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풍경보다 더 귀한 것이 있다. 조용히 걷고, 천천히 숨 쉬며, 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 누군가의 정성이 담긴 자연 속 쉼터에서 보내는 하루는,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진짜 위로가 된다.
전북 익산의 ‘아가페정원’은 그런 의미에서 특별한 공간이다. 민간이 정성으로 가꾼 정원이 시민 모두에게 열린 자연 치유의 장소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6월, 초록이 짙어지는 계절 속에서 이곳은 ‘마음을 걷는 정원’으로 완성된다.
메타세쿼이아 숲길

아가페정원의 진짜 주인공은 단연 800그루 메타세쿼이아가 만든 숲길이다. 원래는 노인복지시설의 울타리 역할을 하던 나무들이지만, 이제는 정원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높이 50m에 이르는 나무들은 여름이면 짙은 초록의 장관을 이뤄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그 아래 산책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히 걸을 수 있도록 완만하게 조성돼 있다.
잎사귀 사이로 스치는 바람과 새소리, 나무 그림자 아래를 지나며 느껴지는 햇살은, 그저 ‘풍경’이 아닌 오감으로 체험하는 힐링이다.
마치 숲 전체가 조용히 말을 거는 듯한 이 길 위에서는 누구든 천천히 걷게 된다.

‘아가페정원’이라는 이름에는 따뜻한 사연이 담겨 있다. 1970년 故 서정수 신부가 설립한 ‘아가페정양원’의 일부였던 이 공간은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가꿔진 정원이었다.
그리고 2021년, 이곳은 전북특별자치도 제4호 민간정원으로 정식 등록되며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정원 곳곳에는 상사화 꽃길, 연산홍 터널, 철쭉 산책로, 벚꽃 쉼터, 향나무 길, 영국식 포멀가든 등 다양한 테마가 있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봄에는 연분홍 벚꽃이, 여름엔 짙은 초록이, 가을엔 붉은 단풍이 정원을 물들인다.

아가페정원을 걷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이 느려진다. 숨을 고르고, 잠시 멈춰 서서 나무 하나를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다. 이곳은 그런 ‘느림’이 자연스러운 곳이다.
단지 산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나 자신을 다시 연결하는 경험이 되는 이유다.
정원 전체가 평탄하게 조성돼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함께 천천히 걷고 싶은 하루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사진을 찍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수직으로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풍경이며,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길과 정자 쉼터도 인생샷 명소로 손색이 없다.
정원을 채우는 빛과 바람, 소리, 그리고 그 속에서 한결 편안해진 마음. 아가페정원은 ‘힐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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