다”며 “레드존 규정은 대체로 잘 지켜지고는 있으나 주민들의 불편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생하는 방향이 중요하지 않나”고 덧붙였다.

다만 북촌을 찾는 관광객이 적지 않고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과태료 부과 건수가 ‘0건’이라는 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의 혼잡도와 관광객 규모를 고려하면 단속이 실질적인 제재보다는 안내와 계도에 집중되면서 규제가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관광객 증가는 상권 입장에서는 소비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호재지만 주민과 상인들에게는 소음과 통행 방해, 매장 내 비매너 행동 등에 대한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관광객 유입을 지역 상권 활성화로 연결하면서도 실제 거주민과 상인, 다른 방문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관리 방안이 중요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관광객의 비매너 행위를 특정 국적의 문제로 일반화하기보다 주거지와 관광지가 겹쳐 있는 북촌의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릴수록 문화와 생활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도 커질 수 있는 만큼 국적보다 구체적인 행동을 기준으로 관리하고 관광객이 사전에 지켜야 할 규칙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객이 수용력을 넘으면 어느 나라 관광객이든 갈등이 생긴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는 건 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40~60대는 단체여행 문화에 익숙하고 젊은 층은 개별여행으로 현지 에티켓을 미리 익히고 온다”며 “한국도 해외여행 초기에 겪었던 과정이고 여행 경험이 쌓이면 문화도 성숙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비매너에 대한 불만이 특정 국적 전체에 대한 반감으로 번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며 한국 관광 이미지 전체에 손해”라며 “다른 나라에서 한국인에게 그렇게 한다면 우리 기분이 어떻겠느냐. 기준은 ‘누구인가’가 아니라 ‘어떤 행동인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동 규칙을 다국어와 픽토그램으로 통일해 안내하고 여행사와 가이드를 통해 방문 전에 알려야 한다”며 “지자체는 상인용 안내물과 응대 매뉴얼을 지원하고 혼잡 시간과 동선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누구의 잘못으로 규정해서는 대안을 만들 수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 상인,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이하늘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이번 중국 국경절 연휴에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규모는?
A. 중국 교통운수부는 1일부터 7일까지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 내 지역 간 이동이 연인원 21억3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드래곤트레일인터내셔널 조사에서는 국경절 해외여행 목적지로 한국을 꼽은 응답이 20.1%로 1위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휴 최대 14만명이 넘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Q2. 북촌 상인들이 겪은 중국인 관광객의 비매너 사례는?
A. 북촌의 한 치킨집 사장은 6~7명이 세 테이블에 나눠 앉아 치킨 한 마리를 시킨 뒤 손님들이 오가는 통로 옆 소파 좌석에 누워 잠을 자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 기념품샵 직원은 40~60대 중국인 손님 일부가 비닐 포장된 상품을 묻지 않고 뜯어보고 정리하지 않은 채 나가거나 중국 지폐를 건네며 계산을 요구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다만 젊은 층에서는 이런 경우가 상대적으로 드물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Q3. 전문가가 제시한 관광객 비매너 문제의 해법은?
A.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비매너 문제를 특정 국적이 아닌 관광객이 수용력을 넘는 주거형 관광지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적으로 출입을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며 한국 관광 이미지 전체에 손해라고 강조했다. 대안으로는 행동 규칙을 다국어와 픽토그램으로 안내하고 지자체가 상인용 안내물과 응대 매뉴얼을 지원하며 혼잡 시간과 동선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